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권 심판
네거티브 선거 아닌 정책과 비전 경쟁으로
야당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여론조사는 여론조사일 뿐
4·7 재·보궐선거를 보름 앞둔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천 모전교~광통교 구간에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아름다운 선거'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4·7 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었다. 이번 선거의 의미는 간단하다.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한 민주당 전직 두 시장에 대한 책임 묻기요, 문재인 정권 4년에 대한 심판이다.
돌발 변수로 LH 사태가 터지면서 누적된 국민들의 분노가 터져나오고 있다. 부동산 정책 실패에다 설상가상으로 LH 직원들의 신도시 투기가 불에 기름을 부었다. 내부 정보를 이용해 돈벌이에 나선 부정부패도 문제이지만, 단호하게 조사와 수사를 하지 못하는 정권의 무능에 서민들의 가슴은 무너졌다. 유권자 대다수는 부동산 정책 실패와 LH 부동산 투기 의혹을 투표의 판단 기준으로 보고 있다. 공정한 검찰 개혁이라는 미명하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강제로 내쫓으며 화를 더욱 키웠다. 두 가지 대형 변수가 한달새 선거판세를 뒤집었다.
데일리안-알앤써치의 2월 첫주 여론조사에 따르면 서울시장 가상 대결에서 박영선(35.8%) 대 오세훈(27.1%), 그리고 박영선(35%) 대 나경원(31%)에서 박영선 후보가 앞섰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도 긍정(38.0%), 부정(59.3%)이었다. 여권의 입장에서 한번 해볼만한 선거였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3월 4주 조사에서 오세훈 후보(40.5%)가 박영선 후보(30.0%)를 역전했다. 대통령 지지율도 부정(60.4%)이 긍정(30.8%)의 두 배에 가깝다. 문 대통령의 경남 양산 사저의 형질 변경에 대한 야당의 비판을 ‘좀스럽다’고 감정을 드러낸 게 오히려 대통령을 좀스럽게 만들었다. (여론조사 자세한 내용은 알앤써치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위기에 몰린 여권은 판세 뒤집기에 나섰다. 공약 중심의 정책 선거를 정치 선거로 성격을 바꾸고 있다. 불리한 국면에서는 공약보다는 네거티브가 효과가 있으리라 착각한다. 확실한 팩트가 있어야 검증이지, 물증 없는 공격은 흑색선전 선동일 뿐이다. 여권의 마음이 조급하다는 사실을 반증할 뿐이다. 정권 심판의 성격을 희석시키고 이전투구의 선거전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가 한눈에 보인다. 반성과 사과 없는 여권 후보에 집 떠난 토끼, 샤이 진보는 마음을 돌이키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여권 중진들이 총동원되고 있다. 정계를 은퇴하고 회고록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던 이해찬 전 대표가 갑자기 나섰다. “선거가 아주 어려울 줄 알고 나왔는데 요새 돌아가는 것을 보니 거의 이긴 것 같다”며 희망 고문을 시작했다. “문재인 정권을 지켜야 한다”고 친문 지지자들 동원에 앞장서고 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가장 청렴한 공직자”라고 민심에 역행하는 말을 내뱉다가 후퇴했다. 이들의 목적은 간단하다. 선거를 친문 대 반문 구도로 바꾸어 진영의 표심을 동원하기 위한 전략이다.
여권의 최후 전략은 ‘백병전’이다. 이미 조직을 총가동하고 있다. 특히 서울은 민주당 공화국이다. 49명의 국회의원 중 41명, 구청장 25명 중 24명, 시의원 109명 중 101명을 차지하고 있다. 게다가 25개 구의회를 장악하고 있고, 관변 단체와 친정부 시민단체들을 구축하고 있다. 벌써 골목골목 마다 총동원령이 내려졌다. 보궐선거라 투표율이 높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결국 조직을 많이 동원한 쪽이 이긴다는 착각이다. 선거는 정책과 비전으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해야 한다.
선거 초반 판세는 외생 변수에 의해서 국민의힘에 유리한 것처럼 보인다. 정권 심판의 선거 성격, 대통령 지지율 최저, 민주당 지지율 하락 등 구조적 변수가 유리해 보인다. 이런 요소는 야당이 스스로 쟁취한 게 아니다. LH 사태와 윤석열 전 총장의 사퇴로 정권에 대한 분노의 바람이 불었기 때문이다. 이제 남은 역할은 분명하다. 오세훈-박형준 후보가 이기는 전략을 펼쳐야 된다. 지지를 넓히고, 표의 결집도를 높이고, 투표 참가율을 이끌어내야 한다. 정권 심판을 향해 날을 세우되, 중도 민심을 향해서는 겸손해야 한다. 네거티브에는 단호하게 대응하되, 서민을 위한 공약은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당내 경쟁자들을 포용하고 공동 정부 약속으로 캠프의 시너지 효과를 높여야 한다.
여론조사에서 앞선다고 선거를 이기는 게 아니다. 현재 여론조사 수치는 후보단일화 컨벤션 효과, 분노한 민심이 과도하게 반영되어 있다. 오세훈 후보는 11년 전인 2020년 서울시장 선거 경험을 되새겨봐야 한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10~15% 여유있게 앞섰는데 선거 결과는 0.6% 차이로 신승한 바 있다. 선거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번 선거는 후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정권심판이라는 국민의 요구와 시대적 과제를 실천해야 하기 때문이다.
ⓒ
글/서성교 건국대학교 초빙교수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