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별에 필요한' 한지원 감독 "겁나기도 했지만...잘될 거란 믿음 있었죠" [D:인터뷰]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6.15 14:00  수정 2025.06.16 06:12

"전세계 관객을 만나는 건 처음인데, 국내 반응 뿐 아니라 해외 반응도 다양하게 받고 있는 상황이라 기분도 좋고, 벅차기도 하고…설레는 마음이에요."


ⓒ넷플릭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한지원 감독은 차분한 목소리로 근황을 전했다. 생각보다 많은 관객이 작품을 보고 눈물을 흘린 덕에 뿌듯함을 느낀다는 그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넷플릭스의 첫 한국 애니메이션 '이 별에 필요한'(감독 한지원)은 2050년 서울을 배경으로 화성 탐사를 꿈꾸는 우주인 난영(김태리)과 뮤지션의 꿈을 접어둔 제이(홍경)가 만나 꿈과 사랑을 이루는 과정을 그린 로맨스 영화다.


"시나리오 시작부터 따지면 2년 3개월 정도 걸린 작품이에요. 사실 이 작품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로맨스 애니메이션이고, 2D 작품이잖아요? 그런데 대부분 2D 작품은 10대 주인공이 나와서 청춘의 사랑을 이야기하는데, 우리는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에 상업적으로 성공한 케이스가 없다 보니 이런 부분이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20대와 30대에게 공감될 만한 내용을 구성하려고 했죠."


2050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설정한 만큼, 작품을 통해 홀로그램, 자율주행 자동차 등 미래적인 요소가 돋보였다. 특히 과학적으로 발전한 도시 속에서 여전한 존재감을 드러낸 세운상가의 모습으로 신구의 조화를 아름답게 구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제가 가장 보고 싶은 2050년 서울의 모습을 담았어요. 서울에는 이미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이 공존하는데, 2050년에도 서울의 조화로운 모습이 많이 남아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2050년이 아주 먼 미래도 아니고 근미래기 때문에 그때쯤 이 작품을 보며 '에이 아니었잖아'라고 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섬세한 과학적 자문을 받으려고 했어요."


다만, '이 별에 필요한'은 작품 공개 전 티저 영상 속 김태리와 홍경의 목소리 연기를 두고 호불호가 갈려 일부 애니메이션 팬 사이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더빙에 대한 이야기 성우와 비성우를 떠나서 항상 애니메이션이 발표되면 나오는 터라 예상을 했어요.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두 배우의 연기를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생동감 있는 연기는 배우이기 때문에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보면 아직은 많이 없는 시도고, 실사 촬영도 익숙하지 않아 겁나기도 했지만 잘될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죠."


난영과 제이의 성향을 잘 담은 연출 또한 관전 포인트였다.


"캐릭터의 성향을 공간에 많이 반영하고 싶었어요. 난영이는 외국을 많이 다니다 보니 방안에 집기가 없고 미니멀해요. 그리고 굉장히 엘리트고 오랫동안 일을 했기 때문에 어느정도 좋은 곳에 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난영이의 집은 소재도 메탈이나 유리같은 질감이 많아서 '여기서 편하게 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죠. 그런 살짝의 차가운 느낌에서 사실 난영이의 내면은 약간의 빈 공간이 있고, 사랑을 받아들이지 못한 상처가 있다는 것을 돋보이게 하고 싶었어요. 제이의 방은 허름한 곳에 살지만 삶에 대한 취향이 잘 묻어나는 아티스트의 공간으로 연출했죠."


넷플릭스의 첫 국내 애니메이션인 만큼 공개 전부터 작품이 애니메이션 업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저도 사실은 넷플릭스라는 OTT가 국내 영화계에 출몰했을 때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을 했어요. 어떻게 보면 제가 첫 샘플이 된 셈인데, 그런만큼 엄청난 부담과 사명감을 가지고 작업했어요. 올해 한국의 상업 애니메이션이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 흐름이 쭉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분명 다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롤모델에 대해 "클리셰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라고 밝힌 한 감독은 앞으로도 특유의 개성을 잃지 않는 작품 활동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가장 저희다운, 저다운 작품을 하고 싶어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은 애니메이션의 교과서적인 부분도 있지만 그 안에서도 본인의 개성을 잃지 않죠. 게다가 스튜디오를 차리고 그 스튜디오 안에서 작업자들과 오랜 세월동안 함께할 수 있다는 것. 그런 면에서는 그 이상의 롤모델이 없을 것 같아요."


그런만큼 차기작으로 조금 더 강렬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미 차기작을 그리고 있어요. 이번 작품이 맑고 착한, 깨끗한 작품이라면 다음 작품은 뭔가 더 장르적이고 색이 강한 작품이에요. 더 비주얼이 세고 키치한 매력이 있고 동시에 장르적이면서 상업적이기도 한. 그런 작품을 해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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