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용을 받기위해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나요?

김유미 기자 (kymtt@hanmail.net)

입력 2007.12.13 11:59  수정

<전긍호의 부동산 이야기>

유치권 행사의 범위와 권리는?
(사례) A씨는 시내에서 제법 큰 규모의 리모델링 업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근방에 위치한 빌라에 살고 있는 B씨가 찾아와 A씨에게 거래를 청했습니다.

B씨는 자신이 빌라의 주민대표자격으로 온 것이며 그들은 오래된 빌라를 전체적으로 리모델링하려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총 8세대 즉 빌라 전 세대의 리모델링을 1억6000만원에 진행하기로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한달 뒤 A씨의 업체에서는 약속된 날짜까지 계약의 내용대로 리모델링 공사를 끝마쳤지만 B씨는 선수금으로 지급한 6000만원을 제외하고는 아직까지 잔금 1억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더 이상은 잔금의 지급을 기다릴 수 없었던 A씨는 당장에 빌라의 한세대를 점유하여 그 즉시 지급받지 못한 공사대금 1억원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하겠다는 통지를 하였지만 B씨를 대표로 한 빌라의 주민들은 그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사입니다.

A씨가 유치권행사를 위해 점유하고 있는 목적물은 빌라의 독립된 한세대에 불과한 것이고 그 세대를 리모델링하는데 소요된 비용은 2000만원에 그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2000만원만을 지급받고 유치권의 행사를 철회하라고 합니다. 나머지 대금에 대해서는 유치권이 행사될 일이 아니고 일반적인 채권에 불과하다는 논리이지요.

이는 잔금은 알아서 줄 테니 일단 집을 돌려달라는 말과 같습니다. 이러한 B씨 일행의 주장은 과연 일리가 있는 것일까요?

길을 다니다보면 종종 건물 외벽에 ‘유치권공고’라고 써 붙여 놓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타인의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문구도 기재되어 있지요. 그것만 보더라도 그 건물에 대해 일종의 권리가 행사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말하는 유치권이라는 권리는 정확히 어떠한 내용과 효력을 지니는 것일까요?

민법 제320조에서는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는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권리가 있다"라고 규정하여 [유치권]이라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채권자가 그 채권의 발생과 관련 있는 물건을 점유하게 된 때에는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채무자 또는 물건의 소유자에 대하여 그 물건의 반환을 거절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하는 것인데 이렇듯 채권을 담보하는 기능에서는 저당권과도 비슷한 면을 보입니다.

하지만 저당권은 당사자 간의 계약이나 법률의 규정에 의해 설정이 가능한 권리임에 비해 유치권은 오직 법률의 규정에 의해서만 성립되며 이렇게 법률의 규정에 의해 성립된 유치권은 별도의 등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양자는 차이를 보입니다. (민법 제187조)

또한 유치권은 부동산, 동산을 불문하고 모두 그 목적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동산과 관련해서는 실생활에서 빈번하게 이용되고 있는 제도이기도 하며 흔히 카센터나 세탁소의 경우를 생각해보시면 될 것입니다.

만일 세탁을 위해 옷을 맡겼다면 응당히 세탁비를 지불해야 그 옷을 찾아올 수가 있습니다. 세탁소주인의 입장에서는 세탁비의 지급이 있을 때까지 정당하게 옷을 내어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고 이때 세탁소주인이 옷의 반환을 거절할 수 있도록 하는 힘이 바로 유치권입니다. 법에 의해 당연히 주어지는 권리이지요.

이를 (사례)에 그대로 대입해보자면 A씨는 세탁소주인이 되는 것이고 B씨 일행은 옷을 맡긴 사람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빌라는 옷이 되는 것이며 리모델링공사대금은 세탁비로 볼 수 있겠지요. 그러니 A씨가 빌라를 내어주지 않으며 공사대금의 지급을 요구하는 것은 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정당한 권리행사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가 되는 것은 B씨 일행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이지요. 현재 A씨가 점거를 함으로써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목적물은 리모델링이 실시된 빌라의 일부분이고, 그 부분에 관련된 공사대금은 2000만원에 불과하니, 이 금액에 대해서만 유치권이 인정된다는 주장인데, 대체 누가 생각해낸 것인지 얼핏 들으면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B씨를 비롯한 이들 일당의 주장은 유치권이라는 권리가 지니고 있는 성질을 모르고 있는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유치권은 ´불가분성´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는데 바로 이 성질이 오늘의 (사례)를 해결해줄 열쇠가 되어 줄 것입니다.

´유치권의 불가분성´이란 유치권을 지니고 있는 채권자가 그 채권전부의 만족을 얻을 때까지 즉 거의 모든 금액을 변제받고 일부분의 채권만이 남아 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목적물 ´전부´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사례)와 관련하여 판례 역시 "민법 제320조 제1항은 “타인의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점유한 자는 그 물건이나 유가증권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 변제기에 있는 경우에는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물건 또는 유가증권을 유치할 권리가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여기서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이라 함은 위 유치권 제도 본래의 취지인 공평의 원칙에 특별히 반하지 않는 한 채권이 목적물 자체로부터 발생한 경우는 물론이고 채권이 목적물의 반환청구권과 동일한 법률관계나 사실관계로부터 발생한 경우도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

한편 민법 제321조는 “유치권자는 채권 전부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유치물 전부에 대하여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유치물은 그 각 부분으로써 피담보채권의 전부를 담보한다고 할 것이며 이와 같은 유치권의 불가분성은 그 목적물이 분할 가능하거나 수개의 물건인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시한바 있습니다.(대판 2007.9.7, 2005다16942)

즉, 유치권의 목적물이 빌라와 같이 수개의 세대로 분할 가능한 경우이고 유치권자가 그 중 일부에 대해서만 점유를 해왔을 지라도 유치권자의 채권이 빌라전체에 관련된 것이라면 그 전부에 대해 유치권을 주장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사례)의 경우, 빌라 전체에 대해 유치권의 효력이 미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그러니 B씨 일행은 잔금 1억원을 모두 지급하기 전에는 A씨가 점유하고 있는 부분의 빌라를 반환받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 판례의 태도와 일치하는 것이며 이러한 논리가 우리의 일반적인 법감정에도 일치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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