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청갈등' 없다지만…'친명' 지속적으로 불만 표출하는 이유는? [정국 기상대]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5.12.17 04:30  수정 2025.12.17 05:24

지도부 '일방통행' 운영에 불만 쌓인 듯

당정 엇박자에 '鄭 개인정치' 의심

계파 갈등 고조시키는 '최고위원 선거'

'친명' 유동철, '친청' 문정복과 충돌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내란 전담재판부 추진 논의를 위해 16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 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내 계파 갈등을 수면 아래로 끌어내리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명청'(이재명 대통령·정청래 대표) 갈등설은 쉽게 잠잠해지지 않는 분위기다. 정청래 지도부에 대한 일부 친명(친이재명)계의 견제와 불만이 노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감정의 골이 풀리지 않는 배경엔 정청래 지도부의 일방통행에 따른 불만이 쌓인 결과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친청(친정청래)계로 분류되는 문정복 의원은 16일 최고위원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민주당을 친청, 친명과 같이 갈라놓는 것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인사 모두 계파 갈등을 일축한 바 있는데, 문 의원 역시 같은 반응을 드러낸 것이다.


"이재명 정부 성공을 위해 원팀 민주당이 돼야 한다"라는 기조는 친명·친청 계파 상관없이 동일하게 내세우는 기조다. 당 지도부도 명청 갈등설이 불거질 때마다 "민주당은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공동운명체"라면서 계파 논쟁을 일축하고 있다. 더욱이 '친명·친청' 용어 자체가 민주당을 분열시키기 위한 '갈라치기' 프레임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지난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 대표는 친명, 친청 용어에 대해서만큼은 '민주당 분열을 통해 이재명 정부를 엎으려는 의도적 갈라치기'로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민주당에 친청은 없고 친명만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친명계 역시 계파 구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정청래 지도부에 대한 불만은 적지 않은 분위기다. 대표적인 문제점은 '일방통행'으로 보인다. 앞서 무산된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 도입의 경우도 당내 일부에선 숙의 과정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정 대표의 역점 과제인 '1인 1표'가 결국 부결되자 계파 갈등의 신호탄으로 평가될 정도로 그동안 각 계파의 감정의 골은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친명계 관계자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당내에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가 드러날 수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부족하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 토론 과정이나 창구가 부족하기 때문에 의견을 수렴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는데, 다양한 사람이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구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오른쪽)와 김병기 원내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당 지도부는 재추진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이번엔 숙의 과정을 거치겠다고 공언할 정도로 몸을 낮추고 있다. 이번 부결 사태로 반대 여론을 확인한 만큼, 자칫 숙의 과정 없이 강행할 경우 당내 갈등이 또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지난 15일 지방선거 공천 규칙 당헌 개정안이 중앙위원회에서 가결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직 후보자 선출에 대한 권리당원의 권한이 확대되는 것과 함께 당직에 대한 권한 확대를 위해서도 1인1표제에 대한 숙의 과정을 거쳐 권리당원의 권한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견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청래 지도부의 당 운영을 둘러싼 여러 불만은 이미 굳어져 외부로 노출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 임기 초반인 탓에 자칫 당내 갈등이 국정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지만, 상대 계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드러나면서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당정 엇박자는 대표적으로 친명계가 우려하는 지점이다.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여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사법개혁을 비롯해 재판중지법, 양도소득세 기준 등 사안을 당이 주도하면서 대통령실보다 존재감이 부각되거나, 이견을 드러내 갈등설을 촉발시켰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통령 임기 초반부터 불거진 이례적인 당정 갈등이다. 당정은 의견 차이를 좁히기 위한 소통 과정이라고 진화하고 있지만, 정치권에선 정 대표가 향후 당대표 연임과 대권을 노리기 위해 당 주도권을 확보하려고 한다는 의심이 갈등을 키웠다고 판단한다. 현재 정 대표는 당대표 연임 의지를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 초반 엇박자에 당 주도권까지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불신을 키웠다는 것이다. 당내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이미 감정의 골이 깊어진 상황인 만큼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 대표가 연임이나 대권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보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가 산적함에도 당은 정부가 국정 운영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지도부만 돋보이는 순간이 있다 보니까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소위 정 대표가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데, 이 부분은 조율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2월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18·19차 인재영입식에서 유동철 동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에게 당 점퍼를 선물하고 있다. ⓒ뉴시스

그동안 친명계와 친청계 간 갈등이 직접 표출된 바는 없다. 이는 당 지도부가 계파 갈등이 없다는 근거로 작용했다. 하지만 최근 친청계 문정복 의원과 친명계 유동철 부산 수영구 지역위원장 간 충돌로 인해 수면 아래 있던 계파 갈등은 드러난 모양새다. 두 인사 모두 최고위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상황이라 '명청 대전' 구도는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유 위원장은 친명계 원외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 공동위원장으로 지난해 22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당대표였던 이 대통령에게 영입됐다. 계파 갈등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된 것도 유 위원장으로부터 비롯됐다.


지난 10월 정청래 대표 체제에서 진행된 부산시당위원장 선거에서 경선 컷오프된 이후 편파적인 절차를 문제 삼았다. 당시 조강특위 부위원장인 문 의원이 불이익을 줬다는 주장인데, 유 위원장이 '친명'이라는 점에서 이 사태는 계파 갈등 문제와 결부돼 논란이 확산됐다. 정 대표의 사과로 일단락될 줄 알았던 갈등은 문 의원의 이른바 '천둥벌거숭이' 발언으로 재점화됐다.


문 의원은 먼저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유 위원장을 두고 "공직, 당직도 못 하는 '천둥벌거숭이'한테 언제까지 당이 끌려다닐 거냐"라고 말한 바 있다. 공식 입장이 아닌 취재진과의 사담이 노출된 것이지만, 문 의원은 유 위원장의 사과 요청에도 "마음이 아팠다" "전혀 (비판할) 의도가 아니었다" 등 발언 정도로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문 의원의 "복도에서 기자들과 웃으면서 농담으로 한 얘기"라는 해명에 유 위원장은 "낮은 인권 의식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특히 친청계에 대한 비판과 함께, '명청대전'이 사실상 개혁의 지속과 구태 정치 간 싸움이라며 비판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이르렀다. 결국 최고위원 보궐선거까지 2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각 계파 간 신경전이 본격화되면서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어쩌면 친청(친정청래)이라는 단어는 정 대표와는 사실 상관없이 당권을 휘두르며 권위주의 폐단을 답습하는 일부의 인사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겠냐는 의심마저 든다"며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대리전이 아니라, 이재명 개혁의 지속이냐 아니면 도로 구태 정치이냐의 싸움을 지칭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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