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 개정법률 공포안, 4일 국무회의 통과
검사 보완수사권 폐지…경찰에 보완수사 요구해야
사건 처리 기간 길어지고 미제사건 적체 심화 가능성
수사 '골든타임' 한 번 지나가면 되돌릴 수 없어
검찰. ⓒ뉴시스
전국 검찰청 청사에 주인을 찾지 못한 수사기록들이 산더미처럼 쌓여가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전국 검찰에 계류 중인 미제사건은 14만 건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하나하나에 피해자의 억울함과 고통이 담겨 있지만, 이 거대한 사건의 산을 언제 처리할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문제는 지난 4일 형사소송법 개정법률 공포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오는 10월 2일 시행될 새 제도가 이같은 사법 적체를 해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수사 공백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은 검사의 직접수사권은 물론 송치 사건에 대한 직접 보완수사권까지 폐지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다.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올해 3∼5월 전국 12개 주요 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경찰과 특별사법경찰로부터 송치받아 처리한 사건 7만 9,943건 가운데 3만 5,730건(44.69%)에서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실시했다. 같은 기간 보완수사 과정에서는 무고와 위증 등 추가 범죄 혐의 143건도 새롭게 인지됐다. 이는 보완수사가 단순한 서류 보완을 넘어 새로운 범죄를 발견하고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는 기능을 수행해 왔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이 출범하면, 검사는 송치된 사건에서 미진한 부분이 발견되더라도 수사 목적으로 직접 피의자를 조사하거나 증거를 확보할 수 없다. 직접 보완수사 대신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개정법은 직접 보완수사 폐지에 따른 수사 지연과 부실 수사 우려를 줄이기 위한 나름의 장치를 만들었다. 보완수사 요구를 받은 사법경찰관이 원칙적으로 1개월 이내에 이를 이행하도록 했고, 해당 사법경찰관에게 적정한 보완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각급 공소청이나 지청의 장이 상급 수사관서 또는 중대범죄수사청 등 다른 수사기관을 지정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다. 보완수사 요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검찰. ⓒ뉴시스
그럼에도 이미 상당한 사건을 처리하고 있는 경찰에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집중된다면 사건 처리 기간이 길어지고 미제사건 적체가 심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검찰은 직접 수사할 권한이 없고 경찰은 인력과 업무 부담이 커지는 구조라면 사건이 기관 사이를 오가는 이른바 '핑퐁'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같은 제도 전환기의 혼란과 수사 공백 가능성을 고려한 듯 공소청법과 개정 형사소송법 부칙은 일정한 경과조치를 마련하기도 했다. 시행 당시 검사가 직접수사를 개시해 수사 중인 사건뿐 아니라 검사가 경찰 등으로부터 송치받아 수사 중인 일부 사건에 대해서도 예외적으로 공소시효가 임박하거나 사건의 성질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경우에는 시행일부터 90일 동안 종전 규정에 따라 수사하거나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기보다 제한적인 임시 경과조치에 그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복잡한 민생범죄나 대형 경제범죄 사건 가운데에는 90일 안에 종결하기 어려운 사건이 적지 않을 수 있다. '공소시효가 임박하거나 사건의 성질 등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범위가 하위 법령과 실무에 맡겨져 있다는 점도 시행 초기 직접수사가 허용되는 사건의 범위를 둘러싼 논란을 낳을 수 있다.
수사의 골든타임은 한 번 지나가면 되돌릴 수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증거는 사라지고 참고인의 기억은 희미해진다. 결국 그 피해는 민생범죄와 경제범죄 피해자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사건 처리가 장기화될수록 피해자들의 권리구제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사법정의의 핵심은 신속하고 정확한 진실 규명이다. 직접수사 중인 기존 사건과 시행 당시 검사가 송치받아 수사 중인 일부 사건에 적용되는 90일짜리 한시적 경과조치로 때우기에는 14만 건의 미제사건이 던지는 무게가 너무 무겁다. 검찰의 수사 기능을 폐지하는 제도 변화가 국민이 체감할 사법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미제사건 적체를 더욱 악화시킨다면, 그 부담은 결국 범죄 피해자와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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