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제 임기는 헌법상 명확히 제한"
홍익표·강훈식도 최근 반복 언급
여권 "확실히 안 한다 말하기 전 단계"
국민의힘 "말 돌리기…연임 안 한단 말 無"
프랑스 국빈 방문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10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대통령 임기 문제를 잇달아 꺼내고 있다. 연임 개헌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여권에선 연임 포기 선언을 앞둔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지층 충격을 미리 덜어내려는 포석이라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동포 오찬간담회에서 "어쨌든 저의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 있기 때문에 빨리 시작해야 그 효과를 오랫동안 누릴 수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 순방이 잦은 이유를 설명하다 나온 발언이지만, 연임 개헌 논란이 한창인 시점이라 파장이 컸다. 이 대통령은 "임기 후반에 아무리 좋은 관계를 맺어도 그때는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참모들도 같은 메시지를 반복해왔다. 홍익표 정무수석은 지난 8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서 "비서실장하고 저하고 다 현행 헌법상 가능하지도 않고 대통령께서 그런 것을 생각해보지도 않았다고 분명히 얘기했는데도 자꾸 지금 그 논란이 커지고 있는 것은 좀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좀 더 분명하게 대통령께서 의사를 밝히실 것으로 보고 있다"고 예고했다.
앞서 강훈식 비서실장도 지난 7월 2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이 '우리나라 헌법 체계가 연임을 허용하지 않고 국민도 쉽게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씀하신다"고 전했다. 이어 "헌법 128조 2항은 앞으로도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며 "우리가 지켜야 할 역사적 합의"라고 강조했다. 홍 수석 역시 같은 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현행 헌법상 현직 대통령의 연임을 위한 개헌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배경엔 계산이 깔려 있다. 임기 연장은 현행 헌법상 위헌 소지가 크다. 헌법 128조 2항이 개헌 제안 당시 대통령에게는 임기 연장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못박고 있어서다.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논란이 두 달 넘게 이어지면서 국정 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지율까지 흔들리자 청와대로서는 논란 자체를 정리하고 갈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날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임기를 연장하는 얘기를 하는 순간 전부 위헌이기 때문에 애초에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걸 알기 때문에 처음에는 어떻게 해볼까 생각하다가, 지금은 여론이 전혀 안 되는 쪽으로 굳어졌으니 이쯤에서 풀어야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는 이번 발언을 사전 단계로 해석했다. 그는 "미리 조금씩 풀어놓는 것"이라며 "확실히 안 한다는 얘기를 하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사전 단계에서 미리 충격을 줄이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지하는 사람들한테 충격을 줄이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하는 게 오히려 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지지율도 변수다.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최근 여러 여론 조사에서 잇달아 30%대를 기록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한 번 더 풀어서 확실히 안 할 거라고 정리하고 가야 한다"며 "그렇게 안 풀면 지지가 계속 빠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본격적으로 안 한다고 얘기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설 시점도 멀지 않아 보인다. 이 대통령은 프랑스 순방을 마치고 10일 귀국했다. 청와대는 현재 대국민 소통 방식을 검토 중이다. 기자회견이나 인터뷰 형식이 거론된다. 연임 문제에 대한 대통령 본인의 답변도 이 자리에서 나올 수 있다.
야권 해석은 다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연임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니라, 왜 이렇게 해외 순방을 자주 다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며 "국민 여러분, 대통령의 말 돌리기를 언제까지 듣고 있어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제 임기는 헌법상 명확하게 제한돼 있다, 그래서 한 번 더 하려면 꼼수 개헌이 꼭 필요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뒷부분을 잘라내고 앞부분만 이야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도 가세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현행 헌법상 대통령 임기가 명확하게 제한돼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라며 "그걸 고치지 않겠다고 약속하라는 건데 자꾸 동문서답을 한다"고 썼다. 이어 "죽어도 '연임 안 한다', '재판 받겠다'는 말은 못 하겠다는 그 본심은 충분히 알았으니 말장난으로 국민 우롱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개헌을 통해 그 임기를 늘리거나 다시 출마할 길을 열 생각이 있느냐는 것"이라며 "'나를 위한 연임·중임 개헌은 없다' 그 한마디면 다 끝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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