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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통령님! 백신은 ‘안보자산’입니다


입력 2021.04.25 09:00 수정 2021.04.26 07:54        데스크 (desk@dailian.co.kr)

문재인 정부,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국익 외교’도 못해

한미 ‘백신 스와프’ 대등한 거래 아닌 순진한 구상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정부·여당의 백신 확보 혼선이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대통령과 총리, 여당의 사인이 다르고, 시시각각 말이 바뀐다. 급기야 여당 대선주자 1강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유력한 당권 주자인 송영길 의원이 ‘러시아산 백신 도입론’을 펴는 지경에 이르렀다. 효과와 안정성이 검증된 미국산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 도입이 힘들어졌다는 방증이다. 현재 권력은 ‘도입에 차질이 없다’라고 하고 미래 권력은 ‘도입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라며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국민의 목숨이 걸린 문제에 이렇게 우왕좌왕해도 되나? 정말 우려스러운 일이다.


대조적으로 일본 스가 총리는 방미 중 그동안의 ‘코로나 사태 대응 부진’을 일소하는 발표를 했다. 화이자와 대량의 물량공급을 약속받은 것이다. 우리 국민이 힘든 와중에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의 부진이 이바지한 바가 작지 않기 때문에 우리 국민의 상대적 박탈감은 꽤 컸다. 일본 총리가 화이자 대표와 통화를 해서 확보했다고 했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연말 모더나 대표와 화상통화를 통해 확보한 백신도 언제 들어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지 않은가? 이런 문제는 바이든 정부의 지지와 묵인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일본 정부는 미국이 요구한 바를 충실히 수용했고, 그 대가로 국민의 생명을 구한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미일 동맹을 더욱 강화해 얻은 성과’인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한미동맹의 가치를 저버리며 백신 공급을 사정하고 있다. 나아가 동맹인 미국이 꺼리는 상대에게 백신을 구하겠다고 한다.


어느 나라에서 만들었던 백신의 안전성과 효과가 확인됐다면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국익 외교를 한다’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러시아와 중국의 백신은 국제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다. 이스라엘은 모사드까지 동원해 러시아, 중국의 백신을 확보하고 시험했다. 그리고 결국 화이자 등 서구의 백신에 ‘올인’했다. 이는 정치·외교적 선택이 아닐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와 전문가그룹도 같은 절차를 거쳐 검증된 서구 백신에 집중했다. 그것이 국민건강을 위한 정답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어정어정하게 ‘북미, 미·중 중재자’를 고집하는 이상 ‘상대적으로 안전한’ 백신을 구할 수는 없다. 지금 백신은 대표적인 전략자산이고 안보 자산이다. 국가가 통제하는 물품이란 뜻이다. 자국민을 위해서라면 자국에서 생산하는 백신을 수출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이것은 ‘불공정 무역’이 아니다. 국민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표적인 백신 생산국인 미국이 백신을 선택적으로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캐나다와 멕시코 등 주변국에는 자신들이 쓰기 미심쩍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제공했다. 일본에는 대중국 패권 경쟁 전선 동참에 대한 선물로 화이자 물량을 할당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엔 약속된 모더나 물량 제공도 ‘힘들다’고 한다. ‘백신 스와프’는 말할 것도 없다. 우리 정부의 태도를 보고, 미국은 우리나라를 그들이 도와야 할 동맹이라고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보통 기업이 국제적 사업을 할 때도 작은 사업은 경제·경영컨설턴트에게 자문하고 규모가 큰 사업은 정치컨설턴트에게 자문한다. 백신은 가장 중요하고 큰 규모의 사업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기업에 백신을 달라고 하면서 미국 정부의 요구는 거절하고 있다. 그러면서 ‘안보와 백신은 별개’라고 한다. 어이가 없는 판단력이다.


이미 지난해 말 한미 백신 스와프를 제안했던 <국민의힘> 박진 의원이 정희용 외교부 장관에게 ‘쿼드 가입해야 백신 스와프가 성사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또 언론에 “백신 문제를 정치·외교 문제와 별개로 봐야 한다는 정부 시각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민주주의 연합체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에 가입하는 것을 전향적으로 검토하는 틀 속에서 백신 스와프를 이야기해야 성사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상식적인 접근이고 해법이다.


박진 의원은 정부의 백신 스와프 검토에 대해 언론에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총력을 다해 5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최우선 의제로 올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정 장관은 ‘둘은 별개’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니 협상이 잘 될 수가 없는 것이다. 상대방의 속마음을 읽지 못하고 헛다리만 긁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외교적 고려를 떠나서도 우리 정부의 계산은 합리적이지 않다. 스와프 물품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우리나라가 개발한 주사기를 주고 화이자로부터 백신을 받는다는 구상은 너무 순진한 발상이다. 현재 미국은 백신이 남아돈다. 백신을 아낄 수 있는 주사기에 목을 맬 이유가 없다. ‘대등한 거래’가 아니라는 뜻이다. 나아가 미국 정부와의 스와프 협상도 그렇다. 우리는 반도체를 가지고 있고, 미국은 백신을 가지고 있으니 대등한 거래란 설명이다. 그러나 미국은 반도체 확보의 대안이 있고 우리는 백신 대안이 없다. 미국 정부는 우리 기업에 대한 반도체 확보 수단도 많다. 대등할 수 없다. 게다가 우리 기업의 미국 공장 설립은 우리 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외교적 상황을 유지하며 별도로 추진하는 백신 스와프는 우리의 순진한 바람일 뿐이다.


물론 작은 미끼로 큰 대어를 낚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국가 간에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 결국 다른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하물며 우리 국익을 위해 좋고 바람직한 한미동맹을 버리고 스스로 ‘노예의 길’로 빠져드는 ‘중재자 연(然)’으로는 백신 문제도 풀 수 없다. 나아가 국제무대에서 외톨이로 왕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이 외국에 나갈 때마다 ‘혼밥’을 해야 할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는 왜 이런 위험한 모험을 자초하는가? 무능 때문인가? 잘못된 이념 때문인가? 안타까울 뿐이다.


ⓒ

글/김우석 정치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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