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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김어준 아예 건드리지 말고 잘해줘라


입력 2021.04.11 08:00 수정 2021.04.10 21:26        데스크 (desk@dailian.co.kr)

보수가 정권 잡으면 다르다는 걸 보여줄 절호의 기회

재단이라 어차피 함부로 하지도 못하지만 ‘독 안에 든 쥐’

ⓒ데일리안 DB ⓒ데일리안 DB

김어준의 목숨에 온통 장안의 관심이 쏠려 있다.


그는 이번 보선 과정에서의 ‘생태탕 페라가모’ 인터뷰로 ‘민주당 선대본부장’이 됐다가 박영선과 김영춘 참패의 일등 공신으로 전락한, 대깨문 선전·선동 방송인의 대명사다.


보수 지지자들은 오세훈이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자 투표가 끝나기도 전에 “당선되면 저 털보부터 정리해라!”라고 제1호 시정 과제를 제시했다. 서울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올해 운영비의 70%를 대고 있는 교통방송에서, 하라는 교통 정보는 내보내지 않고, 진보좌파 나팔수로서 정치 편향 방송만 하는 이 털보는 보수우파의 공적(公敵)이 돼 일찍부터 사냥감이 되어 왔다.


오세훈이 압승해 서울시장이 됐으므로 그럼 김어준의 목숨이 경각에 달렸는가? 보수 지지자들에게는 김이 샐 얘기가 될 것이지만, 불행하게도, 아니다. 교통방송은 서울시장이 좌지우지할 수 있는 산하 기관이 더는 아닌 재단으로 독립돼 있다.


이 독립 재단 방송에서 <뉴스공장>이란 프로그램을 맡으면서 회당 출연료 100~200만원을 받는다는 김어준은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4년 반역사의 이 공장 마이크를 잡고 서울 수도권 라디오 청취율 1위를 기록하며 진보좌파 선전·선동을 이끌어 왔다. 대한민국에서 현재 이 진영의 우두머리는 대통령 문재인이고, 그다음은 김어준쯤 될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하다.


그래서 오세훈의 당선이 확실시되는 시점에서 개표 방송 도중 그는 이렇게 말했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막방(마지막 방송)이길 바라는 사람이 많을 텐데, 그게 어렵다. 저의 의지나 뉴스공장 의지나 TBS 의지가 아니다. 시장 시절 오세훈 덕분이다. 그가 과거 서울시장 시절 TBS를 서울시 홍보 방송으로 인식해 방송 개입이 많았다. 그 후 시장의 영향력으로부터 TBS가 독립되도록 구조가 꾸준히 만들어져 TBS도 재단으로 독립했다. 박원순 전 시장조차 방송 출연을 마음대로 못해 출연 요청하고 거절당하기도 했다. TBS 사장도 방송 내용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못한다.”


돌아온 보수 서울시장 오세훈이 임기를 시작해도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어떻게 하지 못하게 돼 있다는 것이고 자신은 이 뉴스공장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김어준이란 사람이 선동꾼이고 공작의 달인이라는 걸 세상이 다 알고 있으니 그의 말이 어디까지 사실인지 모른다. 저 위 인용문에서 특히, 오세훈만이 교통방송을 서울시 홍보용으로 삼았다는 것과 박원순도 출연 요청을 거절당했다는 ‘증언’에는 피식 웃음이 나온다.


데일리안을 비롯한 언론들이 엊그제 김어준의 운명을 전망하면서 분석한 TBS와 서울시장의 관계를 요약하면 이렇다.


- 교통방송은 지난해 ‘서울시 미디어재단 TBS’란 이름으로 독립했다.


- 그러나 예산은 서울시 출연금에 70%를 의존, 재정적으로는 아직 독립하지 못했다.


- 이 예산을 서울시가 편성하지만, 그 의결은 서울시의회가 한다. 시의회는 109석 대 8석으로 민주당 판이다.


- 방송 운영과 인사권을 가진 재단 이사 임명과 해임도 정관상 임원추천위원회와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므로 시장 마음대로 못한다.


그렇다면 말을 이렇게 해볼 수 있을 것이다. KBS와 MBC는 국회가 없고, 이사회가 없고, 정관이 없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이사들을 바꾸고 사장을 내쫓고 보도국장을 새로 앉혀서 장악했나?


많은 사람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사건이 4년 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일어난 명지대 교수 강규형의 KBS 이사 해임이다. 이전 보수 정권에 의해 임명된 그는 재임 2년 동안 법인카드 300여만원을 썼다는, 감사원의 ‘청부 감사’ 꼬투리에 잡혀 물러났다. 감사원은 양반이고 이 방송 노조와 친여 시민단체 등이 그와 가족에게 가한 압력(바른말로 하면 폭력이다)은 말해 무엇하랴.


그는 그 1년 후 어느 매체에 쓴 글에서 이렇게 소회를 적었다.


“내가 KBS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특히 정권과 언론노조의 방송장악 과정에서 겪었던 경험은 평생 얘기할 거리를 제공해 줄 수 있다. 한마디로 그곳은 요지경 세상이었다. 법이고 규칙이고 양심이고 다 무시되는 무법지대였고, 정신적 육체적 폭력이 난무해도 아무런 제재가 없는 치외법권(治外法權) 지대였다. 1년 예산이 대충 1조 6000억원,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무려 1억원이 넘지만, 생산성은 무척 떨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출세 지향 주의, 기회주의가 난무하는 곳이다.”


그러니 김어준 축출도 정관이고 나발이고 하려면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지속해서 압박하면서 고사 작전은 펼 수 있다. TBS도 지금쯤 KBS 비슷한 환경이 돼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 새 시장, 그것도 이번 1년 3개월뿐 아니라 차기 5년도 지금으로서는 확실해 보이는, 그에게 모두가 충성할 것 아닌가? 이런 분위기 속에서 ‘독 안에 든 쥐’ 김어준이 옛날처럼 제멋대로 방송할 수는 없다.


그리고 꼭 인사와 예산으로 편향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만도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 같은 국가 기관과 건전하고 중립적인 시민단체들을 통해 견제할 수도 있다. 김어준 한 사람 죽이고 살리기에 좀스럽게 새 시장이 달려들 필요가 없는 것이다.


오세훈은 김어준 거취를 포함해 그의 모든 중요 시정(市政) 결정이 ‘보수는 다르다’는 걸 보여 줘야 하는 막중한 책임과 의무를 지고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잊어선 안 된다. 절호의 기회다. 보수는 무법적, 불법적, 야만적으로 보복하고 자리를 빼앗는 사람들이 아니라는 걸 증명해야 한다.


김어준에게 최대한 진심으로 잘해줘라. 어차피 그가 악랄한 편향 방송을 했어도 똑똑한 국민들은 올바로 심판했다. 걱정하고 미워하지 말고 아예 건드리지도 말라. 그러지 않아도 사필귀정(事必歸正)은 반드시 이뤄진다.


혹시 아는가? 김어준이 오세훈의 신사적이고 너그러운 태도에 감읍해서 보수우파를 달리 보고 극(極) 진보좌파에서 중도로 전향(轉向)하게 될지도...


ⓒ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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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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