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미는 언어의 경계를 그었지만…스키즈, 한국어로 세계를 넓히다 [가요 뷰]

전지원 기자 (jiwonline@dailian.co.kr)

입력 2026.08.19 08:29  수정 2026.08.19 08:31

스트레이 키즈, 2022년부터 올해까지 9장 앨범 모두 빌보드200 정상에 올려

쓰리라차가 한국어 말맛·제작 주도권 지키고 공연·축제는 세계로

스트레이 키즈(Stray Kids)가 세계 시장에 맞춰 바꾼 것은 음악이 팬에게 닿는 방식이었다. 한국어 랩의 말맛과 멤버들이 직접 곡을 만드는 체계를 팀의 중심에 두면서 스타디움 투어, 대형 음악 축제를 이어가는 이들의 전략은 음악이 소비되는 범위를 넓혔다.


스트레이 키즈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18일 미국 빌보드에 따르면 스트레이 키즈가 지난 7일 발매한 ‘디스 앤 댓’은 22일 자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 1위로 진입했다. 발매 첫 주 미국에서 기록한 앨범 소비량은 36만 9000유닛으로 자체 최고치다.


이로써 스트레이 키즈는 2022년 ‘오디너리’(ODDINARY)를 시작으로 ‘맥시던트’(MAXIDENT), ‘파이브스타’(★★★★★ (5-STAR)), ‘락스타’(樂-STAR), ‘에이트’(ATE), ‘합’(合 (HOP)), ‘카르마’(KARMA), ‘두 잇’(DO IT)에 이어 이번 앨범까지 빌보드 200에 진입한 9장의 앨범을 모두 정상에 올렸다. 빌보드 200이 정규 주간 차트로 자리 잡은 1956년 이후 처음 나온 기록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어는 스트레이 키즈의 작법을 만드는 재료로 기능했다. 신보에서는 영어 제목과 훅의 비중을 넓혔지만 한국어 랩과 문장이 곡의 중심을 잡는다.


이들의 대표곡 제목에도 번역만으로 모두 옮기기 힘든 뜻이 겹쳐 있다. ‘神메뉴’는 새로운 메뉴인 ‘신메뉴’와 ‘신이 내린 메뉴’를 동시에 가리킨다. 음악을 요리에 빗대 자신들만의 결과물을 내놓겠다는 뜻이다. ‘소리꾼’은 남의 ‘잔소리’를 하는 사람과 전통 음악의 소리꾼을 포갰다. 곡과 뮤직비디오에도 국악기와 추임새, 풍물놀이와 북청사자놀음의 이미지를 활용했다.


‘특’은 특이함과 특별함, 별남과 별처럼 빛나는 존재라는 의미를 연결했다. ‘락스타’는 즐거움과 음악을 뜻하는 한자 ‘樂’을 록스타와 겹치고, 같은 음가를 지닌 우리말을 이어 붙였다. ‘합’ 역시 여덟 멤버가 이루는 합과 힙합의 ‘HOP’을 함께 담았다.


이러한 언어유희는 멤버들의 제작 참여와 맞물려 있다. 방찬·창빈·한으로 구성된 프로듀싱팀 쓰리라차(3RACHA)는 빌보드 200 정상에 오른 9개 음반의 타이틀곡에 모두 작사·작곡자로 이름을 올렸다. 신보 수록곡 8곡에도 세 사람 가운데 최소 한 명이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다.


앤드뉴 살폿뮤직그룹 대표는 지난 6월 한·프 수교 140주년 기념 콘퍼런스 ‘페트 드 라 뮈지크 2026+’에서 “영어가 자유롭지 않은 아티스트가 영어로만 노래를 만드는 것은 부자연스럽고 청취자도 이를 느낄 것”이라며 “우리가 만든 음악에 솔직해지려면 한국어를 써야 한다. 이를 보여주는 움직임이 에이티즈와 스트레이 키즈”라고 말했다.


앤드뉴 대표의 말처럼 한국어는 스트레이 키즈에게 자신들이 가장 자연스럽게 음악을 만들 수 있게 하는 언어다. 한국어 곡이 해외 관객에게 닿는 과정에서는 반복적인 공연 경험이 힘을 발휘했다. 세계 각지의 팬들이 같은 노래와 응원법을 공유하면서 한국어는 팀의 색을 확인하고 팬덤을 결속하는 요소가 됐다.


스트레이 키즈 신규 페스티벌 ‘스트레이시티’ 이미지 ⓒ라이브네이션

올해 시작한 월드투어 ‘런 잇’(RUN IT)은 서울 KSPO돔 5회 공연을 모두 매진시키며 출발했다. 오는 29∼30일에는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 입성한다. 스트레이 키즈는 이곳에서 단독 콘서트를 여는 최초의 해외 남성 아티스트가 된다. 지난 6월에는 미국 뉴욕 ‘거버너스 볼’의 헤드라이너로 무대에 올랐고, 다음 달 브라질 ‘록 인 리오’에도 이 축제 최초의 케이팝 헤드라이너로 출연한다.


해외 축제에 초청받는 단계를 지나 자신들의 이름을 내건 무대도 만들었다. JYP와 라이브네이션이 기획한 ‘스트레이시티’(STRAYCITY)는 9월 보고타와 부에노스아이레스, 멕시코시티에서 총 5회 열린다. 스트레이 키즈가 모든 공연의 헤드라이너를 맡고 후배 그룹 넥스지(NEXZ)와 각 도시의 현지 음악인이 무대에 오른다.


한국어와 자작곡이 음악의 중심을 잡고 공연과 축제가 그 반경을 넓히는 스트레이 키즈의 성장 방식은 그래미가 올해 신설한 ‘최우수 아시안 팝 음악 퍼포먼스’ 부문과 대비된다.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에 따르면 이 부문은 케이팝(K-POP)과 제이팝(J-POP), 씨팝(C-POP) 등 아시아 시장에서 시작됐거나 널리 알려진 팝 음악을 대상으로 한다.


일반 팝 퍼포먼스 부문이 아티스트의 국적이나 사용 언어를 출품 조건으로 두지 않는 것과 달리, 새 부문은 ‘아시아 언어의 사용’을 자격 요건으로 내걸었다. 서로 다른 음악적 배경을 가진 음악 장르를 지역과 언어를 기준으로 하나의 범주에 묶은 것이다.


새 부문이 아시아 음악인을 그래미의 주류 부문 안에서 평가하기보다 별도의 울타리로 분리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방탄소년단(BTS)은 지난달 29일 음악이 지역과 언어를 넘어 듣고 사랑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한국어로 올리고 2027년 그래미에 음원을 제출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스트레이 키즈의 성과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의 한국어 노래는 미국 메인 앨범 차트의 정상을 아홉 차례 차지했다. 같은 노래를 들고 미국과 유럽의 스타디움에 섰고, 세계적인 음악 축제의 헤드라이너가 됐다. 실제 음악 시장과 관객은 이미 언어보다 음악과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스트레이 키즈에게 한국어는 다른 팀과 구별되는 음악적 자산이다. 이들은 한국어로 음악을 만들고, 무대를 세계 곳곳에 마련했다. 아홉 번째 빌보드 200 정상은 한국어 음악의 세계 진출 가능성을 이미 결과로 보여줬다. 이제 남은 것은 세계에서 소비되는 한국어 음악을 기존 시상식과 산업의 분류 체계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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