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호탕한 ‘1루 강백호’에 걸린 KT 큰 그림


입력 2020.05.02 13:54 수정 2020.05.02 13:55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민감한 포지션 이동에도 천재성과 적극성으로 극복 기대

거포 1루수 안착하면 KT 외야와 공격 라인업 한층 강화

1루수로 전향한 강백호. ⓒ kt위즈 1루수로 전향한 강백호. ⓒ kt위즈

프로 3년차 강백호(21·KT위즈)의 천재성과 존재감을 봤을 때, 더 이상 골짜기의 작은 나무가 아니다.


KBO리그 1군 진입 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KT는 산등성이에 큰 나무로 성장한 강백호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선수 개인에게 민감할 수 있는 포지션 이동까지 감행했다. 천재성과 함께 호탕하고 대범한 성격의 강백호가 아니었다면 내리지 못했을 결정이다.


지난 시즌까지 외야수로 활약하던 강백호는 ‘2020 KBO리그’ 개막을 앞두고 KT 이강철 감독 결단에 따라 1루수로 전향했다. 그리고 높은 기대치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타격은 예열을 마쳤다. 경기 전까지 연습경기 11타수 2안타에 그쳤던 부진을 털어냈다.


강백호는 지난 1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서 펼쳐진 한화 이글스와의 마지막 연습경기에서 마치 방망이에 불을 붙인 듯 뜨겁고 호쾌하게 휘두르며 7타점(5타석 4타수 4안타 1홈런)을 쓸어 담았다. 5-5 맞선 5회말에는 이현호의 슬라이더를 받아 쳐 연습경기 첫 홈런(3점)을 터뜨렸다. 비거리 135m짜리의 대형 홈런.


문제는 1루 수비다. 타격이 폭발한 이날도 1루에 선 강백호는 2회초 박경수의 원바운드 송구를 놓쳤고, 5회초에는 땅볼을 잡고 떨어뜨리는 어이없는 실책도 저질렀다. 6회초 빗나간 황재균의 송구까지 잡기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일각에서는 강백호 1루 전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보낸다. 현대 야구에서 1루 포지션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자칫 새로운 포지션에 적응하느라 타격 집중력이 떨어진다면 KT로서는 큰 손실이다.


강백호는 신인왕에 등극한 2018시즌 타율 0.290 29홈런 108득점 84타점을 올렸고, 지난해는 타율 0.336 13홈런 65타점을 기록한 KT의 중심 타자다. 이강철 감독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던 이유다.


하지만 강백호가 거포 1루수로 자리매김한다면 KT로서는 금상첨화다.


멜 로하스 주니어를 좌익수, 김민혁을 우익수로 이동시키고 중견수에 배정대 투입할 수 있다. 청백전 타율 5할을 찍은 배정대가 외야수로서 공격 라인업에 올라오면 KT 타격은 한층 강화된다. 배정대가 9번 타자로 나서고, 40개 이상의 도루를 합작한 심우준-김민혁 테이블 세터로 이어지면 안타 없이도 득점을 올릴 수 있는 타순을 구축한다.


거포 1루수로 성장해야 하는 강백호. ⓒ kt위즈 거포 1루수로 성장해야 하는 강백호. ⓒ kt위즈

지난 시즌 KT를 끌어올린 원동력인 불펜이 탄탄한 가운데 신인 소형준의 합류로 선발진은 한층 두꺼워졌다. 타선의 힘만 더한다면 창단 이래 첫 포스트시즌 진출의 꿈을 그릴 수 있다. 그 마지막 퍼즐이 강백호의 1루 안착이다.


부담이 클 강백호도 잘 알고 있다. 강백호는 아직은 모자란 1루 수비에 대해 자책하거나 움츠러들지 않는다. 횟수가 많지 않고 낯설 뿐이라고 한다. 수비에서 필수인 순발력은 타고 났다. 경험이 많지 않아 안정감이 떨어질 뿐이다. 천재성을 지니고도 배우는 자세가 무엇인지 아는 겸손함을 갖춘 강백호라면 경험을 축적한다면 크게 개선될 수 있다. 팀도 그의 부족한 1루 수비를 인내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강백호를 잘 아는 선수들은 “허풍이 아니다. 결과를 만들어내는 선수다. 강백호 마인드라면 어떤 상황도 견디고 이겨낼 수 있다”고 하나 같이 입을 모은다. 서울고 시절부터 보여준 천재성과 어떤 상황과 변화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적극성, 호탕한 그의 멘탈을 생각하면 KT가 그리는 큰 그림은 올해 현실화 될 수도 있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