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통 분립, 파괴의 100일"…국민의힘, '쇼통'에 부글부글 [李대통령 100일 기자회견]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입력 2025.09.12 00:20  수정 2025.09.12 00:20

李대통령, 100일 회견서 '특검법'에 동의

"내란특별재판부가 왜 위헌이냐" 발언도

협치 의지 없이 여당 독주 제동도 못 걸어

국민의힘 "독재의 신호탄이 아니면 뭐냐"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시청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이 취임 100일을 맞아 열린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국정을 선진적으로 이끌어나갈 운영 방안을 제시하기보단 협치를 거부하고, 야당 탄압을 멈추지 않겠다는 메시지만을 내면서 사실상 독재 체제를 만들겠다는 대국민 선언을 한 것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11일 국회에서 '이재명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직후 긴급 회견을 열어 "이 대통령의 취임 100일은 헌법 제1조 1항에 규정된 민주공화국을 민주당 공화국으로 만드는 시간이었다"며 "회복의 100일이 아니라 파괴의 100일이었고 '삼권 분립'이 아니라 '삼통(대통령) 분립의 시대를 열었다"고 비판했다.


장 대표가 언급한 '삼통'은 용산 대통령실의 이재명 대통령, 여의도 민주당의 정청래 대표, 충청로에 위치한 사옥에서 특정 성향 유튜브 방송을 하는 김어준 씨다. 장 대표는 "입법·행정·사법을 다 장악한 듯 하지만 결국 보이는 한 명의 (이재명) 대통령과 보이지 않는 두 명(정청래·김어준)의 대통령 즉, 3명의 대통령에 의해 권력이 나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비판을 꺼낸 건 이날 오전 국회에서 벌어진 이른바 '정청래-김병기' 갈등 때문이다. 앞서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전날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3대 특검법 개정안을 일부 수정하기로 합의했다. 대신 국민의힘은 금융감독위원회 설치법 처리에 협조키로 했다.


하지만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도 달라 바로 재협상을 지시했다"며 하루 만에 합의를 뒤집었다. 이에 김 원내대표가 "정 대표더러 사과하라고 하라"고 반발하며, 여당 내의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다.


문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조직 개편과 내란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과 어떻게 맞바꾸냐는 게 내 생각"이라며 "그걸 어떻게 맞바꾸느냐. 그런 건 타협이 아니다. 나는 그런 걸 원하지 않는다"며 '더 센 특검법'이 자신의 의중이라는 점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한 의원은 "대통령이 어디에다 힘을 실어줬단 걸 분석하는 것보다, 더 센 특검법에 동의했단 건 내란 프레임을 명분 삼아 야당인 우리(국민의힘)을 말살시켜보겠단 것"이라며 "이게 바로 자기 마음대로 하겠다는 독재의 신호탄이 아니고 뭐냐"라고 반발했다.


더 큰 문제는 이 대통령이 이날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또한 자신의 뜻과 같다는 것을 밝혔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내란특판부에 대해 "위헌이라는데, 그게 무슨 위헌이냐"라며 "삼권분립에 대해 오해가 있는데, 사법부 독립이란 것이 사법부 마음대로 하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 시스템의 설계는 입법부 권한이고,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라며 "사법부의 구조는 사법부 마음대로 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에 대해 장 대표는 "특검이나 내란특별재판부 등 민주당의 반(反)민주적 행태, 그리고 이재명 정권의 반민주적 행태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토로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통령의 내란특판부 관련 발언에 대해 "헌법 파괴마저 국민을 팔아 정당화하려 드는 이 대통령의 발상은 위험천만하다"며 "대통령까지 나서 국민의 이름을 팔아 사법부를 정치권력에 종속시키겠다고 공언한다. 이것이야말로 국민주권의 왜곡이고, 민주주의의 퇴보"라고 날을 세웠다.


또 이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검찰개혁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돌연 자신이 검찰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하더니 "전에 내게 불리한 건 사실이 아닌 것도 쓰더니 요새는 사실 그게 아니라는 팩트가 나와도 언론에 안 나온다"며 "과거 허위보도로 내가 고생했는데 물론 국민들이 가려서 대통령 자리로 보내줬지만 그게 아니라는 명백한 근거가 나와도 이상하게 반응이 없다. 그게 이상하기는 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건 대놓고 국민들을 위해 검찰을 개혁하겠단게 아니라 이 대통령 자신의 죄를 가리기 위해 검찰을 망쳐놓겠단 선언이 아니냐"라며 "대통령이 자신한테 유리한 기사가 안 나온다고 국민들 앞에서 언론을 타박하는 건 처음 봤다. 전대미문의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받는 건 이 대통령이 협치에 대한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대통령은 앞서 지난 8일 장동혁 대표, 정청래 대표와의 오찬 회동 자리에서 정 대표를 향해 "우리 정 대표는 여당인데 더 많이 가지셨으니까 좀 더 많이 내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날 회견에서는 물론이고, 본회의장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체포동의안과 3대 특검법 개정안이 민주당 주도로 강행처리되면서 협치에 대한 의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단게 국민의힘 내부 의견이다.


최수진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 대통령이 그렇게 부르짖던 여야 협치를 위해 양당의 원내대표는 부단히 노력했고 이제 막 첫발을 떼려 하는데 정 대표가 밥상을 엎어버렸다"며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은 정 대표의 일방적인 합의파기 때문에 진정성을 잃었다"고 꼬집었다.


최보윤 수석대변인도 이날 낸 논평에서 "이 대통령은 협치를 강조했지만, 정 대표 연설에는 내란 26번, 청산 19번만 있었을 뿐, 협치·통합이란 말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24시간도 안 돼 정반대 말을 한 것"이라며 "정 대표가 대통령을 제치고 독주하는 것인지, 아니면 둘 사이에 굿캅·배드캅 역할 분담이라도 있었는지 국민은 알 길이 없다. 대통령의 말은 휴지조각이 되고, 정 대표의 폭주만 남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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