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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치는 어디로? 민주당, 사상 초유 단독 상임위 선출 움직임


입력 2020.06.15 11:58 수정 2020.06.15 12:54        최현욱 기자 (hnk0720@naver.com)

민주당, 15일 단독 본회의 강행·상임위원장 선출 움직임

그간 관행 엎고 법사위 사수 의지 표출…야권 강력 반발

"법사위 야당 몫 관행은 국회 최소한의 견제·균형 장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1대 국회에 '협치'라는 말이 시작부터 사라진 모양새다. 176석의 거대 여당 더불어민주당이 단독 개원으로 한 바탕 논란을 빚은 데 이어 헌정사 초유의 단독 상임위원장 선출을 기어이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야권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회 파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5일 오후 야당과의 합의 없이도 본회의를 열고 상임위원장 선출을 결행한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단독으로라도 21대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만들 것"이라며 "민주당은 지금까지 참을 만큼 참았고 할 수 있는 그 이상을 다했다"고 언급했다.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둘러싼 줄다리기다. 미래통합당은 16대 국회 이후 야당 소속 의원이 법사위원장을 맡아 왔던 관행대로 절대 법사위를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이 이를 엎고 법사위원장을 포함한 18개 상임위원장을 모두 가져가겠노라 엄포를 논 탓이다.


법사위는 법무부, 법제처, 감사원, 헌법재판소 등을 대한민국의 주요 법률기관을 소관하는 상임위인 만큼 그 권한과 기능이 상당하다. 국회의 본질적인 존재 이유인 '정권에 대한 감시와 견제'라는 명제를 실현한다는 취지에서 야당이 이를 가져가는 관행이 생겨난 이유다.


박수영 미래통합당 의원은 "(법사위원장을 야당이 맡는 문제는) 대통령과 의장이 모두 여당인 상황에서 최소한의 견제와 균형을 위한 장치라는 존재이유가 있다. 오랜기간 확립된 규칙을 깨려드는 여당이 문제의 시발점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법사위 사수 외치며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 통해 힘 빼기
기존 관행까지 엎어가며 법사위 고집 배경에 의문의 목소리 쏟아져
김종인 "무엇을 그리 잘못한 게 많아 검찰과 법원 장악하려 하는가"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민주당은 법사위를 고집하는 동시에 법사위가 보유하고 있는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해 힘을 약화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체계·자구 심사권'은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들의 헌법 위배 여부, 기존 법안과의 상충 문제, 용어나 단어들의 적법성 문제를 심사하는 법사위의 고유 기능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 기능을 없애면 국회통과 법안은 형편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따라서 야권의 강도 높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기존 관행까지 엎어가며 법사위 사수를 고집하는 배경에 의문이 실린다.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를 지적하며 "무엇을 그리 잘못한 게 많아 검찰과 법원을 장악하려 하는지 의문스럽다"며 "무엇 때문에 여당이 굳이 법원과 검찰을 관장하는 법사위를 장악하려 하는지, 그게 뭘 의미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거대 여당의 출현으로 관행을 파기하며 상임위를 독점하고자 하는 신호로 보여 굉장히 염려스럽다"며 "176석 내지 180석이라 하는 거대 의석으로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의회에서 뭐든지 할 수 있는 위치에 있음에도 법사위를 차지하려 하는가, 거대 여당의 힘으로 모든 것을 밀어붙이면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파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통합당은 이날 오후로 예정된 본회의 전 합의에 실패할 경우 본회의 불참을 비롯해 '국회 보이콧' 등 강력한 대여투쟁에 나설 전망이다.


조해진 통합당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민주당 단독 상임위원장 선출 강행시) 국회가 사실상 없어지는 것이고 야당이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당 일각에서 '정권 타도 투쟁', '의회민주주의 수호투쟁'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 쪽 방향으로 몰려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최현욱 기자 (iiiai07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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