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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한국 작품에 스민 중국 PPL…'제2의 뮬란' 우려일까


입력 2021.01.13 16:25 수정 2021.01.13 16:31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여신강림' 중국 기업 적나라한 PPL에 시청자 문제 제기

중국, 이미 할리우드에서는 막대한 영향력 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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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전지현과 김수현이 SBS '별에서 온 그대' 인기에 힘입어 중국 헝다그룹 관천수 헝다빙촨생수 모델로 발탁돼 논란이 된 바 있다. 해당 생수가 원산지를 창바이산(장백산)으로 표기했고, 한국 배우인 두 사람이 백두산을 칭바이산으로 칭하는 상품 모델로 활동하는 것을 문제 삼았다. 중국이 백두산을 자기네 권역으로 편입하려는, 즉 '동북공정'에서 비롯된 명칭이라는 주장 때문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전지현과 김수현은 CF 계약 해지 요청을 했지만 협의 결과 정치적 의도가 없었음을 강조하고 모델 활동을 강행했다.


시장 관점에서 볼 때는 단순히 비지니스 문제라 생각할 수 있었지만, 생수 광고 논란과 번복은 중국 자본의 영향력을 남긴 사례가 됐다.


이같은 과거의 경험이 작용한 것일까. tvN 수목드라마 '여신강림'이 중국 기업의 적나라한 PPL로 중국 자본의 한국 미디어 잠식론이 고개를 들었다.


지난 6일 방송된 '여신강림'에서 여주인공 임주경(문가영 분)은 강수진(박유나 분)와 함께 편의점 야외 테이블에서 중국 기업 즈하이궈 인스턴트 음식 훠궈를 먹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이들은 "맛있겠다"고 말하는가 하면 해당 브랜드 로고가 새겨진 냅킨으로 입을 닦기도 했다. 또 이수호(차은우 분)와 임주경이 앉아있는 버스정류장에는 중국의 전자상거래 기업 징둥의 광고판이 노출됐다.


여주인공이 먹었던 인스턴트 제품은 국내 편의점에서 구할 수 없을 뿐더러, 중국의 광고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이질적인 느낌을 만들어낸 PPL에 시청자들은 불만을 제기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논란과 관련한 시청자들의 민원은 5건 접수됐다.


중국 기업이 한국 드라마에 광고를 집어 넣은 사례는 이뿐 아니다.


2014년 SBS 드라마 '쓰리데이즈', '닥터 이방인', 2016년 tvN '도깨비' 등 2017년 중국 정부의 한국 콘텐츠 제한 명령인 일명 '한한령'에 시작되기 전까지 종종 보였다.


우리나라 뿐 아니다. 미국 할리우드는 중국의 직접적 영향력에 들어간지 오래다. 2016년 중국 완다그룹은 '퍼시픽림', '쥬라기 공원' 등을 만든 제작사 레전더리 엔터테인먼트를 인수, 지분 일부가 아닌 100퍼센트를 확보했다.


완다의 손이 탄 '퍼시픽림:업 라이징'은 중국을 배경으로 포함시켰으며 중국 여배우 경첨이 예거들의 총사령관으로 출연해 세계 각지에서 모인 파일럿을 호령하도록 설정했다. 또 중국인들이 거대 괴물을 물리치고 정의를 구현하는 등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표현하는데 중점을 뒀다.말하지 않아도 '퍼시픽림:업 라이징'이 완다로부터 인수된 후 중국 시장을 겨냥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실제로 '퍼시픽림:업 라이징'은 북미에서보다 중국에서 더 많은 수익을 거둬들였다. 현지에서는 총 5987만 4525달러(한화 658억)를 벌어들였지만 중국에서는 9948만 8362달러(한화 1093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전편이 2013년 북미에서 1억 달러(한화 1099억원)를 벌어들였던 것에 비해 아쉬운 성적이라 할 수 있지만, 아쉬움은 중국 시장이 만족시켜줬다.


'퍼시픽림:라이징 업' 이전에는 파라마운트 픽처스가 중국 관영인 중국영화채널과 지아플릭스 엔터프라이즈와 공동 제작 계약을 체결해 '트랜스포머:사라진 시대'(이하 '트랜스포머4')를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장면을 중국에서 촬영했으며 리빙빙을 포함한 중국 배우 10명을 캐스팅했다.


이 과정에서 '트랜스포머4'는 중국의 입김이 거셌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줬다. '트랜스포머4' 후원사였던 호텔 판구다관의 운영사인 베이징판구인베스트먼트가 영화에 등장하는 판구다관 장면이 계약보다 20초 짧다고 후원 계약을 파기 통보를 한 것이다. 이에 파라마운트 픽처스 롭 무어 부회장과 마이클 베이 감독이 직접 찾아가 협의해 무사히 개봉할 수 있었다. '트랜스포머4'는 중국 마케팅에 공을 들인 결과 중국에서만 3억만 달러(한화 3307억원)의 막대한 흥행 수익을 거뒀다.


지난해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판 영화 '뮬란'에 중국 자본이 투자되며 크레딧에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투루판 공안국에 감사하다'가 삽입됐다. 이로 인해 디즈니는 중국 정부가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자행한 신장위구르자치구 공안국에 감사를 표하며 인권 탄압을 정당화 시켰다는 논란을 겪었다.


'여신강림'의 사례를 다시 언급하자면, 중국 기업 PPL을 보통 드라마에서 이뤄지는 단순한 비지니스로 바라볼 수도 있다. 한국 드라마가 193개국에서 볼 수 있는 넷플릭스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주력 콘텐츠로 부상하자, 중국 광고업계가 이같은 흐름을 읽었다는 분석도 있다. 광고주 측에서 더 많이 제품을 알리는 것은 그들의 당연한 일이므로, 중국 자본을 받아들임으로 얻어내는 긍정적인 측면을 잘 활용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한 드라마 관계자는 "예를 들어 사전제작 등 방송가의 열악한 제작 환경을 개선하게 된 것도 그 배경엔 차이나머니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한중 관계에 있어서 민감한 만큼 정도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나친 중국 자본의 개입을 경계하면서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다른 드라마 관계자는 "중국 시장과 자본의 눈치를 보는 순간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나 작품성이 떨어지게 된다는 점을 자각해야 한다"고 예고했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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