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도면 美로 넘겨 현지서 검증·승인…생산 직전까지 챙긴다
시제품→사전양산→양산 조직…설계 변경·정부자료도 美서 관리
미 육군 시험 직접 대응하고 정비·보급까지…전력화 이후도 대비
한화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 육군협회(AUSA) 방산전시회에서 선보인 K9A2 자주포. 한화디펜스USA는 미국에서 지상전투차량의 설계·생산·군수지원 등에 대응할 현지 조직을 구축하고 있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디펜스USA의 헌츠빌 채용공고에는 낯선 문장이 하나 있다. "다른 컴퓨터 지원 설계(CAD) 관리자들과 협력해 설계를 한화디펜스USA로 이전(transition designs to HDUSA)한다."
단순한 현지 사업지원 조직의 업무로 보기엔 범위가 넓다. 확인해보니 이유가 있었다. 한화는 지금 지상전투차량의 설계부터 생산, 정비·군수지원까지 전 과정에 대응할 현지 조직을 헌츠빌에 구축하고 있다.
설계도면도 미국으로 간다
31일 관련 업계와 현지 자료 등에 따르면 한화디펜스USA가 모집하는 지상차량 시스템엔지니어의 업무는 요구조건 정의, 인터페이스 설계, 시스템 아키텍처, 모델기반체계공학(MBSE)까지 차량 설계 전반에 걸쳐 있다.
그 중심에 컴퓨터 지원 설계를 총괄하는 'CAD 설계 리드(CAD Design Lead)'가 있다. 공고에는 다른 CAD 관리자들과 협력해 "설계를 한화디펜스USA로 이전"한다고 명시했다. 설계가 MIL-STD-31000 등 미 국방부 기준을 충족하는지 관리하고 기술자료패키지(Technical Data Package·TDP)를 관련 규격에 맞춰 구축·관리한다. 실제 생산에 들어가기 전 CAD 설계 산출물을 검토·승인하는 역할도 맡는다.
'설계→제작→정비 상태' PLM으로 추적
더 흥미로운 건 설계 이후다. 한화는 제품수명주기관리(PLM) 체계 안에서 차량의 설계 상태(As-Designed)와 실제 생산 상태(As-Built), 운용·정비 상태(As-Maintained)를 하나로 이어 관리하도록 했다. 도면에서 시작해 제작과 운용·정비를 거치며 달라지는 차량 상태를 하나의 데이터 체계에서 추적하는 구조다.
설계 변경과 정부 제출자료 관리도 미국 조직이 맡는다. '형상관리 리드(Configuration Management Lead)'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문서·CAD 파일의 형상과 엔지니어링변경제안(ECP) 등 변경 절차를 관리한다. '데이터관리 전문가(Data Management Specialist)'는 기술데이터·소프트웨어·계약자료를 대상으로 "지상차량 프로그램의 전주기적 데이터관리(end-to-end data management for ground vehicle programs)"를 수행한다. 미 정부 제출자료의 규격과 데이터 권리 표시, 수정·재제출까지 관리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오른쪽)와 K10 탄약운반차. K10은 K9에 탄약을 자동으로 보급하는 궤도형 탄약운반차량이다.ⓒ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급망 넘어 美 육군 시험·안전 대응까지
설계 다음은 생산이다. 별도로 모집하는 생산관리자는 궤도형 포병차량 프로그램의 제조 실행을 맡아 시제품부터 사전양산, 양산까지 전 단계를 관리한다. '공급망관리자(Supply Chain Manager)'는 이를 뒷받침할 조달·물류·생산계획·공급업체 관리를 통합하고 ITAR·EAR 등 수출통제와 미국 정부조달 규정 준수까지 맡는다.
시험과 향후 전력화 단계에 대비한 안전 대응도 현지에서 맡는다. '지상전투차량 제품안전엔지니어(Ground Combat Vehicle Product Safety Engineer)'는 MIL-STD-882E 기준에 따른 시스템안전과 위험분석을 수행한다. 시험과 향후 'material release'를 위한 안전·위험분석 보고서를 작성하고 미 육군 시험 인력과 직접 접촉한다.
군수지원 조직도 별도로 꾸린다. '조달엔지니어(Provisioning Engineer)'는 초기 보급자료와 정비·인력 계획을 수립한다. '제품지원관리자(Product Support Manager)'는 미 육군 지상차량 프로그램의 통합제품지원(Integrated Product Support·IPS)을 맡아 정비·보급·기술자료·교육·지원장비부터 배치지원(fielding support)까지 관리한다.
다만 배치지원 업무가 채용공고에 포함됐다고 해서 미 육군의 실제 전력화가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향후 단계에 필요한 지원기능까지 조직에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화디펜스USA는 채용 홈페이지에서 스스로를 한화의 기술과 생산방식을 미국에 이전하는 '통로(conduit)'라고 규정하고 있다. 설계 이전에서 시작해 TDP·PLM·형상관리, 공급망, 시험·안전, 군수지원까지 이어지는 채용 흐름은 이 같은 전략이 현지 조직 구축으로 구체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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