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李’ 이용규-이종욱-이대형
타격·수비·주루 ‘공수주 경쟁’
2005시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프로야구에는 차세대 톱타자가 없었다.
2005시즌 초반 당시 8개 구단 톱타자 자리는 이종범·전준호·정수근·이병규·박재홍·송지만·김인철·장원진 등이 꿰차고 있었다. 정수근을 제외하면 모두 30대 베테랑들이었다.
정수근도 고졸출신으로 당시 프로 11년차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마땅한 새얼굴이 나타나지 않은 시점이었고 실질적으로 이종범·전준호·정수근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순수 톱타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3년 사이 특급 톱타자들이 차례로 등장해 톱타자 기근현상을 해결했다. KIA 이용규(22), 두산 이종욱(27), LG 이대형(24)이 차례로 잠재력을 폭발한 것. 세 선수 모두 왼손 외야수로 닮은 점이 많다. 이른바 ‘李들의 최고 톱타자 경쟁’이 구축된 셈이다.
▲ 개요
가장 먼저 잠재력의 꽃망울을 터뜨린 주인공은 이용규였다. 2004시즌 종료 후 2:2 트레이드를 통해 LG에서 KIA로 이적한 이용규는 이적 첫 해부터 팀의 최하위 추락에 따른 내후년 대비 체제의 수혜를 받으며 빠르게 적응했다.
이용규를 데려온 유남호 당시 감독은 트레이드를 단행할 때부터 그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설익은 유망주였던 이용규를 개막엔트리에 포함시킨 것에서 얼마나 기대치가 컸는지 짐작할 수 있다.
2005시즌 충분한 출장기회를 부여받으며 적응기를 가진 이용규는 이종범의 노쇠화와 함께 지난해부터 풀타임 톱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최다안타 타이틀 획득과 함께 외야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하며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지난해에는 또 하나의 톱타자가 출현했다. 바로 이종욱이었다. 2003년 현대에 입단한 후 아예 기회조차 잡지 못하며 2군에서만 시간을 보내다 상무 입대 후 지난해 제대했지만, 그와 동시에 현대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야구를 포기할까도 고민한 이종욱이었지만 ‘고교동기’ 손시헌의 권유로 입단테스트를 받고 두산에 입단한 것이 새로운 전환점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이종욱의 빠른 발과 남다른 열정에 주목했고, 시즌 초반부터 외야에 결원이 생기자 이종욱을 중용했다. 한 번 잡은 기회를 이종욱은 놓치지 않았다. 공수주에서 광활한 잠실구장의 외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두산의 뛰는 야구를 주도했다.
올해는 이대형의 차례였다. 2004시즌 종료 후 KIA와의 트레이드 과정에서 이대형을 남기고 이용규를 넘긴 LG로서는 지난해 이용규의 맹활약에 땅을 쳐야만했다.
하지만 올해는 얼굴에 퍼지는 미소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올해로 데뷔 5년차가 된 이대형이 이제야 잠재력을 터뜨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그저 발만 빠른 ‘육상선수’에 불과했던 이대형은 타격에도 점차적으로 눈을 뜨기 시작했다. 고질적인 약점이 어느 정도 사라진 가운데 정확히 맞추는데 어느 정도 깨우친 모습.
또한 리그에서 가장 빠르다는 스피드는 도루에서도 찬란하게 빛나고 있다. 현재 페이스대로라면 1997년 이종범 이후 10년만의 60도루 돌파가 기대된다.
▲ 타격
이용규는 타격이 가장 돋보인다. 지난해 타격 3위(0.318)에 오르고 최다안타 1위(154개)에 오른 것에서 나타나듯 공을 맞추는 재주가 뛰어나다. 덕수정보고 시절 이용규는 장타력도 있는 타자였다. 고교 1학년 시절에는 초고교급 투수였던 김진우를 상대로 펜스를 정면으로 맞추는 장타를 터뜨릴 정도로 힘이 좋았으며 스윙 자체도 작지 않았다.
하지만 KIA로 이적한 후에는 작은 체구에 적합한 교타자로 변신하며 빛을 발하고 있다. 방망이를 짧게 쥐고 공을 최대한 배꼽까지 끌어당겨놓고 치는 콤팩트한 스윙으로 공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있는 것. 올 시즌 부상 후유증에 따른 훈련량 부족으로 부진했지만 7월 이후 타율은 무려 3할8푼8리다.
타격이 약하다는 이유로 현대에서 방출된 이종욱은 타격이 부쩍 발전했다. 지난해 2할8푼4리라는 수준급 타율을 기록했지만, 내야안타가 무려 30.9%였다. 빠른 발을 앞세운 내야안타와 볼 고르는 것을 제외한 순수 방망이질에 있어서는 큰 위협이 되지 못한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올 시즌 타율 3할3리를 기록, 한 단계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을 끝까지 바라보고 제대로 맞히는 타격의 정석을 실행으로 옮기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톱타자로서 전형적인 다운스윙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 돋보인다. 올 시즌 이종욱의 타구에 유난히 라이너성이 많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이대형은 아직 타격 자체만을 놓고 볼 때에는 이용규나 이종욱보다 한 수 아래라는 평이 중론이다. 올 시즌 타율 2할8푼8리를 기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지만 내야안타가 무려 36.6%나 된다. 물론 내야안타도 명백한 안타다.
하지만 빠른 발로 만드는 안타와 타격으로 만든 안타의 차이는 존재한다. 예년보다는 나아졌지만, 공을 맞히는 순간 몸이 앞으로 쏠리거나 나가는 고질적인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하지는 못했다. 타격 중심을 잡아 놓고 공을 기다리면서 때리는 능력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종욱의 타격이 발에서 방망이로 발전했듯 이대형의 가능성도 충분하다.
▲ 주루 및 수비
올 시즌 이대형은 산술적으로 62.3개의 도루가 가능하다. 이대형의 순수 스피드는 팀 동료 오태근과 함께 프로야구 선수 중 최고로 평가된다. 지난해까지 고질적인 습관성 오른쪽 어깨 탈구로 빠른 스타트와 스피드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슬라이딩이 되지 않았던 이대형이지만 올 시즌에는 어깨 완치와 함께 슬라이딩도 안정됐다는 평.
하지만 이종욱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40도루 이상을 기준으로 할 때 지난해 이종욱의 도루성공률(0.879)은 2004년 전준호(0.883) 다음가는 기록이었다. 도루의 4S(스타트·스피드·슬라이딩·센스)를 모두 갖춘 공격적인 베이스러닝을 펼치는 주자가 바로 이종욱이다.
상대적으로 이용규의 주루능력은 이대형이나 이종욱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 물론 발목 뼛조각 부상을 당하기 전인 2005년(31개)과 2006년(38개)에는 도루 부문에서 상위권을 다퉜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부상 후유증 탓인지 주루 플레이의 폭발력이 상실된 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수비에서는 범위가 넓다는 평이다. 중견수와 우익수가 가능한 이용규는 타구판단이 빠르고 공을 쫓아가는 스피드도 빨라 수비범위가 넓은 편이다. 게다가 고교시절 투수로도 곧잘 출전했을 정도로 어깨도 강견이다. 다만 송구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것이 흠으로 지적된다.
이종욱과 이대형 역시 수비가 좋은 편이다. 이종욱의 수비는 ‘허슬’로 대변된다. 이종욱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도 지난해 5월7일 LG와의 잠실경기에서 조인성의 홈런 타구를 잡기 위해 펜스로 올라가 점프한 열정적인 수비에서부터였다. 뜬공 처리가 안정적이며 다이빙캐치 능력도 뛰어나다.
이대형은 수비에서 화려함과 거리가 있지만 빠른 발을 앞세운 넓고 안정적인 수비범위가 최대강점이다. 중견수로서 수비범위가 매우 넓다. 그러나 아직은 타구판단이 느리고 송구의 정확도와 펜스 플레이에 있어서도 조금 더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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