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 39년, 삼성 초기업노조 출범 2년…출발도 협상도 달랐다
총파업 직전 정부 압박 속 총수 사과·법원 결정까지 '삼중 변수'
부분파업·막판 타결 반복한 현대차…2년 차 초기업노조 첫 시험대
삼성전자 초기업노동조합이 지난달 23일 경기 평택시 고덕 삼성로 일대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삼성전자 초기업노조
현대자동차 노조는 1987년 창립 직후 21일간 파업을 벌였다. 이후 수십 년간 대부분의 해에 파업을 반복했다. 협상 요구안 수백 건을 정리해 교섭안으로 만드는 것도 일상이 됐다. 파업 시간을 2시간, 4시간 단위로 쪼개 사측을 압박하는 전술은 그 경험이 쌓인 결과다.
삼성전자 노조는 2024년 처음으로 파업 신고서를 써봤다. 파업은 25일 만에 끝났다. 올해는 두 번째 파업 국면을 치렀다. 파업 전날 밤 극적으로 타결된 데 이어 27일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73.7%로 최종 가결됐다. 지난해 12월 상견례 이후 167일 만의 타결이다.
1987년 울산과 2019년 수원
현대차는 창립 이래 노조가 없었고, 권위주의 정권의 탄압과 회사의 철저한 노사관리로 노조는 꿈도 꾸기 어려웠다. 변화는 1987년 민주화 바람과 함께 왔다. 노조는 창립하자마자 그해 임금 인상과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21일간 파업을 벌였다. 노조 설립 이후 장기간 파업이 반복됐고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회사의 정리해고에 맞서 사상 최장인 36일 파업이 벌어졌다. 파업은 생존권 투쟁에서 시작해 임단협 협상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삼성은 정반대였다. 창업주 이병철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노조는 안 된다"는 말을 철칙으로 삼았다. 그 철칙이 깨진 건 2019년으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들의 직접고용 합의가 첫 균열이었다. 이듬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공식 출범했다. 2020년 5월 이재용 당시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폐기'를 선언하며 50년 철칙은 막을 내렸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 6일 울산공장 본관 동행룸에서 2026년 임금협상 상견례를 열었다.ⓒ현대차
베테랑과 신생 노조의 차이
현대차 노조는 파업을 정밀하게 설계한다. 2025년 현대차 노조는 오전·오후 출근조가 각각 2시간, 이후 4시간씩 부분파업에 돌입한 지 사흘 만에 잠정합의에 도달했다. 임금 손실은 최소화하고 사측 압박은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매년 여름 임단협 시즌이 되면 쟁의 찬반투표, 파업 예고, 부분파업, 막판 타결의 순서가 반복된다.
현대차 노조가 단일 집행부를 유지해온 것과 달리 삼성전자는 복수 노조 구조다. 이번 파업 국면을 주도한 초기업노조는 2024년 2월 출범한 2년 차 신생 노조다. 출범 1년여 만에 과반 노조 지위를 확보하며 삼성전자 창사 이래 첫 총파업 위기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조직 확대 속도에 비해 파업 경험은 부족했다. 2024년 첫 파업 당시 실제 참여자는 5000명 수준으로 전체 노조원의 15%에 그쳤다. 올해 총파업 국면에서는 DS 중심 교섭에 반발한 DX 부문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한 달 새 4000건가량의 탈퇴 신청이 접수되는 등 내부 갈등도 겪었다.
파업 과정에서 법원의 가처분 결정이 직접 개입한 것도 삼성 노조가 처음 겪는 경험이었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 18일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안전보호시설 유지를 명령했고 위반 시 하루 1억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타결 배경에는 정부의 이례적인 개입도 있었다. 앞서 김민석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에서 긴급조정권 발동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이재명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선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파업 직전 이재용 회장은 일본 출장을 중단하고 귀국해 김포공항에서 세 차례 고개를 숙였다. 총수의 공개 사과 직후 노조는 입장을 바꿔 교섭 재개를 선언했고 사측 대표교섭위원도도 교체됐다. 결과는 파업 전날 밤 타결이었다.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을 신설하고 지급률 상한을 없애는 게 핵심이었다. 임금은 평균 6.2% 인상했다. 다만 성과급 지급에는 DS부문 영업이익 달성 조건이 붙는다.
이날 찬반투표에서 찬성률 73.7%로 가결됐지만 초기업노조 찬성률 80.6%와 달리 전삼노는 21.1%에 그쳤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 부문과 스마트폰·TV·가전 등을 담당하는 DX 부문 사이에서는 합의안을 바라보는 시각차도 뚜렷했다. 가결로 노사 갈등은 일단락됐지만 성과급 격차를 둘러싼 '노노 갈등'이 새로운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가결 이후 DS와 DX 교섭 분리 가능성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노사는 현재 올해 임단협을 진행 중이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과 지난해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인공지능(AI)·로봇 도입에 따른 고용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는 관세 부담과 수익성 둔화를 이유로 맞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성과급 합의가 현대차 교섭 테이블의 기준선을 높이는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하청노조 교섭 문제까지 겹치면서 올해 협상 환경은 과거보다 복잡해졌다.
현대차 노조는 39년 동안 파업과 타결을 반복하며 자신들만의 노사관계를 구축해왔다. 삼성 노조는 이제 두 번째 파업 국면을 통과했다. 삼성 노조가 현대차처럼 자신들만의 협상 패턴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