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 '국민의 뜻, 국민의 삶 더 살피겠습니다'에서 메모지를 넘기고 있다. ⓒ뉴시스
지지율 폭락과 탄핵론
최근 모든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격한 하락세다. 한국갤럽과 리얼미터 등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은 매주 떨어지면서 30%대 초반까지 밀려났다. 여권 내부에서조차 “30%선까지 무너지면 정권 자체의 힘이 빠진다”는 경고음이 켜졌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와 사면 복권된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이 탄핵론을 놓고 왜 탄핵을 들먹거리냐며 프레임 이론 논쟁을 벌일 정도가 되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도 탄핵논쟁에 가세했다. 최소한 김승원에 대한 김민석 민주당 대표의 “볼수록 잘한 인사”라거나 김의겸의원의 “이슬만 먹고 사는 사람을 임명할 수는 없다”는 발언이 지지율 추락 속도를 더한 것은 분명하다.
기자회견과 정권의 실효성
지지율 반등과 분위기 쇄신을 기대했던 2기 내각 인사가 오히려 30%대 지지율을 고착화시켰다. 인사가 암초로 튀어나오면서 여권 전체는 수세에 몰렸고, 대법관 제청을 둘러싼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일전은 물건너갔다. 이재명 대통령은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지지율 반등을 시도했다.
대통령은 ▲취임 30일 ▲취임 100일 ▲계엄 1년(12월 3일·이상 지난해) ▲신년(1월 21일·이하 올해) ▲취임 1주년(6월 8일) 등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이번이 가장 어려웠을 것이다. 지지율이 높으면 언론도 질문할 때 신중하게 어휘를 고르지만 지지율이 떨어지면 질문도 훨씬 공격적이 되는 법이다.
인사, 공소취소, 연임 개헌 등 3대 논란이 기자회견의 주요 의제였고 ‘국민의 뜻, 국민의 삶, 더 살피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백드롭을 걸었지만 국민 설득에는 크게 못 미쳤다.
재점화된 도덕성 논란
구체적인 정책 한두 개 때문에 이렇게 지지율이 폭락하는 경우는 없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실책, 세제 개편 실패,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인사 난맥상 등을 지지율 하락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틀렸다. 개별적 이유는 지지 철회의 표면상의 이유일 뿐이며,드러난 핑계일 뿐이다.
근본 원인은 지난해 6월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이 이재명 후보에게 기대한 역할이 있었다. 내란세력 척결과 민생 경제 회복이다. 두 역할 가운데 내란 세력 척결은 지나칠 정도로 잘 해 왔다. 문제는 후자, 민생 경제 회복이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지 1년 3개월, 민생 경제 회복 역할을 당정청이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부동산 실책, 세제 개편 실패까지는 그래도 괜찮다,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공소취소 특검, 연임 개헌론, 인사 난맥상 등이 더 큰 문제였다. 이 대목에서 국민이 잠시 잊으려 했던 이재명 대통령의 도덕성과 신뢰성 문제가 다시 살아나면서 지지율이 30%대에서 고착화되고 있다.
지지율 폭락의 근본원인
지방선거 직전부터 지지율이 떨어졌는데 그 원인을 대증요법으로 해결하려 들었다. “역량과 도덕성 양쪽에서 부정 평가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단기 호재로는 만회하기 어렵고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타개책 없이는 회복하기 어렵다.” 시사저널에 인용된 김수민 평론가의 분석이다. 부동산 세제 등 정책 이슈에서 ‘무능한 문재인 시즌 2’로 전락했다.
18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대국민 기자회견 생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만일 정책을 문재인 시즌 2로 가고 싶었다면, 친문 세력의 인적 청산이라도 했어야 했다. 사람도 그대로 정책도 그대로라면 국민으로서는 2022년 문재인 정권을 교체한 의미가 없는 것이다. 도덕성에 문제는 있어도 스스로 말한 대로 ‘일 잘 하는’ 대통령을 원했는데…1년 동안 기다려 보니. ‘일도 잘 못하는 부도덕하고 못 믿을 대통령’으로 판명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이재명 대통령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당성과 실효성
미국의 고전적 정치학자 세이머 립셋는 정당성과 실효성의 4분면을 그려두고 정권의 국정 장악능력을 설명한다. 정당성과 실효성을 모두 갖춘 정부가 최선의 정부다. 정당성도 실효성도 모두 없는 정부는 최악으로 논외다. 민주주의 역사가 짧은 나라에서는, 정당성과 실효성의 어느 하나만 갖고 다른 하나를 결여한 정부가 많다. 집권 과정이나 집권자의 정당성이 확보되면, 실효성이 다소 부족해도 국민은 참는다. 단 너무 길어지면 안된다. 문재인이나 윤석열이 여기 해당한다. 집권 과정도 정당했고 개인도 큰 도덕적 흠결은 없었지만, 너무 무능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한국 국민은 실효성을 기대하며 도덕적 흠결이 많은 이재명을 선택했다. 실효성은 부족한 정당성을 일시적으로 보상할 수 있다. ‘일시적으로’. 그러나 실효성이 조금만 성에 차지 않으면 국민은 바로 정당성을 추궁한다. 립셋도 강조한다. 정당성이 뒷받침되면 실효성의 위기는 잠시 잊을 수 있다. 그러나 실효성이 제공되도 정당성의 위기는 그냥 지나가지 않는다. 때문에 집권자는 본인이나 본인이 속한 집단의 도덕성을 높이고 실효성을 강화하는 정책 노선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실효성을 챙겨라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과 세제 정책에서 실패함으로써 실효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공소취소와 보완수사권폐지, 연임 개헌, 인사 파탄 등으로 그러지 않아도 부족한 본인의 도덕성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 마지막으로 친문 세력과 단절하지 않고 문제 많은 인사를 기용함으로써 집단의 도덕성도 개선하지 않았다. 삼박자 모두 잘못 선택한 것이다. 18일 기자회견도 시기와 메시지 모두 잘못 골랐다.
회견 당일 아침에 30분씩 연기하면서 ‘준비 안 된 기자회견’임이 확인됐다. 일 못 하는 대통령임도 확인됐다. 대통령이 성남시 시정운영과 대한민국 국정운영을 혼동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대통령의 정치 참모인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이 제 역할을 해야 할 때다. 정책의 실효성을 더 철저히 챙겨라. 공소 취소, 연임 개헌을 백지화하고 인사 검증도 새롭게 더 철저히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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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구철 금강대 연구교수·전 TV조선 선거방송기획단 단장
※외부 필진 칼럼입니다.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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