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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열전④] "보수에 사람이 누가 있나" 유승민, 대권 의지 관철될까

  • [데일리안] 입력 2020.07.20 04:00
  • 수정 2020.07.23 13:28
  • 정도원 기자 (united97@dailian.co.kr)

"2022년 대선이 마지막 정치도전" 확고한 의지

'경제'가 대선의 핵심쟁점 될 듯…유리한 여건

간난고초 겪은 친유계, 끈끈한 결속으로 뭉쳐

자천타천으로 범보수 진영의 잠룡(潛龍)으로 거론되는 인사들. 사진 왼쪽 위부터 홍준표 무소속 의원, 김태호 무소속 의원, 나경원 미래통합당 전 원내대표,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홍정욱 전 의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윤석열 검찰총장, 황교안 미래통합당 전 대표. 순서는 원내와 선수(選數)를 우선으로 하되, 선수가 같을 경우 성명 가나다순이다. ⓒ데일리안 사진DB자천타천으로 범보수 진영의 잠룡(潛龍)으로 거론되는 인사들. 사진 왼쪽 위부터 홍준표 무소속 의원, 김태호 무소속 의원, 나경원 미래통합당 전 원내대표,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도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오세훈 전 서울특별시장, 홍정욱 전 의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윤석열 검찰총장, 황교안 미래통합당 전 대표. 순서는 원내와 선수(選數)를 우선으로 하되, 선수가 같을 경우 성명 가나다순이다. ⓒ데일리안 사진DB

미래통합당 당헌 제73조는 대선 240일 전부터 대선예비후보 등록을 받도록 규정한다. 20대 대선은 2022년 3월 9일이다. 역산하면 통합당의 대선예비후보 등록은 내년 7월 12일부터다. 우리나라 적통(嫡統) 보수정당의 대권 레이스가 불과 1년 앞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최근 통합당 내에서는 흥행과 감동, 확장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대선후보 경선을 하자는 논의가 물밑에서 한창이다. 한 종합편성채널의 인기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인 '미스터트롯'처럼 하자는 목소리도 높다. 기류로 볼 때 대선후보 경선 일정이 당헌에 정해진 것보다 더 빨라지면 빨라졌지, 늦어질 가능성은 없어보인다.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부산 서면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2017년 대선 당시 부산 서면에서 선거유세를 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지난 2017년 대선에서 6.8%를 득표했던 유승민 전 의원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차기 대권 도전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20대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기 사흘 전인 지난 5월 26일 팬클럽 '유심초'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유 전 의원은 "내년 대선후보 경선과 2022년 대선이 나의 마지막 정치 도전"이라며, 대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강찬호 중앙일보 논설위원과의 인터뷰에서도 차기 대권에 관한 질문을 받자 "지금 보수에 사람이 누가 있느냐"라며 "내가 보수 후보가 돼야 정권을 빼앗아올 수 있다"고 자신했다. 대권에 관한 질문에 "아직 이야기하기는 이르다" "먼 미래" "국민이 결정해줄 것" 등으로 애매하게 답하는 정치권의 미덕(?)과는 대조적인 태도다.


대권주자의 첫 번째 조건이 강한 권력의지라고 한다면, 유승민 전 의원은 권력의지라는 측면에서 보면 합격점이라는 평이다.


두 번째로 유승민 전 의원에게 유리한 요소는 차기 대권에서 '경제'가 핵심 쟁점이 될 조짐이라는 점이다.


통합당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를 명분삼아 긴급재난지원금을 뿌리면서 총선 압승을 거둔 집권 세력이 '포스트-코로나 경제위기 대응'에 있어서는 깜짝 놀랄만큼 무력한 면모"라며 "현 정권 임기 내에 경제난이 타개되지 못한다면,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위스콘신대 경제학박사, 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 전문가' 이미지의 유승민 전 의원이 차기 대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개연성이 생긴다"고 분석했다.


유 전 의원 본인도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엄청난 경제위기가 닥쳐올 것"이라며 "경제 전문가이자 정치인, 대선에 나가려는 사람으로서 이 시대가 어떻게 보면 내게 숙명 같은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자부했다.


세 번째 요소는 보수 진영 내에서의 세(勢)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정치는 세(勢)"라고 말했다. 대권주자의 필수 요소인 세(勢)라는 측면에서 봐도, 유승민 전 의원의 정치적 세력이 19~20대 국회 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강해졌다는 관측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마치고 당으로 복귀한 '팽목거사' 이주영 전 의원을 누르고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당시 당내에서 유 전 의원이 얻은 동료 의원들의 표는 84표였다.


20대 국회에 들어선 뒤, 유 전 의원이 바른정당을 창당할 때 함께 했던 의원은 33명이었다. 이 중 13명은 유 전 의원이 대선을 뛰는 도중 탈당해 20명이 남았다. 이후 2017년 11월 보수대통합을 둘러싼 이견으로 다시 9명이 탈당해 11명이 남았다.


바른정당을 국민의당과 합쳐 바른미래당을 만드는 과정에서 김세연·박인숙 의원이 탈당해 9명이 함께 했다. 바른미래당이 분당되며 새로운보수당을 만드는 과정에서는 8명이 남았다. 애초에 유승민 전 의원을 좋게 보고 원내대표 경선에서 그에게 표를 던졌던 84명이 4년여의 '정치적 모험'을 거치면서 '10분의 1 토막'이 났다.


이러한 유승민 전 의원의 세(勢)가 지난 4·15 총선을 거치며 많이 튼튼해졌다는 관측이다. 조해진·김희국·류성걸 의원이 원내로 복귀했으며 유의동 의원이 '통합당의 험지' 수도권에서 살아남았다. 새로 초선으로 등원한 의원들 중에서는 강대식·김웅·유경준 의원이 유 전 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분류된다.


세(勢)란 상대적이다. 4·15 총선을 거치면서 친황(친황교안)·친홍(친홍준표)·친박(친박근혜)·친무(친김무성) 등 보수정당 내의 다른 계파들이 전부 유명무실해졌다. 통합당 관계자는 "어려울 때 '시베리아'를 떠돌며 간난고초를 함께 했던 친유(친유승민)계는 유대 관계가 끈끈하다"며 "상대적으로 세(勢)가 강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화 안 받기로 유명"…소통능력 '물음표' 여전
박근혜 존재 희미해지자 '안티테제' 유승민도…
TK '역설득' 해야…서울시장 보선서 '역할' 주목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2015년 2월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된 직후, 꽃다발을 받은 뒤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2015년 2월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된 직후, 꽃다발을 받은 뒤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같은 유리한 요소들이 있는 반면 불리한 요소도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소통 능력이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 전 의원과 가까운 것으로 분류되는 한 통합당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나조차 이렇게 연락이 안되면 다른 사람은 어떻겠나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고 털어놨다. 유 전 의원이 통화가 잘되지 않는다는 것은 정치권에서 유명한 이야기다. 손학규 민생당 전 대표가 유 전 의원을 가리켜 "전화 안 받기로 유명한 유승민 의원"이라고 지칭했을 때, 친유 진영에서도 이 말 자체는 반박하지 못했다.


원외로 나가게 된 이상 더욱 수준 높은 고도의 소통 능력이 필요한데, 유 전 의원은 이 지점에서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유 전 의원과 가깝다고 알려진 또다른 의원은 "원래 학자 출신이라 혼자 생각하는 사색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것 같다"고 극력 두둔했지만, 이제는 학자가 아니라 정치인이기 때문에 '만점짜리 변호'라 하기도 어렵다.


다음 대선에서 보수 후보가 당선돼도 국회는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가진 거대 진보좌파 정당이 자리잡고 있는 상태다. 소통하지 못하면 국정은 파국을 맞게 된다. 유승민 전 의원은 "역대 대통령들이 야당과 대화를 하지 않았는데, 나는 집권하면 늘 진심으로 대화하고 설득하려 노력하겠다"며 자신이 협치의 적임자라고 어필했지만, 지금 동료 정치인들이 유 전 의원과 '대화'할 때 겪는 어려움을 보면 설득력이 높게 들리지는 않는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불리한 요소는 유승민 전 의원의 '안티테제' 격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희미해져가는 존재감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유승민 전 의원을 대권주자로 만든 것은 팔할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평했다. 유 전 의원은 원내대표로 막 선출됐을 때만 해도 대권주자의 위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성장했다.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사태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작심하고 유 전 의원 '찍어내기'에 돌입하자, 그는 국회 정론관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헌법 제1조 1항을 낭독하며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게 됐다.


박 전 대통령이 보수 진영에 길고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을 때, 유 전 의원은 그만큼 빛날 수 있었다. 정치권 관계자는 "영웅 벨레로폰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키메라라는 존재가 있어야 했다"며 "안티히어로와 히어로 관계"에 비유했다.


그러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4·15 총선을 지나며 현실정치에서의 존재감을 잃었다. 총선 전만 해도 '박근혜신당이 등장하면 어떻게 하느냐' '문재인정권이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해 보수 분열을 유도할 것' 등 박 전 대통령을 변수로 하는 다양한 정치 시나리오가 거론됐다.


옥중서신을 띄웠는데도 보수가 참패한 4·15 총선 이후로는 아무도 박 전 대통령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박 전 대통령의 존재감이 희미해지자 역설적으로 박 전 대통령의 '안티테제'로서의 유승민 전 의원의 위상도 전만 같지 않다. '개혁보수'보다도 더욱 참신한 존재, 더욱 젊은 세대를 찾는 움직임에 58년생인 유 전 의원을 넘어 60년대생인 여러 대권주자들, 심지어 70년생인 홍정욱 전 의원이 거론된다.


이 때문에 유승민 전 의원도 2022년 대선을 자신의 '마지막 정치도전'으로 선언했을 것이다. 유 전 의원의 대권 전략은 전국 최대 유권자 밀집 권역인 서울·수도권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보수의 대선후보가 돼서 '보수의 심장'이자 자신의 정치적 연고지인 대구경북(TK)을 역으로 설득한다는 전략이 가장 유력하다.


통합당의 한 의원은 "(유승민 전 의원이) 지난 대선처럼 소수정당 후보로 출마하는 것은 의미도 없고, 다음 대선은 그런 구도로 치러지지도 않을 것"이라며 "보수와 진보의 대표주자가 1대1로 정면 격돌한다"고 내다봤다. 유승민 전 의원도 "반드시 보수 쪽 단일 후보가 돼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기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러자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해야 한다. 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2017년 대선서 대구에서 가장 높은 득표(12.6%)를 획득했으며 그 다음이 경북(8.8%)이었는데, 이제는 '보수의 심장' TK에서 거부감을 넘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TK 권역의 통합당 의원은 "(유승민 전 의원이) 일단 보수의 단일 대선후보가 된다면 TK도 표를 던질 것이다. 문재인정권 재임 기간은 TK로서는 견뎌내기 어려운 굴욕의 시기였기 때문에, 민주당이 또 5년을 하느니 유 전 의원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정서"라면서도 "경선 과정에서부터 (TK가) 유 전 의원을 지지하고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결국 유승민 전 의원은 서울·수도권 등에서의 확장력을 과시해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로서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박원순 사태'는 유 전 의원에게는 기대하지도 않았던 호재다. 2021년 4·7 보궐선거가 부산에서만 치러졌더라면 유 전 의원은 서울·수도권에서의 자신의 득표력을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줄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내년 4·7 보궐선거가 치러지고나면 대권 레이스가 본격화된다. 유승민 전 의원은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통합당 후보의 당선에 기여한 뒤, 여세를 몰아 대선후보 경선에 나서게 될 것이다. 유 전 의원의 '마지막 정치 도전'이 어떠한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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