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家 공익재단 결산 해부②] 주식 보유액 '0원→20억→0원'…3년째 부실 공시

지봉철 기자 (Janus@dailian.co.kr)

입력 2026.09.20 17:23  수정 2026.09.20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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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제표엔 단기매매증권 18억1314만원, 자산현황표·명세서엔 '0원'

2025년엔 20억원어치 주식 정리하고 처분 명세서는 아예 빠져

총자산 70억원 중복 계상에 소재지까지…법정 공시항목 줄줄이 어긋나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임광현 국세청장 인사청문회에서 제시한 자료ⓒ국회방송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가 147억원을 출연한 동아시아문화센터가 최근 3년간 결산공시에서 보유 주식을 누락하거나 처분 내역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본지가 동아시아문화센터의 2023~2025년 공익법인 결산서류를 분석한 결과, 재단은 2023년 재무상태표에 단기매매증권 18억1314만원을 반영했다. 그러나 같은 결산서류의 자산현황표 '주식 및 출자지분' 항목과 부표2 '주식 등의 출연·취득·보유 및 처분 명세서'에는 보유액을 0원으로 신고했다. 같은 결산서 안에서 주식 관련 자산의 분류와 명세가 엇갈린 것이다.


◆ 2023년 빠진 주식, 이듬해 명세서가 드러냈다


2023년 말 재단이 주식을 보유했던 정황은 이듬해 제출한 결산서류에서 확인된다. 2024년 부표2에는 재단이 그해 알파벳A 2200주, LG화학 562주, 삼성전자 3563주를 매각하고 엔비디아를 취득한 것으로 기재됐다. 애플 1625주와 마이크로소프트(MS) 935주는 취득 내역 없이 보유 종목으로 올라 있다.


이를 역산하면 재단은 2023년 말 이들 5개 종목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당시 종가와 원·달러 환율로 평가한 본지 계산액은 약 18억1314만원으로, 재무상태표의 단기매매증권 18억1314만2311원과 사실상 일치했다. 그런데도 2023년 자산현황표와 주식 명세서에 적힌 보유액은 0원이다. 5개 종목을 갖고도 명세서에는 한 종목도 올리지 않은 셈이다.


재단 밖 자료에서도 같은 내용이 확인된다. 시민단체 군사정권범죄수익국고환수추진위원회(환수위)가 지난해 7월 국세청에 낸 고발장에는 2023년 유동자산이 52억원으로, 이 가운데 단기투자자산이 32억원, 단기매매증권이 18억원으로 적혀 있다. 재단이 같은 해 자산현황표와 주식 명세서에 보유액을 0원으로 신고한 것과 배치된다.


주식이 장부에서 통째로 사라진 것은 이듬해다. 2024년 말 20억1649만원이던 보유 주식은 2025년 말 0원이 됐다. 애플 5억9819만원, MS 5억7933만원, 엔비디아 8억3898만원어치다. 그러나 2025년 공시 자료에는 부표2가 첨부되지 않아 언제, 얼마에 처분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같은 기간 단기투자자산이 75억8082만원에서 98억6416만원으로 22억8334만원 늘었다. 주식 계정이 사라진 해에 단기 금융상품이 비슷한 규모로 불어난 것이다. 그러나 주식을 판 돈이 이 가운데 어디로 들어갔는지는 결산서류에 나오지 않는다. 운용소득 사용명세서에 하나증권에서 금융자산을 취득하는 데 11억5273만원을 썼다는 기재가 있을 뿐이다.


총자산을 70억원가량 부풀려 공시한 사례도 확인됐다. 2024년 4월 공개된 2023년 원공시본은 내부 계정인 '수익사업출자금' 70억2826만원을 통합 재무상태표에서 지우지 않았다. 공익목적사업과 수익사업 양쪽에 같은 금액이 잡히면서 총자산은 152억원이 아닌 222억원으로 공시됐다. 환수위가 고발장에서 성격을 밝히라고 요구한 기타비유동자산 70억원이 이 돈이다.


재단은 2024년 10월 28일 재공시에서 이를 152억원으로 낮추면서 정정 사유란은 비워 뒀다. 다른 재공시에서 '기재 사항 오류' 등 이유를 밝힌 것과 대조적이다. 총자산의 3분의 1에 가까운 금액을 고치고도 무엇이 잘못됐는지 설명하지 않은 것이다. 152억원은 이듬해 결산서류에도 그대로 적혔다.


소재지 기재도 일관되지 않았다. 법인 등기부상 재단은 2024년 주사무소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종로구 사직동으로 옮겼다. 그러나 2024년과 2025년 자산현황표에는 이전 주소가 그대로 기재됐다. 2025년 공시 파일에서도 자산현황표는 연희동, 세무확인서는 종로구로 엇갈렸다.


5·18 기념재단 원순석 이사장(왼쪽)과 차종수 부장이 지난달 14일 서울 대검찰청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씨와 아들 노재헌·딸 노소영 씨 등을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부동산에서 금융상품으로, 주식에서 다시 금융상품으로


특히 재단은 김 여사의 출연금 문제가 불거진 2024년 8~9월, 2017~2023년 중 6개 회계연도의 결산공시를 잇달아 정정했다. 2023년 기부금 이월 잔액은 0원에서 97억6600만원으로, 설립 당시 결산서에 '노소영 1000만원 현금 출연'으로 기재됐던 항목은 5억원으로 바뀌었다. 기부금 이월 잔액에는 김 여사가 2020년 출연한 95억원이 포함됐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공익법인이 출연받은 재산을 3년 안에 직접 공익목적사업 등에 사용하지 않으면 증여받은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한다. 다만 공익목적사업에 충당하기 위해 수익용 재산으로 운용한 경우에도 사용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 실제 과세 대상인지는 자산의 운용 목적과 사용 내역을 따져 세무당국이 판단해야 한다.


한편 검찰은 지난 8월 21일 김 여사의 자택과 재단 등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지난달 말 재단 관계자와 고발인 측이 차명계좌 명의인으로 지목한 전직 비서관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고발인들은 출연금이 부동산과 주식, 금융상품으로 형태를 바꾸며 유지된 과정이 김 여사의 이른바 '안방 비자금' 세탁 의혹과 관련돼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재단의 자산은 해마다 형태를 달리했다. 2024년 11월 청운동 건물을 47억원에 매각한 뒤 단기투자자산(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금융상품)은 43억9469만원 증가했다. 부동산이 금융상품으로 전환된 셈이다.


이듬해에는 주식 20억1649만원이 장부에서 사라진 사이 단기투자자산이 22억8334만원 늘었다. 주식이 빠진 자리를 금융상품이 대신했다. 이런 자산 재편에도 총자산은 2024년 말 179억9326만원에서 2025년 말 179억5911만원으로 3414만원 감소하는 데 그쳤다.


동아시아문화센터 측은 본지가 보낸 관련 질의에 답변 시한까지 회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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