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원정’ 박성화호…보완과제 산적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7.10.18 18:09  수정

시리아전 0-0 무승부, 잃은 것과 얻은 것

시리아전 예상치 못한 무승부로 조기에 본선행을 확정지으려던 올림픽대표팀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올림픽대표팀은 ‘2008 베이징올림픽 아시아지역 남자축구 최종예선’ B조에서 3승1무(승점 10)로 여전히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복병 바레인(3승1패, 승점9)이 우즈베키스탄을 2-0으로 꺾으며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올림픽대표팀은 내달 17일 우즈베키스탄과 원정경기를 치르는 반면, 바레인은 시리아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있다. 최악의 경우 조1위에게만 주어지는 본선 티켓이 최종전에 가서야 결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림픽대표팀은 내달 21일 안방에서 바레인과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고질적인 원정 징크스 넘지 못한 올림픽호

원정경기의 어려움과 열악한 그라운드 사정, 그리고 몇몇 주전 선수들의 부상 결장 등을 감안하더라도 0-0 무승부는 성이 차지 않는 스코어다. 무엇보다도 시리아는 이미 본선행이 사실상 좌절됐고, 경기 하루 전 대표팀을 소집했다. 그라운드 사정만을 탓하는 것은, 그만큼 올림픽팀의 사전 정보 부족과 미흡한 현지 적응을 드러낸 핑계에 불과하다.

오히려 올림픽대표팀의 고질적인 골 결정력 부재가 더욱 두드러졌다. 박성화호 출범 이후 올림픽대표팀은 최종예선 4경기에서 불과 4골에 그치고 있다.

박성화 감독은 이날 최전방 공격수로 포진한 김승용(22·광주)과 8개월 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박주영(22·서울)을 처진 스트라이커로 기용하며 공격전술의 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측면 공격과 크로스에만 의존하는 등 기존의 공격루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측면 수비수의 오버래핑을 극단적으로 자제한 것도 공격전술이 단조로운 원인 중 하나였다.

올림픽대표팀이 홈과 원정에서 경기력의 편차가 크다는 것은 베어벡 감독이 이끌던 2차 예선부터 지적됐던 문제다. 익숙하지 않은 필드나 경기 상황에 대처하는 선수들의 전술적 대응과 창의성에서 아쉬움이 남는 부분.

볼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을 때 중앙에서 효과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 플레이메이커와 문전에서 처진 스트라이커의 기동력을 보완할 파괴력 있는 장신 타겟맨의 보강이 절실하다.


박주영의 기 살리기, ‘시간이 필요해’

박성화 감독은 이번 시리아 원정을 앞두고 부상에서 갓 회복한 박주영을 대표팀으로 불러들였다. 물론 박 감독의 강수는 많은 비판이 따랐던 것이 사실.

하지만 양동현, 심우연, 하태균 등 기존 공격수들의 줄부상으로 인해 올림픽팀 공격진에 구멍이 생겼고, 청소년대표팀 시절부터 박주영을 지도한 박 감독은 누구보다 그의 능력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비록 박주영은 시리아전에서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움직임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오랜 공백으로 경기감각이 떨어져있고 팀 전술에 대한 적응도 부족한 상황에서 풀타임을 무리 없이 소화했으며, 특히 후반으로 갈수록 움직임이 나아졌다는 것은 분명 희망적이다.

김승용의 배후를 받치는 처진 스트라이커로서 페널티지역을 전천후로 넘나드는 폭넓은 활동량과 민첩한 공간침투, 동료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는 패싱 센스 등은 단연 돋보였다.

향후 박성화 감독이 올림픽팀의 전술적 중심에 박주영을 염두에 두고 있음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지만, 청소년대표팀 시절과 마찬가지로 한편으로 그의 컨디션에 따라 공격력의 편차가 너무 크게 나타난다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다.


수비진의 안정감과 선수 관리

원정경기의 부담을 감안할 때, 간판 수비수 김진규(서울)가 빠졌음에도 무실점으로 막은 수비진의 활약은 일단 성공적이다. 박성화 감독은 김진규를 대신해 이요한(제주)에게 강민수(전남)와 함께 중앙 수비를 맡기고. 오른쪽 수비수로 활약하던 김창수(22·대전)를 왼쪽에, U-20대표팀 출신의 신광훈(포항)을 오른쪽에 기용하는 등 전술적 변화를 시도했다.

새로운 포백 수비진은 원정경기에서 무리한 공격가담을 자제한 대신 철저한 안정 위주의 경기운영으로 시리아의 예봉을 효과적으로 막아냈다. 그러나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빠른 패싱전개가 늦고 미드필드진과의 간격 유지가 제대로 되지 않아 몇 차례 위험한 순간을 맞이한 장면은 옥에 티였다.

시리아전 이전에 가진 일본과의 평가전(0-3) 완패에서 드러났듯, 강팀과의 대결에서도 과연 얼마나 안정감을 보여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한편, 올림픽대표팀은 새로운 수비자원의 발굴과 선수 보호가 시급한 상황이다. 각급 대표팀에서 혹사당한 김진규가 오른발 피로골절을 당한 데 이어 시리아전에서는 전반 18분 만에 강민수가 한쪽 눈이 잘 보이지 않는 뇌진탕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선수 보호 차원에서는 당연히 교체해야했지만, 박 감독은 대체할 수비수가 없다는 이유로 부상을 당한 선수에게 90분 풀타임을 뛰게 했다. 대체 선수 발굴도 발굴이지만, 자원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선수보호에 대한 개념이 없는 이런 몰지각한 팀 운영이 계속된다면 올림픽 본선진출도 상처뿐인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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