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후 최저 지지율 발표 당일 수보회의
"국민 눈높이엔 속도 못 미치는 부분 많아"
"임기 초반 긴장 풀리며 신뢰 잃은 역대 정부"
부동산 대책 부정 전망도 두 배 웃돌아
이재명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해 있다.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국정운영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당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반칙과 불공정, 비정상을 바로잡는 중단없는 개혁이 더없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정 정책을 콕 집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같은 날 발표된 여론조사 지표와 겹쳐 보면 최근 논란이 된 부동산 정책의 실행력 문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읽힐 여지가 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18~19일 통신 3사 제공 100% 무선 가상번호를 활용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실시한 정기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 긍정평가는 42.8%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조사보다 5.0%p 하락한 수치로 취임 이후 최저치다. 부정평가는 5.7%p 오른 52.5%로, 긍정·부정 격차는 9.7%p로 오차범위 밖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정부가 지난 13일 내놓은 부동산 대책의 주택시장 안정 효과에 대해서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이 51.8%로 '효과가 있을 것'(25.4%)의 두 배를 웃돌았다. 서울에서는 부정 전망이 61.6%에 달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44차 수보회의 모두발언에서 "규칙을 지키면 손해를 보고, 어기면 이득을 본다는 인식이 팽배하면 어떤 정책도 효과를 보기 어렵다"며 "그래서 반칙과 불공정, 비정상을 바로잡는 중단없는 개혁이 더없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를 통해 공동체의 연대와 신뢰가 굳건해지면 대체불가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길도 더 탄탄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거창한 구호나 목표보다 국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게 중요하다"며 범정부 합동대응단 출범 이후 보이스피싱 범죄가 눈에 띄게 감소한 사례를 들어 "이런 성과를 사회 전 분야로 꾸준히 확산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점매석·담합·주가조작·국고 부정수급 등 경제질서 교란행위와 디지털 성범죄·마약·중대재해·공직부패에 대해서도 국민 삶에 큰 피해를 준다며 집중 대응을 주문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이 대통령이 임기 평가를 자청한 부분이다. 이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440여일이 지났다. 20% 조금 넘게 임기가 지난 셈인데 매우 빠르게 지나갔다는 생각이 든다"고 돌아봤다. 임기 초반 대내외적 어려움 속에서도 국정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고 3대 메가프로젝트 같은 국가 대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것을 성과로 꼽으며 "묵묵히 헌신한 공직자 여러분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이 대통령은 곧바로 자기 진단으로 말을 이었다. 그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여전히 미진하거나 속도를 내야 될 부분이 적지 않다"며 "정책 수립 과정에서 민생 현장의 실정을 살피지 못하거나 집행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 발언은 부동산 정책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8·13 공급대책이 발표 일주일 만에 절반 넘는 국민에게서 "효과 없을 것"이라는 평가를 받은 시점과 겹친다는 점에서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이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역대 정부 사례까지 거론하며 경고성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역대 정부들도 임기 초반의 긴장감이 느슨해지는 시기에 공직기강 해이로 국민의 신뢰를 잃는 사례가 자주 발생했다"며 "같은 우를 다시 범하지 않도록 과거의 사례들을 반면교사 삼아야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끝으로 "다시 마음을 다잡고 임기를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국정 속도를 높이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며 "무엇보다 국정의 중심축인 정부 부처들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선제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청와대도 각별한 책임감을 갖고 부처들과 소통하며 속도감 있는 국정을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는 전기차 충전체계 고도화 방안과 지방공항 중심 관광권 육성 방안이 보고됐다. 강유정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이 여유 전력을 활용할 시장 개발과 전기차 보급 확대 필요성을 짚었고, 관광 정책과 관련해서는 외국인 대상 혐오집회 현황을 별도 보고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관료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난 혁신적 접근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이날 발언은 특정 정책에 대한 직접적 언급 없이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지만, 취임 후 최저 지지율과 부동산 정책 부정 평가가 동시에 발표된 날 나왔다는 점에서 정치적 맥락을 배제하고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론조사 결과와 발언 시점이 겹친 건 우연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국정 전반의 속도와 체감도를 다시 점검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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