“기후 행동 원한다”는 팬들…응답하는 아이돌 기획사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1.08.10 13:23  수정 2021.08.10 13:24

케이팝포플래닛, 아이돌 기획사에 기후행동 제안

YG엔터, 블랙핑크 친환경 굿즈 제작

“아이돌 기획사의 기후 행동 원한다”


전 세계 케이팝(K-POP) 팬들이 주도하는 기후행동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지구를 위한 케이팝, Kpop4planet)은 지난 6월, 케이팝 팬 36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지행한 결과 10명 중 9명이 케이팝 커뮤니티 내에 환경을 위해 지속 가능한 문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 가기 위한 기후 행동의 주체로 엔터테인먼트 기업(95.6%, 복수응답)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케이팝포플래닛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케이팝포플래닛은 지난달 24일부터 국내 주요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대상으로 ‘죽은 지구에 케이팝은 없다’(No K-pop on a Dead Planet) 캠페인을 시작한다. 하이브, YG, SM, JYP 등 국내 주요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그 대상으로, 이들은 기획사의 상품 생산에 있어 플라스틱 사용과 소비를 최소화하고 콘서트와 투어를 위한 저탄소 옵션을 찾는 등의 운영 방식의 변화를 제안한다.


케이팝포플래닛 플랫폼의 운영자인 누룰 사리파는 “나와 내 주변 또래가 케이팝을 즐기는 마지막 세대가 되길 원하지 않는다”며 “기후정의를 중시하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고자 하는 전세계 케이팝 팬들, 아이돌,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모아 변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 케이팝 팬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기후 행동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 2월 블랙핑크가 COP26 홍보대사로 위촉되면서, 블랙핑크의 팬클럽 블링크(BLINK) 역시 온·오프라인에서 기후행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팬클럽 아미(A.R.M.Y)는 RM의 생일을 기념하여 나무심기를 진행했고, 엑소의 팬클럽 엑소-엘(EXO-L)은 멤버 첸의 이름으로 3개의 숲을 조성하기도 했다.


엔터테인먼트도 이런 팬들의 움직임을 일찌감치 파악하고, 조금씩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소속 그룹인 블랙핑크의 데뷔 5주년을 맞아 친환경 TPU 소재로 제작된 MD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토트백과 멀티파우치 역시 환경 보호 실천의 의미를 담았다.


ⓒYG엔터테인먼트

MNH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월 발매된 소속 가수 청하의 정규 1집 ‘케렌시아’(Querencia)를 친환경을 고려해 제작했다. 당시 청하는 환경 문제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포토카드를 제외한 앨범은 친환경 종이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가수 버나드박은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친환경 사업 ‘러브 어스’(Love Earth) 진행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6월부터 유튜브 콘텐츠 ‘버나드박과 친환친구’를 선보이고 있다.


해외에선 이미 몇 해 전부터 친환경을 고민해왔다. 대표적으로 영국 밴드 콜드플레이는 지난 2019년 환경 문제로 투어를 다니지 않겠다고 예고했다. 같은 해 영국 트립합밴드 매시브 어택은 기후 변화 연구소와 제휴해 라이브 음악 산업의 탄소 배출에 대한 연구를 의뢰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빌리 아일리시는 다가오는 월드투어에서 환경 단체인 리버브(REVERB)와 협업을 예고했고, 라디오헤드·아델 등이 속한 음반사 베거스 그룹과 영국 유명 인디 레이블 닌자 튠이 음반사로서는 이례적으로 탄소 중립을 약속했다.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을 추구하는 움직임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형식적 의미만 쫓다가 질타를 받은 사례도 있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의 뮤지엄인 ‘하이브 인사이트’에서 판매된 MD 상품이 그 예다. 당시 하이브는 소속 연예인이 입은 옷을 작게 조각해 플라스틱 혹은 유리에 담아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판매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팬들 사이에선 환경과 크게 관련이 없는데도 마케팅을 위해 불필요한 수식어를 붙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생분해도 안 되는 플라스틱에 천 조각을 넣고 스펀지와 박스로 포장하는 것을 두고 “오히려 환경을 더 파괴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 섞인 궁금증을 쏟아냈다. 전문가들도 이를 완전한 업사이클링으로 보기 힘들다는 입장이었다.


한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케이팝의 주요 수요층인 MZ세대를 중심으로 환경 문제에 대한 이슈에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행동으로 옮기고 있다. 이는 ‘가치 소비’를 바탕에 둔 MZ세대의 성향에서 비롯된 행위”라며 “팬들의 기후 행동 요구에 따른 변화이기도 하지만, 이미 몇 해 전부터 국내 엔터사 등 많은 기업들이 친환경적 요소에 대해 고민을 해오고 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시도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환경을 위한 행동인 만큼, 보여주기식이 아닌 깊은 고민을 통한 현실적, 실용적 방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