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무의 '즉흥 여행', '무리한' 기획이었나
관찰 예능 문법, 근본적 신뢰 위기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또 한 번 진정성 논란에 휩싸였다. 방송인 전현무의 카자흐스탄 여행기를 담는 과정에서 미리 계획한 여행을 ‘즉흥 여행’으로 둔갑시킨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제작진은 “추가 공증 절차는 뒤늦게 확인한 것”이라며 현지 관광청의 사전 지원 및 협찬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시청자들이 느낀 실망감의 본질은 조작 여부를 떠나, 관찰 예능의 핵심인 리얼리티에 대한 공감이 실종된 데 있다.
지난 14일과 21일 ‘나 혼자 산다’에서는 전현무가 즉흥적으로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를 여행하는 과정이 담겼다. 전현무는 무작정 공항을 방문해 비행기 시간에 맞춰 카자흐스탄 알마티를 여행지로 선정했다. 이후 항공권을 발권하고 숙소와 렌터카 등을 예매하는 무계획 여행을 즐겼다.
'나 혼자 산다' 전현무ⓒMBC 영상 캡처
그러나 방송 이후 한 네티즌이 렌터카를 빌리는 장면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5월에 8박 10일 다녀왔는데, 현지 알마티 영사관에서 공증받거나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관에서 면허를 따로 공증받아야 된다. 무슨 제주도 렌터카 빌리듯 해놨다”라고 말했고, 이에 제작진이 계획된 여행을 즉흥 여행으로 조작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여기에 알마티시가 공식 페이지를 통해 ‘해당 촬영은 알마티시 관광국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고 설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제작진은 “방송 이후 현지 렌터카 이용 방법에 대한 문의가 있어 주카자흐스탄 대한민국 대사관에 확인한 결과, 별도의 공증 절차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대사관 측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로 현지에서 피해를 보는 국민이 많아, 다시 한번 안내해 현지를 방문하는 국민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치하겠다고 전해왔다”고 해명하며 “이번 카자흐스탄 여행과 관련해 촬영 지원이나 협찬 등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촬영팀을 비롯해 통역, 현지 코디네이터 등 수십 명의 스태프가 필요한 지상파 대형 프로그램에서 항공권, 숙소, 차량 예약이 과연 순수하게 ‘무계획’으로 이뤄질 수 있냐는 시청자들의 의문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조작 여부와는 별개로, 현지 운전면허 규정을 간과할 만큼 허술한 진행에 실망감이 이어졌다. 잘못된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한 것도 문제지만, 그만큼 무리하게 즉흥 여행을 진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본질적으로는 방송 촬영이라는 든든한 안전망 안에서 이뤄지는 ‘무계획’, ‘즉흥’에 시청자들도 더 이상 속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 홀로, 훌쩍 떠난 여행자가 만나는 돌발 상황을 ‘낭만’, ‘모험’으로 포장하지만, 그 이면에 자리한 수많은 스태프들을 떠올릴 때 시청자들은 기만감을 느끼기도 한다.
관찰 예능의 무리한 연출이 도마 위에 오르며 신뢰를 잃어온 것도 사실이다. 앞서 ‘나 혼자 산다’ 출연자인 박나래가 대용량 음식을 만들어 나누는 모습으로 ‘큰손’ 이미지를 구축했으나, 그가 음식을 준비하고 만드는 과정에 매니저들이 상당 부분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2019년 태국 남부 꼬묵섬에서 대왕조개를 발견하고 채취하는 장면을 내보낸 SBS ‘정글의 법칙’ 역시 ‘프리 다이빙으로 대왕조개를 채취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전문가가 사냥해 놓은 걸 배우가 들고 오는 것을 연출한 것’이라며 조작 의혹에 휩싸였었다. 2021년 TV조선 ‘아내의 맛’의 함소원 시부모 별장 대여 및 대역 논란도 리얼리티의 진정성을 훼손한 사례였다.
대규모 인력과 자본이 투입되는 방송 프로그램상 ‘완벽한’ 리얼리티를 담아낼 수 없다는 한계는 있다. 당시 ‘아내의 맛’ 제작진 역시 “모든 출연진과 촬영 전 인터뷰를 했으며, 그 인터뷰에 근거해서 에피소드를 정리한 후 촬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며 조작이 아닌, 방송상의 연출이라고 해명을 했었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분노하는 지점은 뻔히 보이는 연출마저 ‘진짜’로 포장하거나, 자칫 위험할 수 있는 현실까지 ‘낭만’으로 포장하는 제작진의 태도다.
‘나 혼자 산다’가 장수 프로그램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화려한 해외 로케이션 또는 극적인 전개가 아닌, 평범한 1인 가구의 삶에 대한 ‘공감’이었다. 공감 대신 선택한 재미가 자칫 무리한 기획은 아니었는지, ‘나 혼자 산다’의 진정성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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