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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 한 칸씩 띄어 앉기 고심…쉬쉬하는 공연계 뇌관


입력 2020.05.19 08:53 수정 2020.05.19 08:56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국공립 공연장, 자체 기획공연 '거리두기 좌석제' 시행

민간 공연 '모차르트!' 놓고 고민, 제작사와 미묘한 입장 차

뮤지컬 '모차르트!' 공연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모차르트!' 공연 사진. ⓒ EMK뮤지컬컴퍼니

김준수가 출연하는 뮤지컬 예매를 두고 '티켓팅'이 아닌, '피켓팅'이라 한다. 피가 튀는 전쟁 같은 티켓팅이란 뜻이다.


김준수를 보려는 팬들의 열기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도 막지 못했다. 지난 2월 개막한 뮤지컬 '드라큘라'에 이어 6월 11일 개막을 앞둔 뮤지컬 '모차르트!'까지 거의 매진에 가까운 티켓 판매율을 기록했다.


문제는 '모차르트!'가 '지그재그로 한 칸씩 띄어 앉기(이하 띄어 앉기)'를 시행 중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한다는 점이다. '모차르트!'에 '띄어 앉기'를 적용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는 큰 의미를 지닌다.'모차르트!'에 '띄어 앉기'를 강요하는 상황이 된다면 뮤지컬 팬들의 반발을 사며 논란의 뇌관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모차르트!'에서 이를 시행하지 않는다면 국공립 공연장이 본격적으로 관객수를 늘려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상황은 미묘하다. 우선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예술의전당, 성남아트센터 등 국내 대부분의 국공립공연장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재난안전대책본부 등의 지침을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 중인 창극 '춘향'과 28일부터 3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음악극 '김덕수전傳' 등 공연장 자체 기획 공연은 '띄어 앉기'를 시행 중이다. 하지만 이는 권고 사항일 뿐, 막대한 제작비를 들인 민간 제작 공연에 '띄어 앉기'를 강제할 수는 없다. 자칫 법적 분쟁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 예정이던 뮤지컬 '레베카'의 공연 주관사인 에스플레이프로젝트는 "공연 개막을 4일 앞두고 '띄어 앉기'를 시행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공연 취소를 결정한 뒤 성남시와 성남문화재단 등을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섰다.


세종문화회관은 오프라인 공연을 재개했지만, 철저한 방역과 함께 거리두기 좌석제를 시행하고 있다. ⓒ 뉴시스 세종문화회관은 오프라인 공연을 재개했지만, 철저한 방역과 함께 거리두기 좌석제를 시행하고 있다. ⓒ 뉴시스

'모차르트!'의 좌석제에 대해서는 아직 쉬쉬하는 분위기다. 아직 공연 일정이 3주 이상 남아 있는 데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연장과 제작사 측의 입장엔 미묘한 차이가 감지되고 있다.


우선 세종문화회관 측은 '띄어 앉기' 시행 여부를 놓고 제작사인 EMK뮤지컬컴퍼니와 협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세종문화회관은 "민간 공연장은 '띄어 앉기'를 시행하지 않고 있고, '모차르트!'가 자체 기획공연이 아닌 민간 공연이라는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추이를 지켜보면서 양측이 최대한 좋은 방향에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EMK뮤지컬컴퍼니 측은 "'띄어 앉기'를 도입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다. 제작사 관계자는 "'띄어 앉기'에 대해 검토한 건 맞지만, 현재로선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상황은 '레베카'의 경우와 비슷하다. 김준수 회차의 경우 1층 좌석은 거의 매진된 상태다. 다른 배우의 회차도 50~60% 이상의 높은 티켓 예매율을 보이고 잇는 상황에서 뒤늦게 좌석 조정은 불가능하다는 게 제작사 입장이다.


김준수 회차의 경우 티켓 예매를 위한 경쟁이 뜨거웠고 암표 거래도 많다. 뒤늦게 공연 좌석을 조정한다면 그 혼란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 공연 관계자는 "각 공연의 특성에 대해 세심한 검토 없이 '띄어 앉기'를 시행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며 "공연 특성에 따라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세부 지침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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