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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 속 '실익' 택한 文대통령


입력 2020.06.02 15:09 수정 2020.06.02 15:20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G7 초청에 화답…文 코로나 선도국 위상 강화 의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美 역할 고려했단 해석 나와

靑 "국제 상황 정상화 신호탄…中 반발하지 않을 것"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초청에 화답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 새판짜기에 동참한다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에 응한 건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 대응 및 위상 강화 등 '실익'이 더 많다는 판단에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G7 정상회의 참석 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초청에 기꺼이 응할 것이며 방역과 경제 양면에서 한국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G7은 미국과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캐나다, 일본 등 선진 7개국 회의로, '선진국 클럽'으로 간주된다. 앞서 G7 정상회의 의장을 맡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인해 G7 정상회의를 9월로 연기하며 한국을 비롯한 호주, 인도, 러시아 등 4개국을 초청 대상으로 거론했다.


공교롭게도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4개국은 중국과 인접하거나 밀접한 국가다. 이 중 러시아를 제외한 3개국은 미국이 '중국 봉쇄'를 위한 아시아·태평양 전략의 주요 축으로 삼으려는 국가다. 그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추구해 온 한국이 미국의 G7 초청에 응한 것만으로도 중국 입장에선 '중립'을 지키지 않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향후 한·중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당장 한중 관계가 틀어지진 않겠지만, 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문 대통령이 '전략적 모호성'에서 어느정도 벗어났다는 방향성은 읽을 순 있다. 근거리 외교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유로 문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K방역 성과를 바탕으로 코로나19 대응 선도국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갈등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한 쪽을 선택하는 것보다, 현 상황을 적극적으로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금년도 G7의 확대 형태로 대면 확대정상회의가 개최되면 포스트 코로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 적절한 시기에 대면회의로 성공적으로 개최된다면 세계가 정상적인 상황과 경제로 돌아간다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건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미국이 G11 혹은 G12 체제 확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일 "문 대통령의 방미가 성사된다면 이는 G7의 옵서버 자격으로 가는 일회용이고 일시적인 성격이 아니다"라며 "G11 또는 G12라는 새로운 국제 체제의 정식 멤버가 되는 것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질서를 이끄는 리더국 중 하나가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G11 또는 G12 정식 멤버가 될 경우 우리나라의 국격 상승과 국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문 대통령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 초청했어도 응했을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국제 질서가 변하고 선진국 기준이 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결정은 옳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미국이 '동맹 파트너'로서 한국을 콕 찝어 적극적인 러브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도 그럴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이다. 미중 간의 갈등을 중재하는 조정자 역할이 주어질 수 있는 기회"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진전을 위한 미국의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 평론가는 "문 대통령의 남북관계 개선 과정에서 미국의 도움이 필요하다. 북미 대화가 원만하게 이뤄져야 남북 평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이번 결정에는 그런 목적이 더 강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실익이 더 많이 보인다는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이번 결정과 관련한 중국의 반발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정부 생각은 중국이 반발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G7 확대 형태로 하면 포스트 코로나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 말했고, 적절한 시기에 대면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된다면 세계가 정상적인 상황·경제로 돌아간다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걸 보면 이해될 거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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