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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카카오와 ‘모빌리티’ 정면승부…3천억 지분 동맹 흔들리나


입력 2020.10.16 08:40 수정 2020.10.16 08:40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음원·AI’ 서비스마다 겹쳐…‘T맵-카카오T’ 라이벌 구도

시너지 낼 사업은 협업 유효…모빌리티는 ‘독자노선’ 확실

유영상 SK텔레콤 사업부장(왼쪽)과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지난해 10월 28일 3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교환하고, 미래 ICT 분야에서 사업 협력을 추진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각사 유영상 SK텔레콤 사업부장(왼쪽)과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지난해 10월 28일 3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교환하고, 미래 ICT 분야에서 사업 협력을 추진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각사

결국 ‘T맵’을 단 ‘카카오택시’는 보기 힘들 전망이다.


SK텔레콤이 모빌리티 사업부를 분사하면서 정보기술(IT) 서비스 라이벌인 카카오와의 정면승부가 불가피해졌다. 양사가 지난해 맺은 3000억원 규모의 ‘지분동맹’ 구도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SK텔레콤은 전날 오후 이사회를 열고 ‘모빌리티 전문 기업’ 설립을 의결했다고 16일 밝혔다. 회사는 T맵 플랫폼·T맵 택시 사업 등을 추진해온 모빌리티 사업단을 분할해 연내 ‘티맵모빌리티 주식회사’(가칭)를 설립한다. 임시 주주총회는 오는 11월 26일이며 분할 기일은 12월 29일이다.


월간 이용자 1300만명, 모바일 내비게이션 시장 점유율 75%에 달하는 T맵을 종합 인공지능(AI) 모빌리티 플랫폼으로 키워 본격적으로 수익 창출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모빌리티는 5세대 이동통신(5G)과 빅데이터, 자율주행차 등 사업 다방면에서 시너지 효과가 큰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신설 법인은 T맵에 플랫폼 택시, AI 음성·주차 서비스, 차량 인포테인먼트 등을 결합하는 등 신사업으로 집중 육성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세계 최대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 ‘우버 테크놀로지’와 조인트벤처(JV)를 만들고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공동 추진한다. JV는 T맵 택시 드라이버와 지도·차량 통행 분석 기술, 우버의 글로벌 운영 경험, 플랫폼 기술을 합쳐 소비자 편의를 높인 택시 호출 사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SK텔레콤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SK텔레콤 SK텔레콤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 ‘T맵’.ⓒSK텔레콤

모빌리티 영역에서 SK텔레콤의 가장 큰 경쟁 상대는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카카오다. 카카오는 2017년 ‘카카오T’ 기반의 카카오모빌리티를 분사하면서 사업 영역을 적극적으로 넓혀나가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내비와 택시 호출, 주차 서비스 등 T맵이 제공하거나 혹은 향후 제공할 서비스와 대부분 겹친다.


모빌리티 외에도 두 회사는 그동안 사업 분야를 확장하면서 꾸준히 라이벌 관계를 형성해 왔다. 음원 서비스인 플로(SK텔레콤)와 멜론(카카오), AI 플랫폼인 ‘누구(NUGU)’와 ‘카카오아이’ 등이 이에 속한다.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로 급부상하면서 이동통신사 문자메시지 서비스가 사장된 과거도 있다.


이런 탓에 지난해 10월 뒤 회사의 ‘오월동주(吳越同舟·적대 관계가 이익을 위해 뭉치는 것)’ 선언은 파격이었다. 글로벌 공룡 기업이 급격히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국내 기업끼리 싸울 때가 아니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이번 분사를 계기로 모빌리티 사업에서는 각사가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의지가 확실해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지분동맹 당시에도 시너지를 낼 것은 내고, 각자 할 사업은 따로 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며 “모빌리티 관련해서는 각자 노선을 걷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번 분사 관련 SK텔레콤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어떤 것인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모빌리티 외 다른 영역에서의 협력은 아직까지 유효하다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까지 두 회사는 캐릭터를 공동 제작하는 등 활발하게 협업해 왔다”며 “따라서 지분동맹의 큰 방향성은 유효하지만, 결국 핵심 서비스는 또다시 국내 기업 간 파이 뺏어오기 경쟁으로 회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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