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내 온도차…투쟁형 정청래 vs 협치 李
與 검찰개혁 속도전, 당정 이상기류 표면화
영수회담 "단순 만남은 무의미" 선 그은 野
'정권퇴진' 내건 張 "협치, 파이 키우는 것"
이재명 대통령이 첫 방미 일정을 마치고 28일 새벽 귀국했다. 한미정상회담과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 시찰 등 외교 일정을 마친 이재명 대통령은 곧바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당정 조율,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의 대치 구도 등 국내 정치 과제에 직면하게 된다.
27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정 간 이견이 커지고 야당과의 대치 국면까지 겹치며, '통합'을 내세운 이재명 대통령의 리더십이 정치적 시험대에 서게 됐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제와의 '원팀' 기조는 유지하되, 강경 입법 노선이 국정 리더십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당과의 조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정권 퇴진을 전면에 내세운 장동혁 체제에 대응할 새로운 정치 전략 마련도 대통령에게 주어진 과제다.
이 대통령이 '협치' 메시지를 강조한 것과 달리,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을 협상 상대로 인정하지 않으며 '정당 해산' 등 강경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민주당이 속도전을 벌이고 있는 '검찰개혁'을 두고 정부가 '신중론'을 강조하자, 당내에서는 노골적인 불만이 터져 나오는 등 당정 간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청래 지도부는 추석 전까지 검찰청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강경 노선을 유지 중이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을 둘러싼 조율 창구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향한 비난도 공개적으로 제기됐다.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청 소관 부처와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등을 둘러싼 이견이다.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을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집권여당의 검찰개혁의 속도전에 대해선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비서실장도 각각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김민석 총리는 지난 19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쟁점에 대한 국민적 공감과 공론화 과정을 강조하며 "대통령이 법무장관에게 말한 건 '어떠한 쟁점이든지 그 쟁점을 소수의 몇 사람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충분히 쟁점이 무엇인지를 공유된 상태에서 그런 과정을 거쳐 풀어갔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라고 했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같은 날 취재진을 만나 "대통령이 이 부분에 대해 정확하고 확실한 섬세한 개혁을 주문하신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이후 지난 20일 대통령과 당 지도부 만찬 자리에서는 '원팀' 메시지가 확인됐지만, 당대표의 투쟁형 리더십과 대통령의 노선 사이 온도차는 여전히 잠복해 있는 셈이다.
당정 간의 갈등은 단순히 검찰개혁을 둘러싼 이견의 노출에만 국한되고 있지는 않다. 정 대표가 '강경' '속도' 리더십을 바탕으로 존재감을 부각하는 모습이 향후 총선 공천권과 대선 구도까지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정치권에서는 이를 대통령과의 긴장 요소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정 대표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금관을 쓴 것처럼 보이는 '착시 사진'을 올렸다가 "왕 노릇을 하느냐"란 비판 여론이 일자 곧바로 삭제하는 일도 있었다. 지난 8·2 전당대회 과정에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은 박찬대 의원에게 있는 것이 기정사실화됐지만, 정 대표는 박 의원을 꺾으며 명심이 곧 당심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재명 정부 집권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정청래 대표·김민석 국무총리·조국 조국혁신당 전 대표 등이 여권 내부 차기 주자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이 일찌감치 주목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내부 역학 구도에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여야 관계에서도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란 극언 등 야당 지도부를 협상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 기조를 유지했다. 국민의힘에 축하 난을 보내면서도 "내가 당선됐을 때 그쪽에서 보냈기에 상응한 조치를 했을 뿐"이라며 정치적 상상에 대한 자제를 촉구했다. 이 또한 대통령실의 기조와 온도차를 보이는 대목이다.
반면 이 대통령은 순방 기간 중 일본 도쿄를 떠나 미국 워싱턴DC로 향하는 전용기에서 "물론 여당과 조금 더 가깝긴 하지만 야당을 배제해서는 안 되는 게 당연하다"며 "힘들더라도 야당과 대화는 당연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통령실은 이날 장동혁 신임 국민의힘 대표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장 대표는 이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 선출된 장 대표는 제1야당 새 지도부 출발 때부터 '정권퇴진 운동'을 내세운 강경 기조를 알린 바 있다.
장 대표가 영수회담 제안에도 단순 만남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협치를 위한 접점 마련이 한층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청래 체제와 장동혁 체제의 강대강 구도가 장기화될 경우, 이 대통령의 '통합 리더십' 이미지에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26일 당대표 선출 직후 수락연설에서 "모든 우파 시민과 연대해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했다. 또 기자회견에선 "만나고 악수하고 테이블에 앉는 게 정치 협상은 아니다"며 "진정한 협치, 협상이 이뤄지려면 힘의 균형이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이날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과의 만남에 앞서서도 "지금 이재명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여러 잘못된 모습들에 대해서 야당대표로서 드릴 말씀은 드리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우 수석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 대통령을 향한 직격탄을 날렸다. 국민의힘 몫의 국가인권위원 선출안이 민주당의 반대로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에 대해서도 항의했다.
장 대표는 "정무수석께서 예방해 주셨지만 감사하다는 말씀만 드리기도 어렵고, 또 당대표가 된 것에 마냥 기쁘다고만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장 대표는 우 수석을 통해 이 대통령이 보낸 축하 난(蘭)을 전달받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추천 몫의 인권위원들의 추천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되는 난(亂)이 일어났다"며 대통령실의 축하와 현실정치 사이의 간극을 꼬집었다.
장 대표는 "협치는 파이를 나누는 것이 아니라 파이를 키우는 것"이라고도 일침했다.
우상호 수석은 이 대통령이 방일·방미 일정에 앞서 "어느 분이 국민의힘 대표가 되든 인사를 잘 드리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어 "기회가 되면 외국에서 회담 끝나고 돌아오는 적절한 날 초대해 같이 정상회담 결과도 말하고 싶다는 초대의 말을 전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우 수석은 "대통령은 야당과의 대화를 매우 중시하고, 같이 대화하면서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또 이런 협치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할 일은 협조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초청에 응하겠다, 말겠다'는 확답 대신 "'야당의 대표가 대통령을 만났을 때는 야당의 이야기가 충분히 수용이 돼야 하는데, 그렇게 진행되지 않는 단순 만남은 의미가 없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권에선 이 같은 발언을 두고, 장 대표가 형식적 만남보다는 실질적 성과를 전제로 한 회담만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고 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