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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의 수소경제, 이젠 트럭이다…승용 수소차 보다 유망


입력 2020.06.11 05:00 수정 2020.06.10 21:45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2025년까지 스위스에 수소트럭 1600대 공급…내년부터 국내 시범운영

전기차에 비해 에너지 밀도 높아…공간활용·주행거리·충전시간 등 우위

현대자동차가 2019 북미 상용 전시회에서 공개한 대형 수소트럭 콘셉트카 HDC-6 넵튠.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2019 북미 상용 전시회에서 공개한 대형 수소트럭 콘셉트카 HDC-6 넵튠. ⓒ현대자동차

글로벌 수소모빌리티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승용(乘用) 수소전기차(수소차)에 이어 상용(商用) 수소차 사업 육성에 본격 나선다.


트럭, 버스 등 상용 수소차는 승용 분야에 비해 상용화(常用化)에 유리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꿈꾸는 수소경제를 앞당기는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스위스에 1600대 규모의 대형 수소트럭을 공급할 예정이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2018년 스위스 수소에너지 기업 ‘H2에너지’와 수소트럭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해 합작법인인 ‘현대 하이드로젠 모빌리티’를 설립했다.


합작법인에 공급되는 수소트럭은 현대차의 대표 트럭인 ‘엑시언트’를 기반으로 유럽 현지 법규에 맞춰 개발된 10t급 ‘넵튠’으로, 신형 수소연료전지시스템 2개가 병렬로 연결된 190kW(킬로와트)급 수소연료전지시스템과 7개의 대형 수소탱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약 400km를 주행할 수 있다.


현대차는 올해 초 넵튠 일부 물량을 현지 테스트 및 시범운행 목적으로 스위스에 보냈으며,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수출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엔진·발전기 분야 글로벌 리더인 미국 ‘커민스(Cummins)’와 북미 상용차 시장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공급 협약을 맺는 등 미국 시장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은 올해부터 공급이 이뤄진다.


미국은 ‘트럭킹의 나라’로 불릴 정도로 장거리 트럭 운송 수요가 많은 곳인 만큼 수소트럭 시장이 열릴 경우 막대한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 한화그룹이 지분을 투자했다 대박을 치며 화제를 모은 ‘니콜라’도 미국 수소트럭 업체다. 니콜라는 수소트럭 사전예약 물량 1만4000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내년부터 10t급 수소트럭 넵튠의 국내 버전이 시범 운영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현대글로비스, CJ대한통운, 쿠팡과 수소트럭 보급 시범사업을 위한 상호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내년부터 2022년까지 넵튠 5대를 투입해 군포-옥천 구간 및 수도권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의 저상형 수소버스인 일렉시티. 시내버스 및 경찰버스로도 활용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의 저상형 수소버스인 일렉시티. 시내버스 및 경찰버스로도 활용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수소버스의 경우 좀 더 일찌감치 상용화를 향한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06년부터 수소버스를 개발해 왔으며, 2006년 독일월드컵 기간 중 1세대 수소전기버스를 시범 운행하며 전 세계의 이목을 모은 바 있다.


이후 2018년에는 서울과 울산에서 3세대 수소버스를 투입해 시범 운행했으며, 지난해 6월 3세대 수소버스의 양산형 모델을 공개했다. 최대 45명이 탑승할 수 있는 3세대 수소버스는 수소 1kg당 13.5km, 1회 충전 시 약 450km를 주행할 수 있어 주행 거리에 대한 불안함도 말끔히 덜어냈다.


양산형 수소버스는 앞으로 서울, 부산, 울산, 광주, 서산, 아산 등에 300대 이상이 공급돼 운영될 예정이다.


수소버스는 경찰용으로도 사용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경찰청 등과 경찰 수소전기버스 개발 보급 확대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정부는 오는 2028년까지 경찰버스 802대 모두를 수소전기버스로 교체할 계획이다.


전기 트럭과 수소 트럭의 운행거리별 비용 비교 그래프. 주행 거리가 길어지면 수소 트럭의 운행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 ⓒ현대자동차(맥킨지 인용) 전기 트럭과 수소 트럭의 운행거리별 비용 비교 그래프. 주행 거리가 길어지면 수소 트럭의 운행 비용이 훨씬 저렴하다. ⓒ현대자동차(맥킨지 인용)

수소트럭이나 수소버스는 승용 수소차에 비해 상용화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승용 수소차는 차주의 거주지와 동선이 넓은 지역에 분산돼 있어 수소충전소와 같은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이 크지만 트럭이나 버스는 화물 상하차 지역이나 차고지에만 충전소를 마련해 놓으면 되니 훨씬 간편하다.


각국의 규제로 트럭과 버스의 친환경차 전환이 본격화될 경우 전기차와의 경쟁에 있어서도 수소차가 유리하다.


전기 상용차의 경우 많은 짐을 싣거나 다수의 승객을 태우고 달리려면 배터리 용량도 그만큼 커져야 하고, 이에 따라 차량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부피와 무게가 많아지면 짐이나 승객을 실을 여지가 줄어드는 상황이 불가피하다. 배터리 효율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는 한 해결되지 않는 딜레마다.


하지만 수소 상용차는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이 차지하는 공간이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에너지 밀도가 배터리 기반 전기차에 비해 높다. 수소 상용차가 전기 상용차에 비해 더 많은 짐이나 사람을 싣고 더 장거리를 운행할 수 있는 것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미래 수소 경제를 분석한 보고서에서 전기트럭과 수소트럭의 운행 거리에 따른 비용을 비교한 결과, 100km를 기준으로 거리가 더 길어질수록 수소트럭의 비용 경쟁력이 계속해서 커진다고 분석했다.


충전에 상당한 시간을 소비해야 하는 전기 상용차와 달리 짧은 시간에 충전이 가능하다는 것도 수소 상용차의 장점이다. 차주 입장에서는 차량의 회전율을 높이는 요인이 되니 경제성 면에서 이득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수소차 상용화는 트럭과 버스 분야에서 먼저 이뤄지고, 일정 기간 상용화를 거쳐 안전성과 효율성 검증 및 인프라 구축이 이뤄지면 승용차 분야로의 확장을 이끄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승용차 시장에 수소차가 파고들기 위해서는 전기차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지만 상용차 분야에서는 수소차의 경쟁력이 우수한 만큼 시장을 선점하기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수소 상용차 시대에 대비해 2025년까지 총 10종의 상용 트럭과 버스 라인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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