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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방송 뷰] '코로나19 맞춤형' 인문학 예능이 뜬다


입력 2020.12.31 01:00 수정 2020.12.31 11:30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인문학 예능, '알쓸신잡'부터 '북유럽'까지 꾸준히 인기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 흥미 편중된 인문학 예능에 경각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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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인문학 예능들이 관련 정보들과 지식들을 다루며 시국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 인문학은 인간과 관련된 근원적인 문제나 사상, 문화 등을 중심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으로 2015년 tvN '어쩌다 어른'이 인문학 예능의 문을 열었다. '어쩌다 어른'이 유명 강사들의 강연으로 초석을 다졌고 2017년 tvN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 역사, 과학, 문학 등 분야에서 정확한 정보, 유익한 메시지, 웃음까지 함께 전하며 인문학 예능이란 방송가의 또 하나 트렌드를 만들었다.


'알쓸신잡'이 인기를 끌자 JTBC '방구석 1열', '차이는 클라스-질문 있습니다', 채널A '거인의 어깨', MBC '선을 넘는 녀석들' 등이 론칭되며 방송가는 물론 출판, 여행계에도 영향을 끼쳤다. 방송을 통해 언급된 책과 출연자들의 저서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출연자들이 밟았던 여행길은 많은 사람들이 찾는 여행 코스로 소개되기도 했다.


인문학과 예능의 만남은 분야별 전문가들이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전달해 지적욕구는 물론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코로나19 발병 이후에는 조금 더 직, 간접적으로 인문학이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물음을 찾고 있다. 불안의 시대에서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시청자들이 인문학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성찰을 통해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잠재우고 싶어하는 마음으로 읽힌다.


지난 10월 첫 방송해 28일 종영한 TV조선 '킹스맨:인류를 구하는 인문학'은 이같은 시청자의 심리를 정조준했다.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인류가 위협받고 있다', '현대인의 정신건강 적색경보', '인구 절벽' 등을 화두로 던지며 자연스럽게 코로나19로 인한 심리적 고립감, 또 온택트 기술의 가속화, 고용 인구 감소 등으로 토론의 주제를 이끌어갔다. 차인표와 김국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각자가 생각하는 해결책과 경각심을 던지는 패턴이다.


KBS2 '북유럽'은 팍팍한 현실에서 마음의 양식을 쌓을 수 있도록 기획됐다. 스타들의 서재를 찾아가 잠들어 있던 책을 깨워 도서관이 필요한 지역에 새로운 도서관을 만드는 신감각 도서 예능으로 조여정이 첫 게스트, 장항준 감독과 김은희 작가가 두 번째 게스트로 등장했다. 게스트들의 책장을 살피며 다독가 송은이와 김중혁 작가를 중심으로 책에 대한 정보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북유럽'을 제작한 콘텐츠랩 비보 대표 겸 MC 송은이는 기획 의도에 대해 "그 동안 책 프로그램은 인문학 자체에 집중했다면 '북유럽'은 책을 매개채로 해 소통과 공감에 포커스를 두고 시청자들에게 재미와 위로를 전달하고자 한다. 스타의 인생책을 전체 줄거리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한 구절만 소개하더라도 진심을 그대로 담아내 보는 분들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낸다면 그것만이라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모인 인생책들이 기부까지 이어져 선한 영향력으로 선순환되는 구조롤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북유럽' 한회 동안 소개되는 책이 평균 스무 권 정도인데, 방송이 끝날 쯤엔 각자의 상황과 취향에 따라 읽고 싶은 책이 하나 쯤은 생길 것이다. 비움과 채움을 통해 멀어졌던 책과 가까워질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하고 싶다"고 전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코로나19는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안이라 인문학 예능에서 새롭게 다루고 있다. 단지 코로나19를 일차원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인문학에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연결돼 있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방식들이 담겨져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상황에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고 전했다.


반면 정보 전달과 재미의 균형에 실패한 사례도 있다.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는 전 세계 곳곳을 온택트로 둘러보며 각 나라의 명소를 살펴보고 다양한 관점에서 세계의 역사를 파헤친다는 취지로 시작했다. 하지만 설민석이 이집트 편에서 역사적 사실 관계를 잘못 전달해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렸다.


설민석과 제작진은 조금 더 정확한 방송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사과했지만 잇따라 불거진 설민석의 석사 학위 논문 표절 의혹으로 설민석이 하차, 만회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오점만 남게됐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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