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 IP 그늘 벗어나 전곡 프로듀싱으로 컴백
팀 이탈 대가로 짊어진 코어 팬덤 분열의 무게
"팀 탈퇴에 대한 당위성 무대로 입증해야"
대형 기획사 보이그룹에서 보컬과 랩, 프로듀싱의 핵심 축을 담당하던 멤버들이 팀을 떠나 독자 노선을 택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만 해도 엔하이픈을 탈퇴한 에반(희승)이 직접 프로듀싱한 앨범을 앞에서 컴백했고, NCT의 상징적 멤버였던 마크 역시 신생 레이블로 둥지를 옮겨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안정적인 대형 IP의 그늘을 벗어나 각자의 음악을 하겠다고 나선 이들의 행보는, 다인원 기획형 아이돌 시스템의 구조적 한계와 ‘완전체’ 환상이 깨진 뒤 발생하는 팬덤 갈등이라는 산업적 현실을 동시에 드러낸다.
케이팝 대형 기획사의 다인원 그룹 시스템은 철저히 세분화된 A&R과 치밀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작동한다. 수십 명의 글로벌 작곡진이 설계한 트랙 위에서 멤버들은 3분 남짓의 러닝타임을 쪼개 부르며, 회사가 설정한 콘셉트를 충실히 소화하는 데 집중한다. 상업적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이지만, 직접 곡을 쓰고 자기 이야기를 하려는 멤버에게는 표현의 제약으로 작용한다.
가수 에반 ⓒ빌리프
에반은 지난 7일 새 앨범 ‘데스 오브 미’(DEATH OF ME) 발매 당시 이번 작업을 “나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이자 자화상”이라 정의하며 전곡 프로듀싱을 주도한 배경을 밝혔다. 그는 “어릴 적 혹독한 소아암 치료를 겪으며 느낀 희망이라는 감정처럼, 내 내면에서 나온 진솔한 스토리를 담아내는 게 중요했다”며 “이 음악이 대중에게 닿지 않을 때가 스스로의 존재가 사라지는 ‘음악적 소멸’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속사 빌리프랩 역시 “각자가 그리는 방향성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중 희승이 추구하는 음악적 지향점이 뚜렷함을 확인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마크는 SM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종료하고 팀에서 탈퇴하면서 지난 6월 1인 기획사 ‘어퍼룸’을 공식 출범했다. 당시 그는 “10년동안 세상을 최고로 보고 경험하면서, 최고의 여정을 보내다보니, 내가 꿀 수 있는 최고의 꿈이 무엇일지, 제가 마크라는 사람으로 살면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할일과 목적이 무엇일지에 대해서 고민을 자연스럽게 하게 된 것 같다”며 “오랫동안 고민을 하다가 결국 정말로 그 꿈의 정확한 완성된 모습이 어떨지가 궁금해지고 제대로 몰두해서 다이빙을 하고싶게 되었다. 저의 음악 혹은 열매가 무엇일지, 그것을 어떻게 세상에다가 맺을 수 있을지를 제대로 찾아서 꼭 이루고 싶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가수 마크 ⓒ어퍼룸
실제로 개인의 사적인 서사나 음악적 지향점을 다인원 그룹의 판타지 세계관 안에 녹여내기는 구조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그룹 활동 중 축적한 개인 작업물을 바탕으로 사내 솔로 전향을 택한 에반이나, 10년간 유닛 체제 속에서 쉼 없이 소모되다 독립을 택한 마크는 모두 규격화된 시스템 밖으로 터져 나온 창작 갈증이라는 공통분모를 갖는다.
그러나 팀을 떠난 대가는 가혹하다. 케이팝 비즈니스의 핵심 엔진은 멤버 간의 유대감과 ‘영속하는 완전체’ 서사다. 팬덤은 그룹 전체의 관계성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기 때문에, 핵심 멤버의 이탈은 단순한 역할 변경이 아닌 팬덤에 대한 배신으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에반의 경우 기획사에 남아 솔로 활동을 이어가는 ‘사내 독립’ 형태를 취했음에도 그룹 팬덤의 반발을 피해 가지 못했다. 같은 울타리 안에 있으면서도 그룹 활동만 중단한 선택은 오히려 ‘그룹을 발판 삼아 개인 욕심을 챙겼다’는 비판의 빌미가 되기도 한다. 소속사를 완전히 떠나 새 판을 짠 마크나, 기획사 인프라는 유지하되 그룹만 나온 에반이나 ‘완전체를 깬 멤버’라는 낙인과 코어 팬덤의 분열은 동일하게 짊어져야 할 사업적 리스크다.
경로는 다르지만 도달해야 할 결론은 같다. “왜 팀을 나와야만 했는가”에 대한 당위성을 음악과 무대로 입증하는 것이다. 감정적인 호소나 해명으로는 돌아선 그룹 팬덤을 설득할 수도, 새로운 대중을 유입시킬 수도 없다. 이름값을 떼고 홀로 선 이들이 들고나온 결과물이 팀 탈퇴라는 출혈을 상쇄할 만큼의 자생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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