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반기보고서에도 소송가액 4890만 달러 기재
법원 2개 청구 지시평결·배심원도 북미법인 손 들어
2013년 배기가스 규제 문제서 시작…형사사건 거쳐 역소송
HD건설기계의 차세대 굴착기 HX400.ⓒHD건설기계
HD건설기계가 미국에서 전직 자문변호사와 벌여온 4890만 달러(약 660억원) 규모 손해배상 소송에서 승소했다. 회사가 지난달 제출한 반기보고서에서까지 소송 전망을 예측할 수 없다고 밝혔던 사건이다. 2013년 미국 건설장비 배기가스 규제 문제에서 시작돼 형사사건과 민사소송으로 이어진 12년 넘는 사건의 후속 재판 결과가 나온 것이다.
11일 업계와 미국 현지 법률자료 등에 따르면 미국 일리노이주 쿡카운티 순회법원에서 지난달 열린 존 Y. 리(John Y. Lee)와 HD건설기계 북미법인(HD Construction Equipment Hyundai North America Inc.) 간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과 배심원은 북미법인 측의 손을 들어줬다.
HD건설기계는 지난달 14일 제출한 반기보고서에서도 이 사건의 소송가액을 미화 4890만 달러로 기재했다. 6월 말 기준 회사는 "소송 전망을 예측할 수 없음"이라고 밝혔으며 진행 상황에는 '2026년 8월 24일 본안 재판 예정'이라고 명시했다.
이번 소송은 북미법인의 자문변호사였던 리 변호사가 2023년 9월 제기했다. HD건설기계는 반기보고서에서 리 변호사가 북미법인의 배기규제 위반 사건에 연루돼 상당한 손해를 입었다는 취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설명했다.
HD건설기계 측 법률대리인인 셰퍼드 멀린에 따르면 재판은 예정대로 지난달 24일 시작됐다. 리 변호사 측의 증거 제시가 끝난 뒤 법원은 고의적 정신적 고통 유발(intentional infliction of emotional distress)과 민사상 공모(civil conspiracy) 청구에 대해 북미법인 승소 취지의 지시평결(directed verdict)을 내렸다.
이어 배심원 판단에 넘겨진 악의적 기소(malicious prosecution) 청구에서도 북미법인이 승소했다. 이에 따라 리 변호사가 제기한 세 가지 청구 모두 이번 1심 재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소송의 뿌리는 201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당시 미국법인은 새로운 배출가스 기준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엔진을 제한적으로 수입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참여했지만 실제 수입량이 허용 범위를 크게 넘어섰다.
이후 2015년 내부고발자가 이 사건을 미 환경보호청(EPA)에 제보했다. EPA는 미국법인이 배출가스 규정을 위반해 최소 2269대의 비규격 디젤 건설장비를 미국 시장에 유통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미국법인은 미국 정부를 상대로 한 사기 공모와 청정대기법(Clean Air Act) 위반 혐의를 인정했고 2018년 195만 달러의 형사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듬해에는 관련 민사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4700만 달러 규모의 민사 벌금에 합의했다.
리 변호사 역시 이 사건으로 형사재판을 받았다. 미 법무부는 2019년 리 변호사를 위증 3
건과 사법방해 1건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리 변호사가 연방 대배심에서 EPA에 제출된 자료와 관련해 자신이 제공한 법률 자문 등에 대해 허위 증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리 변호사는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 그는 회사 측이 미국 정부에 허위 정보를 제공해 자신이 형사기소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취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사건은 2017년 4월 HD건설기계가 HD현대중공업에서 인적분할되기 전 건설장비사업부문에서 발생했다. 리 변호사는 HD현대중공업도 피고 중 하나로 지정했지만, HD현대중공업에 대한 청구는 지난해 12월 미국 법원에서 인적 관할권이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남아 있던 북미법인 상대 소송에서도 회사 측이 승소하면서 2023년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은 1심에서 HD건설기계 측 승소로 마무리됐다. 셰퍼드 멀린은 이번 재판에서 한국과 미국에 걸친 12년 이상의 사건 기록과 증거가 다뤄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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