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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번 주 뭐 볼까] 극장에서 만나는 추억의 청불 명작 2제


입력 2020.07.03 13:36 수정 2020.07.03 13:37        홍종선 대중문화전문기자 (dunastar@dailian.co.kr)

‘아이즈 와이드 셧’, 스탠리 큐브릭의 유작…놓칠 수 없는 엔딩

‘로마 위드 러브’, 우디 앨런의 로맨틱 코미디…이탈리아 여행 느낌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 ⓒ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아이즈 와이드 셧' ⓒ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어떠한 위기 상황에서도 긍정을 모색하는 관점에서 본다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인해 극장가에 펼쳐진 이색 풍경에 주목할 만하다. 이제는 휴대전화나 태블릿, 아무리 커야 TV로 볼 수밖에 없는 추억의 명작들을 영화관 스크린으로 만나는 기회가 펼쳐지고 있다.


이번 주말 극장에 가면 이 어려운 시절 개봉 열흘도 안 돼 129만명의 사랑을 받는 유아인, 박신혜 주연의 ‘#살아있다’가 우리를 반갑게 맞이하는 건 기본. 찬찬히 살펴보면 거장 스탠리 큐브릭의 ‘아이즈 와이드 셧’(배급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우디 앨런의 ‘로마 위드 러브’(배급 ㈜팝엔터테인먼트)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세계적 감독의 영화를 큰 화면으로 만날 기회다.


두 영화 사이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명감독 평가를 받는 감독들의 작품이라는 것. 청소년 관람 불가, 어른들을 위한 영화라는 것. 그리고 ‘일탈’에 관한 영화.


영화 '로마 위드 러브' ⓒ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로마 위드 러브' ⓒ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로마 위드 러브’는 우디 앨런 식 기발하고도 코믹한 상상 속에 일탈과 사랑이 피어나는 공간으로 로마가 재조명된다. 동거 중인 여자친구(그레타 거윅)의 친구(엘렌 페이지)와 아찔한 사랑에 빠지는 건축학도(제시 아이젠버그). 자고 나니 스타가 되어 일거수일투족 카메라가 따라다니는 로마시민 레오폴드(로베르토 베니니)에게 찾아온 일상의 변화. 시골에서 결혼해 로마에 정착하러 왔지만 아내(알레산드라 마스트로나르디)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호텔룸을 잘못 찾아온 콜걸 안나(페넬로페 크루즈)를 만나 본등에 눈뜨는 남편(알레산드로 티베리), 직장을 구하러 친척을 만나러 갔다가 길을 잃고 평소 팬이었던 배우(오르넬라 무티)를 우연히 만나 꿈같은 시간을 보내는 아내.


로마에서 길을 묻다가 첫눈에 반해 약혼했다며 부모를 결혼식에 초청한 딸을 보러 미국에서 온 은퇴한 오페라 감독(우디 앨런)은 샤워할 때만 노래를 놀랍게 잘하는 예비 사돈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의 부추김에 성악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장의사(파비오 아르밀리아토). 그리고 로마에서의 휴가 막바지, 젊은 시절 자신을 꼭 닮은 건축학도 잭을 만나 연애 훈수를 두게 되는 건축가 존(알렉 볼드윈). 존은 사람인지 귀신인지, 존이 잭인지 별개의 인물인지 헷갈리는 장면들.


스타가 된 로마시민 역의 로베르토 베니니 ⓒ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타가 된 로마시민 역의 로베르토 베니니 ⓒ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장의사에서 성악가로, 평범한 시민에서 일약 스타로 일상탈출을 하는 건 기분 좋은 탈선이겠지만. 연인과 아내를 옆에 두고 다른 여자와 불붙는 또는 남편을 두고 다른 남자와 꿈을 실현하는 아내의 일탈은 위험천만해 보인다. 하지만 우디 앨런이다. 특유의 입담, 상황을 꼬고 다시 풀어가는 재능으로 유쾌한 웃음과 함께 즐기게 한다.


영화를 보면, 우디 앨런이 “로마는 도시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작품인, 세상 그 어떤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한 편의 이야기로 풀어내기엔 너무 굉장한 곳이 바로 로마"라고 말한 것에 바로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부부의 부부 연기 ⓒ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부부의 부부 연기 ⓒ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지난 1999년 영면에 든 스탠리 큐브릭의 ‘아이즈 와이드 셧’은 1999년 제작돼 이듬해 국내 개봉한 작품이다.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스탠리 큐브릭의 신작, 그의 마지막 영화를 극장에서 다시 볼 수 있는 것만으로 가슴 벅차다. 심근경색으로 세상을 떠난 스탠리 큐브릭은 자신의 건강상태를 알고 있었고 이 영화가 자신의 마지막 영화가 될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가 유작으로 택한 것은 겉으로 보기엔 미국 뉴욕에서 ‘아름다운 사람들’로 불리는 의사 윌리엄 하포드(톰 크루즈)와 그의 아내 앨리스(니콜 키드먼)의 일탈, 내면으로는 가진 자들의 가식과 더러운 타락에 대한 고발이다.


윌리엄과 앨리스는 외모뿐 아니라 서로를 향한 배려, 성생활마저 완벽한 부부로 영화 초반 그려진다. 공고할 것만 같은 부부의 성은 쉽사리 흔들린다. 윌리엄은 피아니스트 친구로부타 비밀섹스클럽에 관한 얘기를 듣고, 바로 그때 아내는 돈 많은 고위층 남자의 유혹을 받는다. 그날의 파티는 부부 양쪽이 별일 없이 끝나는 듯하지만. 윌리엄은 비밀섹스클럽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여성을 치료하게 되면서 비밀섹스클럽을 엿보게 된다. 참을 수 없는 호기심에 몸부림치는 남편에게 아내는 한때 마음에 품은 남자가 있었다는 고백을 한다. 마음으로 끝냈다는 아내의 말에도 불구하고 불타는 질투를 느낀 윌리엄은 이를 핑계 삼아 치료해 준 여성과의 밀회를 즐기고, 여자의 경고에도 끊을 수 없는 호기심과 끌림으로 비밀섹스클럽에 무단 입장한다.


톰 크루즈 ⓒ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톰 크루즈 ⓒ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가진 자들을 위한 ‘그들만의 리그’, 그곳에서는 가면을 쓴 사람들이 ‘상상 그 이상의’ 변태적 행각을 벌이고 관람하고 지시한다. 윌리엄 역시 빠져든다. 영문을 모르는 아내는 겉도는 남편을 대신해 꿈속에서 추억의 남자를 만나 사랑을 나눈다.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하고 모든 것을 잃을 위기에 놓이는 윌리엄, 그는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까. 그런 남편을 아내 엘리스는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니콜 키드먼 ⓒ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니콜 키드먼 ⓒ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제공

영화는 촘촘한 미장센 속에서 도도하게 흐른다.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범죄들이 어둠 속에서 저질러지고 위장되고 지워진다. 성에 얽힌 돈의 힘과 권력의 본성, 그를 통해 투영되는 인간의 본능과 본성에 치를 떨 때 영화는 ‘예상하지 못한’ 결말을 우리에게 내뱉는다. 욕망이 있고 누구보다 강한 본능이 있지만 인간으로서, 아내로서 다스린 니콜 키드먼의 입을 통해 뱉는다. 말할 수 없다. 직접 들어야 하고, 묘하게 헷갈리는 엘리스의 표정을 직접 봐야 한다.


엘렌 페이지, 제시 아이젠버그, 그레타 거윅 ⓒ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엘렌 페이지, 제시 아이젠버그, 그레타 거윅 ⓒ ㈜팝엔터테인먼트 제공

코로나19로 갈 수 없는 이탈리아 여행을 대신할 만큼 사랑스럽게 연출된 일탈, 감히 내게 일어나기를 바라지 않게 되는 두려운 일탈. 서로 색깔이 너무 달라 한 편을 추천하긴 곤란하다. 배우들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로마 위드 러브’에는 이게 현실인가 싶게 명배우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아카데미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된 ‘작은 아씨들’을 연출한 그레타 거윅이 7년 전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다. ‘아이즈 와이드 셧’은 스탠리 큐브릭이기에 가능했던 스타배우 톰 크루즈와 니콜 키드만의 공연, 부부여서 가능했던 농익은 호흡, 이제는 남이 된 그들이어서 더 귀한 20년 전 부부 연기. 어느 면으로 보나 놓치기엔 아까운 수작들이다.

홍종선 기자 (dunastar@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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