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해외는 플랫폼 규제할 때 '표현의 자유' 못 박는데…한국은 '원칙'도 없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입력 2026.08.25 07:00  수정 2026.08.25 07:00

국회입법조사처, EU·영국·호주 플랫폼 규제 비교분석

영국, 표현의 자유 고려 의무…뉴스·언론 콘텐츠 별도 보호

호주, 정치적 의사소통 자유 침해하지 않도록 법률에 명시

韓도 이의신청·분쟁조정 가능…표현의 자유 보장 원칙 빠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유럽연합(EU)과 영국, 호주 등 주요국이 온라인 플랫폼의 불법정보 규제 강화와 동시에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는 법적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가운데, 한국의 경우 이의신청 제도는 마련됐으나 플랫폼 사업자의 표현의 자유 고려 의무가 법률상 명시되어 있지 않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부산 해운대구을)이 국회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해외 플랫폼 규제 및 시사점' 회답서에 따르면, EU·영국·호주는 플랫폼의 불법정보 대응 의무를 명시함과 동시에 이의제기, 불만처리, 분쟁조정 및 정치적·언론적 표현 보호 제도를 다각도로 운용하고 있다.


EU, 게시물 삭제·계정 정지에 6개월간 이의제기권 보장


EU의 '디지털서비스법'은 온라인 플랫폼에 불법정보 신고 체계와 내부 불만 처리 시스템을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규정했다.


게시물 삭제나 접근 차단뿐만 아니라 계정 정지·해지, 수익 창출 제한 등의 조치를 받은 이용자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이용자는 제재 조치가 내려진 날부터 최소 6개월간 비용 부담 없이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특히 이의제기 심사는 단순 자동화 방식으로 처리할 수 없도록 했다. 적절한 자격과 역량을 갖춘 전담 인력의 감독하에 신속하고 비차별적으로 심사해야 하며, 이용자의 주장이 타당하면 게시물 삭제나 계정 제재 등 기존 조치를 취소해야 한다.


플랫폼 내부 절차로 해결되지 않으면 이용자는 회원국 규제 당국이 인증한 재판 외 분쟁조정기구를 선택할 수 있다. 분쟁조정기구는 플랫폼과 이용자로부터 독립돼야 하고 필요한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다만 조정 결과가 법원 판결과 같은 강제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초대형 플랫폼에는 불법·유해정보의 유통 위험을 평가하고 이를 완화할 의무도 추가로 부과된다. 신고된 콘텐츠의 처리 역량 강화, 신속한 삭제·접근 제한, 이용자 계정 및 수익화 조치, 추천 알고리즘 조정 등이 위험 완화 수단에 포함된다.


법률 위반이 중대하게 계속되는 경우에는 과징금 부과뿐 아니라 엄격한 요건과 사법적 절차를 거쳐 서비스 접속을 일시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수단도 마련돼 있다.


영국, 플랫폼의 '표현의 자유 고려 의무' 법제화


영국의 '온라인안전법'은 이용자 간 서비스와 검색서비스에 불법정보 위험평가와 신고·불만처리 절차를 마련하도록 했다. 불법정보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고, 아동이 이용하는 서비스에는 연령확인 등 추가적인 보호조치도 요구한다.


핵심은 플랫폼이 안전조치 및 운용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할 때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사생활 보호의 중요성을 고려하도록 법률에 명시했다는 점이다. 불법·유해정보 규제가 합법적인 표현 영역까지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도록 사업자에게 별도의 고려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특히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플랫폼에는 민주적 가치가 담긴 콘텐츠나 뉴스 발행자, 언론적 성격의 콘텐츠를 보호하는 강화된 의무가 적용된다. 언론적 콘텐츠가 삭제되거나 접근이 제한될 경우 전용 불만처리 절차를 통해 신속히 심사하여 이의가 타당하면 콘텐츠를 즉시 복원하거나 이용자에게 내려진 제재를 철회해야 한다.


또한 영국 정부는 일정한 대형 플랫폼이 공정한 재판 외 대체적 분쟁해결 절차를 마련하고 참여하도록 의무화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호주, 삭제 명령은 24시간 내 이행…정치적 표현 보호 명시


호주의 '온라인안전법'은 사이버폭력, 성인 대상 중대 사이버학대, 불법촬영물 등 법적 요건을 갖춘 콘텐츠에 대해 디지털안전국이 삭제를 요구할 수 있도록 정했다.


피해자가 원칙적으로 해당 플랫폼에 신고한 뒤 조치되지 않으면 디지털안전국에 신고할 수 있으며, 삭제 통지를 받은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는 원칙적으로 24시간 이내에 조치를 완료해야 한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만든 성적 딥페이크 등도 법적 기준에 부합하면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호주는 강력한 삭제 제도와 함께, 해당 법률의 적용이 헌법상 인정되는 '정치적 의사소통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별도 조항을 뒀다. 정부의 삭제 권한이 정치적 표현 영역까지 남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한국, 이의신청 절차는 있지만 '표현의 자유 보장 원칙' 빠져


우리나라의 현행 '정보통신망법' 역시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게시물을 삭제·차단하거나 계정을 정지·해지할 때 신고자와 게시자에게 사유와 이의신청 절차를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의신청 대상에는 게시물 삭제·접근차단·노출 제한뿐 아니라 계정 정지·해지, 광고수익 등 수익화 제한, 금전 지급 제한, 서비스 중지·종료 등이 포함된다. 신고자나 게시자는 통지를 받은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으며, 플랫폼의 조치나 이의신청 결과에 대해서는 분쟁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국회입법조사처 분석에 따르면, 국내법에는 플랫폼 사업자가 콘텐츠를 규제하는 과정에서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고려하거나 보장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이 명시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입법조사처는 표현의 자유 보장 원칙을 법률에 신설하면 민간 플랫폼 사업자의 과도한 게시물 삭제나 이용자 계정 정지 처분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국내 불법정보 규제는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시정요구와 방통위 시정명령 등 피해자 구제에 집중돼 있어, 단순히 표현의 자유 조항만 추가할 경우 선언적 규정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표현의 자유 원칙과 더불어 삭제·차단 기준의 투명성 확보, 실질적 이의제기 절차, 독립적 분쟁조정 제도가 종합적으로 완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애 의원은 "불법정보에는 신속히 대응하되 정당한 비판과 정치적 표현까지 위축돼서는 안 된다"며 "플랫폼의 삭제·차단 기준을 투명하게 하고 이용자의 실질적인 이의제기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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