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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을 경시하면 상식에 당한다


입력 2021.06.14 09:00 수정 2021.06.14 13:11        데스크 null (desk@dailian.co.kr)

정치적 고소·고발의 홍수 시대

악담은 그의 인기만 올려줄 뿐

청년, 소크라테스의 대화 친구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바라본 청와대 위로 적색 신호등이 들어와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에서 바라본 청와대 위로 적색 신호등이 들어와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고대 아테네의 철인(哲人) 소크라테스는 시인 멜레토스. 통장이·정치가 아니토스, 소피스트 뤼콘 등 3인에 의해 기소됐다. 혐의는 ①나라의 신을 믿지 않고 다른 신을 섬긴다. ②청년들을 타락시켰다는 것이었다. 재판관 501명의 법정은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친구 크리톤이 주선을 다 해놨다며 해외도피를 종용했지만 그는 이를 거부하고 국법을 존중해 죽음을 택했다(참고로 ‘악법도 법이다’는 명제가 이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오독의 산물이다).


우리의 경우 기소권은 검찰과 공수처(판사·검사의 범죄혐의에 대해)가 행사한다. 문재인 정권이 ‘검찰개혁’을 한다며 공수처를 만들었기 때문에 검찰의 기소독점 구조가 무너졌다. 어쨌든 사인(私人)은 기소권을 행사할 수 없고 다만 고소·고발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고대 아테네에서는 시민 누구나 기소권을 가졌다. 소크라테스에 대한 멜레토스 등의 고발이 곧 기소였던 것이다.


정치적 고소·고발의 홍수 시대


지금까지 그런 전통이 이어져 우리도 그에 따르고 있다면(특히 정치적 사건이나 동기로 빚어지는 기소의 경우)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까? 요즘 분위기로 미루어 추측해 보자면 사법부는 기능정지 상태에 빠지고 말 것이다. 고소·고발이 쏟아져 검찰·공수처 등의 수사력이 감당 못할 정도라는데 여과 과정없이 바로 재판에 회부된다면 법원이 무슨 재주로 대응할 수 있겠는가.


그야말로 날마다 정치적 또는 정치성 고발이 봇물 터지듯 이어지는 시절이다. 친정권 대 반정권 혹은 친문 대 반문 간의 적대적·경쟁적 고소·고발의 양상이 그렇다. 예컨대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라는 단체가 검찰에 14번, 공수처에 10번 고발장을 냈다. 그 단체의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공수처는 달랐다. 드디어 윤석열이 형사 피의자가 됐다. 기뻐해 달라”고 기염을 토했다. 언론보도로 그는 윤 전 총장뿐만 아니라 정권의 이익에 반하는 인상을 주는 검사들과 야당 의원들을 갖가지 이유로 고발하고 있다.


이들의 끈질긴 노력(?)에 호응이라도 하듯 공수처는 지난 4일 윤 전 총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정식입건하고 수사 3부에 배당했다. 인력이 모자란다며 여타 고발사건에 대해 소극적인 대응자세를 보이던 공수처가 윤 전 총장 관련 고발사건엔 잽싸게 반응한 셈이다. 정권 측의 기대에 부응해 나름대로 성의를 표하자는 것일까?


이런 상황에 가만히 있다면 추미애가 아니다(일 개인이 생각이니까 너무 서운해 하지는 말기를). 그는 11일 KBS라디오에 출연해서 “정치검사가 대권으로 직행하는 것은 민주주의를 악마한테 던져 주는 것”이라며 윤 전 총장을 맹비난했다. 그를 정치적 이유 또는 의도로 계속 압박하고 망신주고 몰아대던 자신의 행위의 성격은 무엇이었을까? ‘정치검사’라는 이미지를 덮어씌운 사람이 누구였더라? 자신은 기회 있을 때마다 대통령 선거 출마 의지를 내비치면서 윤 전 총장의 대선 행보에 독기를 뿜어대는 것은 무슨 심사인지….


악담은 그의 인기만 올려줄 뿐


지난달 25일 한 단체의 집회에 참석해서 “윤 전 총장 사건에 대한 파일들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고 했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0일 CBS라디오에 나가 “검증 자료를 모으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논란이 좀 부담스러웠던 모양이지만 어쨌든 윤 전 총장의 청와대행을 한사코 저지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뻔 한 얘기지만 이들은 윤 전 총장의 여론 지지율을 높여주지 못해 안달하는 느낌을 준다.


“윤 전 총장에 대한 지지와 기대는 바람 든 풍선과 같다. 조국 전 장관에 했던 검증의 10분의 1만 해도 이 빵빵한 풍선은 터져버린다.”


추 전 장관이 13일 MBN에 출연해 내지른 악담성 평가인데 이 또한 역효과를 낼 개연성이 농후하다. 두려우면 소리가 커진다. 그만큼 윤 전 총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아진다. 단언컨대 그렇다.


윤 전 총장을 때리는 게 민주당 지도부와 대선주자들의 능수일 수가 없다는 것은 자신들이 더 잘 알 일이다. 그런데도 독한 말을 입에 담는 것은 달리 이겨낼 방법이 없다는 실토나 다름없다. 벌써 그런 패배의식에 빠져 있으면서 어떻게 정권을 지켜내겠다고 하는지 한심스러울 지경이다.


교훈을 멀리서 구할 것도 없다. 국민의힘 당권경쟁의 양상에 그 답이 있지 않은가. 30대 이준석 당시 후보는 자신의 이야기를 했고 다른 경쟁자들은 이 후보의 이야기를 했다. 자신들의 스토리로는 이 후보를 이길 수 없다는 판단 때문에 알면서도 실수를 거듭한 것이다. 민주당의 방법이라고 달라야 할 까닭이 없다. 시선을 자기 쪽으로 모아야지 남의 쪽으로 돌려 세워서야 되겠는가.


국민의힘 전대에서 확인된 또 하나의 현상은 청년이 게임체인저가 되었다는 점이다. 단지 연령 만으로서의 청년이 아니다. 오히려 ‘청년다움’ 이라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나이만의 청년으로 국한하면 전 연령층에서 이 대표가 이긴 이유를 설명할 수가 없게 된다.


청년, 소크라테스의 대화 친구


사실 이는 새로운 경향이 아니다. 소크라테스는 청년을 타락시켰다는 죄목으로 사형을 당해야 했다. 저잣거리의 대화가 소크라테스의 일상이었다. 특히 청년들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토론의 상대가 되었다. 순수하고 호기심 많은 나이로 변화에의 열망과 열정까지 갖춘 세대로서 당연한 반응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청년들의 각성은 기득권세력에게는 위협일 수밖에 없다.


같은 맥락에서 하는 말인데 ‘내로남불’을 행동준칙으로 여기는 듯 한 사람들이 자꾸 남을 헐뜯는 말을 하면 젊은이들의 귀에 어떻게 들릴지 생각해 볼 일이다. 유권자들에게 자기들의 비전과 구상과 계획을 설명해서 이해시키기에도 바쁜 판에 줄곧 남의 이야기만 하는 것도 어리석다. 세상이 다 알고, 응당 그러려니 믿는 상식에 대항하는 것이야 말로 전형적인 우행(愚行)이다.


“누가 그걸 몰라?” 이렇게 화를 낼 분들을 위해 또 고승의 법문을 무단 차용(?)한다.

조과(鳥窠) 선사(741~824년)에게 어느 날 시인 백낙천(白樂天)이 와서 물었다.

“어떻게 수행을 해야 합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악을 짓지 말고 선을 행하라.”

“그런 것쯤이야 세 살 먹은 아이도 압니다.”

선사가 말했다.

“세 살 먹은 아이도 쉽게 알 수 있으나 백 살 먹은 노인도 행하기 어렵다.”(조오현, 선문선답)

아는 척만 말고, 실천을 할 일이다.


ⓒ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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