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즉흥 맞나요?”…유튜브 좇다 가랑이 찢어진 TV 여행 예능의 딜레마 [방송 뷰]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6.09.10 13:46  수정 2026.09.1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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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나혼산’ 작위적 즉흥 여행 논란…"스태프만 미리 준비 했다" 등의 부족한 해명도 비판

신규 예능도 시작 전부터 ‘의심의 눈초리’

최근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방송인 전현무가 선보인 ‘즉흥 여행’ 콘셉트가 시청자들의 비판의 대상이 됐다. 여행지 선정부터 숙소 예약과 관광 루트까지, 모든 것을 ‘즉흥적’으로 소화하는 전현무의 모습에 ‘다수의 스태프들도 즉흥으로 여행을 한 것이 맞냐’는 의심 어린 시선이 이어진 것이다.


여기에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의 의문 가득한 해명에 TV 프로그램의 한계까지 거론되고 있다.


논란은 한 시청자가 전현무의 카자흐스탄행 준비 장면을 두고 현지에서 “(렌터카를 빌리기 위해선) 현지 알마티 영사관에서 공증받거나 한국 카자흐 대사관에서 면허를 따로 공증 받아야 된다. 제주도 렌터카 빌리듯 보여줬다”고 지적한 것에서 시작됐다.


‘나 혼자 산다’에서 카자흐스탄 알마티로 여행 떠난 전현무ⓒMBC 영상 캡처

이 방송에서는 전현무가 즉흥적으로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를 여행하는 과정을 다뤘고, 이때 전현무가 무작정 공항을 방문해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여행지로 선정하고 항공권을 발권하고 숙소와 렌터카 등을 예매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상에서 제작진이 계획된 여행을 즉흥 여행으로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으나, 제작진은 “방송 이후 현지 렌터카 이용 방법에 대한 문의가 있어 주카자흐스탄 대한민국 대사관에 확인한 결과, 별도의 공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방송에 공개된 내용 그대로, 카자흐스탄으로 출발하기 직전 공항에서 현지 렌터카 업체에서 요구한 국제운전면허증과 여권을 제출하고 차량을 대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다수의 스태프가 동행하는 TV 예능 특성상, 스태프들까지 즉흥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가능하냐는 의문이 이어졌고 결국 제작진은 결국 스태프들만 사전에 준비를 했다는 해명을 내놨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해외 촬영 가능성에 대비해 항공편과 촬영 여건을 미리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제작진은 제한된 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는 근거리 국가들을 중심으로 여러 가능성을 살펴봤으며, 전현무가 평소 관심을 보여온 여행지와 당시 항공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카자흐스탄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결정될 경우 곧바로 촬영에 대응할 수 있도록 스태프의 항공권을 미리 발권하고 현지 촬영 협조도 요청해 뒀다”고 말했다.


‘스태프들만 미리 준비를 했다’는 설명은 ‘리얼리티’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에게 부족한 해명이었다.


이러한 ‘가짜 리얼리티’ 논란의 여파는 론칭을 앞둔 타 여행 예능으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가고 싶은 곳도, 먹고 싶은 것도 그날그날 마음 가는 대로 정한다’는 콘셉트의 MBN ‘디스이즈현무로드’는 방송 전부터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특히 한 차례 조작 의혹을 받은 전현무가 여행 루트를 짜 여행하는 모습은 ‘나 혼자 산다’의 이번 논란을 상기시킬 수밖에 없다. 추성훈과 김종국이 ‘본능’에 따라 여행하는 SBS Plus ‘상남자의 여행법’ 역시 비슷한 과제를 안게 됐다.


최근 여행 예능의 트렌드는 유튜브 플랫폼이 주도하고 있다. 곽튜브, 빠니보틀 등 유튜버들의 ‘내 이야기’ 같은 여행기에 호응하는가 하면, 유튜브 채널 ‘뜬뜬’에서는 어플 없이 몸으로 직접 부딪히는 ‘풍향고’, ‘풍향중’ 시리즈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잘 짜인 여행 대신, 예측 불가능한 돌발 상황으로 당황하면서도 그래서 더 즐거운 여행을 경험하는 유재석, 지석진, 양세찬, 이성민에 시청자들은 뜨겁게 호응했다.


전현무의 즉흥 여행 편 역시,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다만 최소 수십 명의 스태프가 움직이고, 안전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TV 예능 시스템상 완벽한 즉흥 여행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유튜브의 유연함을 담아낼 수 없는 상황에서, 콘셉트만 강조하다 작위적이라는 비판만 받게 됐다.


유튜브를 따라가려던 TV 예능이 결국 ‘가랑이가 찢어지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무리한 시도로 시청자의 신뢰를 잃은 ‘나 혼자 산다’ 제작진이 결국 TV 여행 예능을 향한 불신의 씨앗을 심게 됐다는 것이다.TV 여행 예능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은 무엇일지, 신뢰 회복을 위한 새로운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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