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는 줄이고 임금은 그대로”…이재명식 주 4.5일제, 기업 부담만

김성웅 기자 (woong@dailian.co.kr)

입력 2025.05.26 17:04  수정 2025.05.26 17:04

金, 유연근무제 확대 초점

李, 임금 손실 없는 노동시간 단축

전문가, 생산성 저하로 경제 위기 우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경기 수원시 팔달문 영동시장 입구에서 열린 집중유세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약으로 내건 ‘주 4.5일제’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후보의 주 4.5일제 공약 핵심은 노동시간은 줄이면서도 임금은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기업 부담 증가와 생산성 저하로 국가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李 “노동시간 OECD 평균 이하로 줄일 것”


26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모두 주 4.5일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두 후보의 공약은 구조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이 후보는 임금 손실 없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한국사회의 장시간 노동구조를 바꾸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0일 “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로 단축하겠다”며 “4.5일제에 이어 장기적으로는 주 4일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제시한 주 4.5일제는 근무시간 단축이 아닌 유연근무제 확대에 초점을 맞췄다. 가령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1시간씩 더 일하고 금요일에 4시간만 근무하는 형태다. 여기에 주 52시간 상한제 폐지를 더하면서 김 후보의 주 4.5일제는 실질적인 노동시간 단축이 아닌 유연근무체계 확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 2023년 기준 한국의 연간 근로시간은 1872시간으로 OECD 평균 1742시간보다 130시간 길다. 근로시간만 놓고 보면 우리나라가 OECD 평균보다 더 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시간당 노동생산성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문제점이 있다.


“쉬엄쉬엄 일하는 한국 노동문화…생산성 떨어지면 근로자부터 감축”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근로자가 업무 중 흡연을 하러 근무지를 이탈하거나 사적인 용무를 보는 일이 외국보다 잦은 편이다”며 “한국 노동생산성이 외국에 비해 낮다는 게 통계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51.0달러로 미국(83.6달러), 독일(83.3달러) 등 선진국들에 비해 낮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생산성 증가율은 2001~2010년 연평균 6.1%에서 2011~2020년 0.5%로 급감했다.


최 교수는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면 주4.5일제 도입이 괜찮은 방안이나, 그렇지 않다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기업은 근로자를 줄이거나 임금을 삭감하려 할 것”이라며 “이는 노동자 입장에서도 바라지 않는 전개일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가 언급한 ‘근로시간 OECD 평균 이하’의 기준이 잘못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OECD가 낸 평균 근로시간은 단기 근로자까지 포함해서 집계한 것”이라며 “단기 근로자가 OECD 평균보다 적은 우리나라를 그대로 대입시키면 통계상 착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동시간 유연성 높여야”…실근로시간 조절 필요


한국의 장시간 근로 관행을 해결하려면 ‘법정시간 단축’보다는 ‘실근로시간 조절’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 세계 대다수 국가의 법정 근로시간은 주 40시간 전후로 큰 차이가 없다. 예컨대 독일은 법정 근로시간이 하루 8시간으로 한국과 같다. 그런데 연평균 근로시간은 1349시간으로 한국(1872시간)과 차이가 크게 난다.


이에 한국의 근로시간 체계는 주요국 중 가장 경직돼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이라는 틀에 매몰돼 불필요한 근무로 시간을 채운다는 것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 4.5일제를 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노동시간 유연성을 높여 임금과 근무시간을 노사가 유기적으로 합의를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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