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 본인 체포동의안에 '찬성표' 던져
"구속영장 청구하면 제 발로 가겠다"
해놓고 부결 요구한 李대통령과 대비
당내선 "權, 특검·李대통령에 이긴 것"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불체포특권을 '진짜 포기'했다.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에서 결백을 주장하며 스스로 자신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권 의원은 표결 직전,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서도 자신을 향한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져달라 호소하기도 했다. 당내에선 이 같은 진심을 보인 권 의원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특검, 나아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이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3일 법원에 따르면 남세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는 권성동 의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오는 16일 오후 2시에 열 예정이다. 권 의원은 전직 통일교 간부에게서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영장실질심사는 지난 11일 국회에서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통과되면서 열리게 됐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27일 권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13시간 넘게 조사한 뒤, 하루 뒤인 2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이번달 11일 국회로 넘어와 표결에 붙여지게 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당론으로 표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총 투표수 177표 중 가 173표, 부 1표, 기권 1표, 무효 2표로 가결됐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 중 유일하게 남아 투표를 하고 간 인물이 있었다. 다름 아닌 권성동 의원 본인이었다. 권 의원은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둔 신상발언을 통해서도 "국민의힘 의원 여러분, 오늘 나는 106명의 동지들에게 호소한다. 한 분도 빠짐없이 나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찬성해달라"며 "우리는 국민 앞에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우리는 민주당과 달라야 한다"고 천명했다.
권 의원은 구속영장이 청구되자마자 즉각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리고 이 같은 그의 선언은 권 의원이 스스로 자신의 체포동의안 투표용지에 '가'를 적어 넣는 것이 확인되면서 명백히 실천됐다.
박정훈 의원은 전날 MBC라디오에 나와 "권 의원은 의총에서 우리에게 찬성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우리가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국민과 약속을 하고 지키지 않는 건 과거 이재명 대표 시절에 본인이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 약속한 뒤에 지키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보여질 수 있기에 당도 고민이 클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권 의원의 행동에 당 안팎에선 권 의원이 자신의 중앙대 법대 후배이자 고시반 후배인 이재명 대통령과 확연한 인격의 차이를 드러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본인이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맡던 지난 2023년 6월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나에 대한 정치 수사에 대해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며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검찰의 무도함을 밝히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당시 발언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로부터 3개월여 뒤인 같은해 9월 21일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과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으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로 넘어오자 이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부결해달라는 호소문을 올린 바 있다.
당시 이 대표는 표결을 하루 앞둔 지난 2023년 9월 20일 페이스북에 "정치의 최일선에 선 검찰이 자신들이 조작한 상상의 세계에 꿰맞춰 나를 감옥에 가두겠다고 한다. 명백한 정치보복이자 검찰권 남용"이라며 "명백히 불법부당한 이번 체포동의안의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다. 검찰독재의 폭주기관차를 국회 앞에서 멈춰세워달라"고 적었다.
당시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총 투표수 295표 가운데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물론이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일부 양심표가 발생한 결과다.
이처럼 권 의원의 처신이 이 대통령과 다른 것에 대해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높은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체포동의안이 표결에 붙여진다는 건 엄청난 부담이고 또 무서운 일이다. 이재명 대표가 그랬던 것처럼 벌벌 떠는 게 당연한 것"이라며 "그런데 자기 자신에게 찬성표를 던진 권 의원의 행동은 확연히 대비가 된다"고 말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CBS라디오에 나와 "권 의원이 의총에서 '나와 의리 지키는 것보다 국민들한테 불체포특권 약속한 것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한 것 아니냐'며 찬성을 계속 요청했다"며 "또 '어차피 민주당한테 구걸할 생각 없고, 심판(영장실질심사)을 받아볼테니 해달라' 했는데 적어도 권 의원이 당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그런 행동을 한 것은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같은 권 의원의 행동은 추후 특검의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단 분석도 나온다. 16일 영장실질심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특검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급격하게 달라질 수 있어서다.
민중기 특검은 권 의원이 정치자금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자 휴대전화를 바꾸고, 차명 휴대전화로 의혹 관련자들과 연락을 주고 받았다는 내용을 체포동의안에 적시했다. 권 의원이 추가로 증거인멸을 할 염려가 높다는 이유로 구속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권 의원은 "지금 특검이 손에 쥔 것은 공여자의 허위 진술 뿐이다. 피의사실을 위법적으로 공표하고 가짜 뉴스를 무차별적으로 확산시켜 망신 주기와 낙인 찍기에 매진했다"며 "나는 13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대질 신문도 요청했다. 그러나 특검은 이를 거부하고 조서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맞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같은 라디오에서 "보통 뇌물 사건 같은 경우에는 공여자는 '무조건 줬다'고 그러고, 받은 사람은 '안 받았다'고 주장하는 일정한 패턴이 있는데, 진술의 일관성이라든지 그 밖의 정황 증거들을 뒷받침을 하는 것이 있어야 보통 구속까지 간다"며 "그런데 권 의원이 들고 나왔던 봉투가 사이즈랑 이런 게 안 맞고 하는 말을 하면서 그쪽(공여자)이랑 대질을 해달라고 했는데 (특검이) 그걸 거절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이미 특검에 대한 일반 국민의 여론은 나빠진 상태에서 김건희 여사를 구속기소한 특검이 동력을 얻기 위해 권 의원에게까지 손을 뻗은 것 같은데, 만약 구속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큰 비판을 받을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권 의원이 정치적으로 특검과 민주당 이 대통령을 모두 이긴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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