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파이어볼러’ 최대성-권혁
공통점 많은 그들의 5가지 키워드
‘파이어볼러’. 흔히들 불같은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들에게 붙는다. 파이어볼러가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면 관중들은 일제히 전광판을 주목한다. 검은 전광판에 ‘150’이라는 묵직한 숫자가 노랗게 새겨지는 순간, 관중들은 탄성을 지른다.
요즘 프로야구에도 이 같은 파이어볼러들이 뜨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대성(롯데·22)과 권혁(삼성·24)이 예사롭지 않다. 공통점이 많은 두 파이어볼러를 5가지 키워드로 살펴본다.
① 파이어볼러
파이어볼러는 귀하다. 시속 150km대 강속구를 힘들이지 않고 던지는 투수는 흔치 않기 때문. 더욱이 투수의 제구력을 다듬을 수는 있어도 구속을 증가시킬 수는 없다. 물론 투구 폼 교정을 통해 어느 정도의 구속은 증가시킬 수 있다고 하더라도 파이어볼러를 만들 수는 없다. 한마디로 파이어볼러들은 타고났다. 최대성과 권혁도 마찬가지. 최대성은 올 시즌 최고 시속 158km를 기록했고 권혁은 왼손임에도 150km대 강속구를 뿌린다.
그러나 두 투수 모두 그동안 ‘미완의 대기’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파이어볼러가 바늘이라면, 컨트롤 불안은 실과 같았다. 최대성과 권혁이 던지면 타자들은 왠지 모를 두려움을 느꼈다. 공이 어디로 갈지 종잡을 수 없었기 때문. 삼진도 많았지만 볼넷도 많았다. 제 아무리 파이어볼러라 할지라도 컨트롤이 떨어지면 소용이 없다. 지금껏 적지 않은 파이어볼러들이 이름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진 이유였다.
다행히 최대성과 권혁은 올해 드디어 껍질을 깨고, 스로어(thrower)에서 피처(pitcher)로 거듭났다.
② 트레이드
최대성과 권혁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유망주였다. 흔히 구단들끼리 트레이드를 할 때에는 팀 전력에 즉시 도움이 되는 선수들도 보지만, 미래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들도 주시하기 마련이다. 특히, 유망주 투수의 경우에는 주요 주목대상으로 떠오른다. 최대성과 권혁도 이 같은 이유로 트레이드설에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했다. 결과적으로 롯데와 삼성은 최대성과 권혁을 트레이드 불가로 선언, 그들의 가치를 더욱 상승시켰다.
최대성은 2005시즌 중 현대에서 입질이 있었다. 당시 김재박 감독은 최고의 성적을 내던 외국인 타자 래리 서튼을 매물로 최대성을 영입하려했다. 그러나 최대성이 그해 9월 야구월드컵에서 최고스타로 떠오르자 롯데에서 트레이드를 거부했다.
권혁은 2003시즌 후 ‘기타 파문’으로 이순철 감독과 갈등을 일으킨 LG 이상훈의 트레이드 후보로 주목받았다. 2003년 준플레이오프에서 2연패 수모를 당한 삼성으로서는 우승을 위해 이상훈을 영입할 수도 있었지만, 장고 끝에 가능성이 큰 권혁을 보호했다.
③ 불펜특급
현대야구에서 불펜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선발진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불펜진이 허약하면 경기 종반에 뒤집히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 불펜의 핵심은 ‘프라이머리(primary) 셋업맨’이다. 프라이머리 셋업맨이란, 마무리투수 바로 이전에 등판해 1~2이닝을 책임지는 제1의 셋업맨을 의미한다. 올 시즌 초반, 프로야구 최고의 프라이머리 셋업맨은 5승을 거둔 신용운(KIA)과 함께 최대성과 권혁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최대성은 19경기에 등판, 33⅓이닝을 던져 3승3홀드 방어율 0.81·WHIP 0.72를 기록 중이다. 피안타율은 0.123에 불과하다. 출루허용 자체를 원천봉쇄하고 있는 것. 권혁 역시 18경기에 등판해 29⅓이닝을 소화하며 3승6홀드 방어율 2.45·WHIP 1.02를 기록하고 있다. 피안타율도 0.137밖에 되지 않으며, 9이닝당 탈삼진은 14.11개에 달한다.
최대성이나 권혁 모두 각각 롯데와 삼성의 승리 징검다리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무엇보다 불같은 강속구로 경기 종반 타자들을 압도한다는 점에서 더욱 위력적으로 느껴지고 있다.
④ 등번호
선수들에게 등번호는 하나의 분신이다. 물론 등번호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선수들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대개 등번호에 대한 애착이 큰 편. 선수들만큼이나 팬들도 등번호에 민감하다. 특히 과거 좋아했던 선수들이 등번호를 통해 오버랩되는 경우에는 진한 향수마저 불러일으킨다. 최대성과 권혁의 등번호도 남다르다. 최대성은 올해부터 11번을 달고 있으며 권혁은 데뷔 후 줄곧 47번을 등에 붙이고 있다.
롯데에서 11번은 특별하다. 1984년 한국시리즈에서 홀로 4승을 거두며 롯데의 사상 첫 우승을 이끈 ‘불멸의 전설’ 최동원의 등번호이기 때문이다. 롯데팬들은 강속구와 투혼으로 대변되는 최동원처럼 최대성도 롯데의 새로운 11번 전설이 되길 바라고 있다.
권혁이 달고 있는 47번은 공교롭게도 자신과 트레이드설이 나돌았던 ‘야생마’ 이상훈의 고유번호. 등번호 47번의 이상훈은 왼손 파이어볼러의 상징이었고, 마운드에서 직구 하나만으로 우직하게 정면 승부하는 권혁의 투구 모습에서 이상훈이 오버랩되는 게 사실이다.
⑤ 미래
최대성과 권혁의 미래는 한마디로 무궁무진하다. 그동안 줄곧 가능성에만 그쳤지만, 올해 드디어 가능성을 실현시키고 있다. 고질적인 약점인 컨트롤 난조를 보완하고 자신감과 여유까지 생기면서 위력이 배가 되고 있다. 특히 최대성은 프로 데뷔 후 투수로 변신해 어깨가 싱싱하고, 권혁은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뒤 선동렬 감독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그러나 두 투수가 롱런하기 위해서는 변화구를 가다듬고 완급조절능력을 기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최대성이나 권혁 모두 직구 구사 비율이 압도적이다. 최대성은 깔끔하고 간결한 투구폼, 권혁은 장신에서 내리 꽂는 투구 폼으로 타자들을 윽박지르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전력투구일 때 가능한 일. 궁극적으로 두 투수가 선발투수를 꿈꾼다면 확실한 결정구와 완급조절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다행히 시간은 최대성과 권혁의 편이다. 당분간은 불펜에서 활약하게 될 만큼 현재 투구 패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직 젊은 피의 파이어볼러들이기에 체계적으로 성장해가는 것이 우선이다. 야구팬들은 두 투수가 불같은 강속구만을 뿌릴 것이 아니라 진정한 완성형 투수가 되길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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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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