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야수 마해영(38)이 8년 만에 친정팀 롯데 자이언츠로 전격 복귀한다. 롯데는 24일 입단테스트 중인 마해영과 연봉 5000만원에 입단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궁금했던 옵션 조항은 상호 합의하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새롭게 롯데에서 뛰게 된 마해영의 등번호는 49번. 예전 롯데에서 달던 번호 그대로다.
마해영을 부산으로 부른 숨은 조력자
마해영이 30대 후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그를 지지했던 롯데팬들의 힘이었다. 롯데팬들은 구단 홈페이지에 ´마해영 영입 릴레이´를 펼치며 끈질긴 구애를 펼쳤다. 마해영도 "친정팀 롯데에서 마지막 기회를 얻고 싶다"며 복귀를 강력히 희망해왔다.
냉소적이었던 구단도 이 같은 팬들의 목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다. 더구나 자유계약선수(FA)였던 내야수 이호준의 영입이 실패로 돌아가자 마해영 영입은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로 떠올랐다. 급기야 이상구 롯데 단장은 "실력이 된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다"고 달라진 자세를 보였다.
결국 팬들의 힘으로 기회를 얻은 마해영은 최선을 다해 입단 테스트에 임했다. 이 과정에서 제리 로이스터(56) 롯데 감독은 그를 눈여겨봤다.
한국 프로야구 사상 첫 외국인 감독으로 주목받는 로이스터 감독은 영어 능력이 뛰어난 마해영과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눴고, 자존심을 내던진 그의 도전정신에 힘을 실어줬다. 23일 구단에 마해영의 입단을 전격 건의한 것도 바로 로이스터 감독이었다.
그리고 다음날 마해영은 꿈에 그리던 친정팀으로 복귀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마해영에 대해 "베테랑 선수로서의 경험을 높이 사고 싶다. 그러한 경험을 그라운드에 쏟아 붓는다면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마해영의 감회도 남달랐다. 마해영은 "고향팀에서 다시 뛰게 돼 너무 기쁘다. 선수생활을 다시 할 수 있게 해준 구단에 감사할 따름이다. 올 시즌 팀이 지난 99년처럼 포스트시즌에 다시 진출할 수 있도록 고참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해영의 잃어버린 8년
고교시절 부산고 거포로서 이름을 날렸던 마해영은 1995년 롯데 입단 이후 줄곧 두 자릿수 홈런과 세 자릿수 안타를 기록하며 팀의 간판타자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1999년은 극심한 타고투저를 감안하더라도 187안타(2위) 35홈런(6위) 119타점(3위) 등을 기록하며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타율은 무려 0.372(1위)를, 장타율도 0.672(2위)까지 치솟았다.
물론 역대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평가받는 펠릭스 호세도 한 팀에 있어 탄력을 받긴 했지만, 마해영과 호세가 이끄는 타선의 위압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특히 마해영은 그해 삼성 라이온즈와의 플레이오프 7차전에서 기적 같은 홈런포로 강렬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에서 마해영의 봄날은 길지 않았다. 2001년 1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문제로 인해 삼성으로 ‘보복성’ 트레이드를 당하면서부터 롯데와 마해영은 멀어지게 됐다. 비록 마해영은 2002년 삼성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지만, 롯데팬들의 아쉬움은 그만큼 컸다.
이후 마해영은 2003년 FA를 획득, 4년간 28억원에 KIA 타이거즈에 입단했다. 마해영은 여기서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거포로서의 역할을 기대한 KIA는 2005년 마해영이 12홈런 60타점으로 기대에 못 미치자 그를 주저 없이 LG 트윈스로 보냈다.
지난 2년간 LG의 마해영은 조금씩 잊혀져가는 존재였다. 특히 지난해는 변변한 출장기회도 얻지 못하고 1군에서 11경기에 출장해 0.071의 저조한 타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2군에서도 마해영은 고작 25경기에 출장했다. LG 입장에서는 젊고 유능한 선수들에게 기회가 가야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결국 LG는 지난해 10월 마해영을 전격 방출했다. 이미 전성기가 지난 마해영을 주목하는 곳은 없었다.
롯데 복귀, 활약은 미지수
팬들의 성원과 로이스터 감독의 추천은 마해영이 롯데로 복귀하는 기적을 만든 힘이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마해영의 재기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전성기 거포로서 명성을 날렸던 마해영은 유일한 매력인 장타력이 시들어가고 있다. 실제로 마해영은 최근 3년간 장타율이 4할5푼을 넘지 못했고(0.423-0.379-0.179), 그 마저도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전성기 그를 지도한 경험이 있는 정현발 코치(55·현 경찰청 타격코치)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마해영의 하락세에 대해 신뢰와 변화의 부재를 지적했다.
당시 정 코치는 "지금 (마)해영이를 지도하는 분들도 능력이 뛰어난 분들이어서 말하기 조심스럽지만, 해영이는 아주 전폭적인 신뢰를 보내는 코칭스태프를 만나야 위축되지 않고 플레이하는 경향이 있다"며 "점점 하락세가 찾아오는 이상 그 점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나이가 들어서는 스윙이 쳐지고 변화가 오기 마련인데 자신이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마해영은 전성기를 넘긴 현 시점에도 지나치게 큰 스윙궤적을 보이고 있다. 정 코치는 마해영의 스윙에 대해 "도끼로 찍듯 훨씬 간결한 스윙궤적을 만들어야 반응속도가 빨라져 배트스피드가 쳐지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뼈있는 지적을 했다. 최근 로이스터 감독도 정 코치의 지적과 같이 마해영의 타격자세에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마해영이 롯데에서 화려한 마지막을 장식하길 바란다면, 그것은 자신의 변화에서 출발할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구단도 팬들도 마해영이 전성기 때 활약을 펼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난 4년간 거액의 FA로서 ´돈값 못하는 선수´로 찍힌 낙인을 일부 벗을 수 있을 정도의 활약을 바라고 있을 뿐이다.
아무리 전성기가 지난 마해영이지만 ‘친정팀 효과’와 팬들, 로이스터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를 업는다면 올시즌이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또한 과거와 같이 마해영이 3, 4번에 나설 필요도 없다는 점도 호재다.
롯데는 올해 외국인 타자로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던 외야수 카림 가르시아(33)라는 걸출한 타자를 영입했다. 여기에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로 거듭난 이대호(26)와 야무진 타격의 강민호(23)가 버티고 있는 상황이라면 마해영이 50타점만 쓸어줘도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롯데는 50타점을 넘긴 선수가 이대호(87타점), 강민호(68타점) 두 명 뿐일 정도로 심각한 득점 응집력 부재현상을 드러냈다.
마해영은 오는 27일 가고시마 전지훈련 야수조에 합류한다. 8년 만에 ´부산 갈매기´로 다시 태어나는 마해영이 롯데팬들에게 어떤 결과로 화답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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