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고백의 역사’
설레지만, 뻔한 넷플릭스표 하이틴 로맨스에 호불호 이어져
배우진은 화려해지고 스케일은 커졌지만, 개성은 흐려졌다. ‘십개월의 미래’, ‘힘을 낼 시간’ 등을 선보이며 ‘독립영화계 스타’로 불리던 남궁선 감독이 넷플릭스와 만나 상업영화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반응은 아쉽다. ‘무난한’ 재미는 주되,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의 한계에 신인 감독의 반짝임도 무색해진 모양새다.
남 감독이 연출한 넷플릭스 영화 ‘고백의 역사’는 1998년, 열아홉 소녀 박세리(신은수 분)가 일생일대의 고백을 앞두고 평생의 콤플렉스인 악성 곱슬머리를 펴기 위한 작전을 계획하던 중 전학생 한윤석(공명 분)과 얽히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
스물아홉 청년 미래가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 출산까지의 과정을 그린 ‘십개월의 미래’, 전 재산 98만원으로 여행을 떠나는 세 청춘의 이야기를 그린 ‘힘을 낼 시간’ 등 청춘들의 팍팍한 현실을 포착하던 남 감독이, 이번엔 10대들의 고민을 들여다본 것이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레트로 감성을 물씬 풍기는 등 하이틴 로맨스의 풋풋함과 유쾌함은 살리되, 그들의 고민과 상처는 놓치지 않으며 위로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렇듯 전작과 비슷한 듯 다른 재미를 전하지만, 아쉬움도 없지 않다.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여운을 남기던 남 감독의 작품이라기엔 ‘고백의 역사’가 지나치게 ‘평범한’ 수준에 그친다는 평도 이어진다. 10대 시절 추억을 상기시키고 동시에 그들의 풋풋한 연애담에 설렘이 유발되지만, 그간 늘 봐 왔던 하이틴 로맨스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일상적 소재를 다루면서도, 캐릭터의 감정을 디테일하게 포착해 리얼리티를 배가하거나 ‘지금’ 필요한 고민을 끌어내 의미를 남겼던 남 감독의 개성이 사라진 것이 아쉽다는 평이다. 통통 튀는 10대들의 귀엽지만 가벼운 로맨스를 꾸준히 선보여 온 넷플릭스표 하이틴물의 ‘안정적인’ 재미에, 신인 감독의 재기 발랄함이 가려진 모양새다.
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가 반복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넷플릭스는 ‘84제곱미터’, ‘전, 란’을 비롯해 ‘계시록’, ‘길복순’, ‘20세기 소녀’ 등 시리즈물과 예능 사이, 오리지널 영화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요일별로 선보이는 예능만큼 숫자가 많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매년 4~5 작품은 꾸준히 선보이며 영화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첫 상업영화에 도전한 남 감독부터 2023년 넷플릭스 영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다’로 입봉한 김태준 감독, ‘20세기 소녀’로 첫 장편 영화를 선보인 방우리 감독, 무술 감독에서 연출가로 변신한 ‘황야’의 허명행 감독까지. 여러 감독들의 ‘처음’을 함께하며 ‘신인’을 발굴하는 역할도 수행 중이다.
다만 대다수의 감독들이 신선함보다는 다소 평범하고, 무난한 전개로 안정적인 재미 그 이상의 흥미나 의미는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고백의 역사’처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특유의 장르적 재미는 확고하지만, 그만큼 익숙해 아쉬움을 사곤 한다.
시리즈물, 예능 또는 시사·교양 분야에서는 TV 플랫폼에선 볼 수 없었던 과감한 표현으로 이목을 끌고, 글로벌 시청자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으며 ‘대박작’을 배출했다면 유독 영화 분야에서는 뚜렷한 강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넷플릭스표 적나라한 표현도, 큰 스케일도 영화 분야에서는 특출난 장점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외의 소구 포인트가 만들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결국 넷플릭스만큼 신인 감독 발굴에 힘쓰는 제작사를 찾아보기 힘든 것은 영화계의 씁쓸한 현실이다. 리스크를 줄이는 넷플릭스표 문법의 뚜렷한 명과 암, 그리고 이 같은 발판조차 마련하기 힘든 어려운 영화계 현실에 신인 감독들의 신선함을 만나는 기회도 드물어지고 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