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포기 '지시 주체' 쟁점…윗선 개입 논란 지속
법무장관 "검찰에 신중 판단하라 정도 의사 전달"
野 "개인적인 견해 전제 검찰에 지시…외압 자백"
법조계 "재판 개입 정황 드러날 경우 직권남용죄"
정성호법무부 장관이 10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검찰의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항소포기를 두고 법무부 외압 의혹이 거세다. 법무부 장관이 단순 의견 제시란 취지로 해명했으나 논란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법조계는 법무부 차원의 재판 개입 정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직권남용죄가 성립될 수 있다고 봤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 사태와 관련해 '지시 주체'가 누구인지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수사·공판팀이 만장일치 항소 제기로 의견을 모았으나 '윗선' 개입으로 결정을 바꾼 정황이 제기됐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특경가법)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 등 5명의 유죄를 인정했다.
이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이던 2014~2015년 성남시와 유착해 성남도공의 대장동 개발사업 이익을 1830억원만 배당해 공사에 최소 489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초 검찰은 성남시 내부 비밀을 이용해 총 7886억원의 부당이익을 거둔 혐의를 적용했지만,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기재된 서판교터널 개통 등을 비밀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473억원만 추징금으로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이같은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했다. 중앙지검과 수사·공판팀이 항소 의견을 냈지만 검찰 수뇌부가 불허한 것으로 파악됐다.
형사 사건은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 항소를 제기해야 한다. 대장동 사건의 선고일은 지난달 31일로 항소 시한은 이달 7일까지였다.
수사·공판팀이 7일 항소장을 들고 서울중앙지방법원 앞에서 대기 중이었으나, 항소 시한을 7분 앞두고 정진우 중앙지검장이 항소를 승인하지 않는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항소 시한인 자정을 지나며 검찰은 항소를 포기하게 됐다.
이후 대장동 사건 수사·공판팀은 8일 오전 법무부 및 검찰 수뇌부의 외압으로 인해 사실상 항소 포기를 강요받은 것이란 취지의 주장을 폈다. 이를 두고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대검찰청 차장)과 정 지검장 간 주장이 엇갈기며 논란을 부추겼다.
노 권한대행은 정 지검장과 "협의했다"고 했으나 정 지검장은 "의견이 달랐다"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 전국 지검장 18명은 검찰 내부망에 성명서를 올려 노 권한대행이 항소포기를 지시하게 된 경위와 법리적 근거에 대한 설명을 공개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노 권한대행에게 항소포기를 직접 지시했단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통화도 하지 않았다"며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의견을 전달한 사실은 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검찰에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정도의 의사만 전달했다"며 "대장동 수사와 재판은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법원이 선고한 형이 검찰 구형량보다 높았다"며 "항소를 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해명에도 외압 논란은 불식되지 않고 있다. 야권에선 "사실상 외압 자백"이란 지적도 나왔다.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인 견해를 전제로 검찰에 지시한것과 마찬가지란 취지의 주장이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0일 서울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법조계는 전직 법무장관들도 구체적 사건과 관련해 수사 개입 논란이 불거진 적은 있으나 재판에 개입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인 사건과 관련해 개인적인 의견을 관철시켰다고 본다면 절차 위반 소지가 있다고 봤다. 또 재판 개입 정황에 따라 직권남용죄 성립 가능성도 거론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무장관의 재판 개입 정황이 드러난다면 직권남용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있다"며 "법무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한해 검사를 지휘할 권한은 있으나 이는 일반적 지휘를 의미하지 항소제기, 항소포기 등과 같이 구체적 지휘를 하는 경우에는 수사지휘권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추징 목표한 범죄수익 7886억원 중 473억원만 1심 추징금 선고됐는데도 항소포기한 점을 들어 국고손실, 나아가 국정농단이라는 주장까지 나올 수 있단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변호사는 "성남시나 도시개발공사에 귀속돼야 할 국고가 손실이 된 거니 국정농단 내지 국고손실이라고 볼 수 있다"며 "거악을 척결해야 될 법무부가 정의실현 관점에서 터무니없는 짓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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