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SF를 앞질러 가는 시대다. 미국 의회에서는 UAP(미확인 비행현상)를 둘러싼 공개 청문회가 열리고, AI는 이미 일상 속 도구가 됐다. 디지털 기술은 죽은 이의 목소리와 얼굴까지 복원해낸다. 이처럼 과거 영화가 상상했던 미래가 현실이 된 지금, 두 거장이 나란히 SF 장르로 돌아왔다. 스티븐 스필버그와 고레에다 히로카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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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스필버그는 외계인을 통해 인간의 두려움과 호기심, 공감 능력을 이야기해 왔다. '미지와의 조우'에서는 경이와 동경을, 'E.T.'에서는 교감과 우정을, '우주전쟁'에서는 두려움과 생존 본능을 그려냈다.
신작 '디스클로저 데이' 역시 외계 생명체를 소재로 하지만 시선은 외계 문명 자체에 있지 않다. 영화는 수십 년간 은폐된 외계 접촉의 진실을 파헤치는 사이버보안 전문가 다니엘과 어느 날 갑자기 모든 언어를 이해하게 된 기상캐스터 마거릿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특정 권력이 정보를 독점하고 대중이 진실로부터 배제되는 사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너지는 신뢰가 이야기의 핵심이다. 최근 미국 사회를 뒤흔든 UAP 논란과 정보 공개 요구의 분위기를 떠올리게 하지만, 스필버그가 궁극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정치적 음모가 아니다. 그는 기술과 정보가 범람하는 시대에도 인간은 무엇을 믿고 어떻게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지를 묻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역시 SF를 통해 인간을 바라본다. 오랫동안 가족이라는 관계의 본질을 탐구해 온 그는 '상자 속의 양'에서 AI 휴머노이드를 전면에 내세운다. 영화의 배경은 드론이 물건을 배달하고,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삶을 보조하는 근미래다. 하지만 영화의 초점은 기술 자체가 아니다.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부부 오토네와 켄스케는 아이의 얼굴과 기억을 이식한 7세 설정의 휴머노이드 카케루를 집으로 들인다. 영화는 AI가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가를 묻기보다, 남겨진 사람들이 상실과 함께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가에 시선을 맞춘다.
죽은 아이를 대신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지만 카케루는 단순한 대체재에 머무르지 않는다. 가족이 된다는 기쁨과 다시 버려질지 모른다는 불안 사이에서 자신만의 감정과 관계를 만들어간다. 고레에다는 이를 통해 인간과 휴머노이드, 산 자와 죽은 자, 자연과 기술처럼 서로 다른 존재들이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탐색한다.
스필버그가 진실과 신뢰의 문제를 이야기한다면, 고레에다는 상실과 공존의 문제를 들여다본다. 사회적 규모의 불신을 추적하는 시선과 한 가족의 상처를 응시하는 시선은 다르지만, 두 작품 모두 변화한 시대 속 인간의 모습을 향한다.
스필버그와 고레에다가 SF를 선택한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보다, 기술의 시대에도 잃지 말아야 할 인간의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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