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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오늘도 허탕'…'마스크 탁상행정'에 약사도 시민도 '분통'


입력 2020.02.28 13:15 수정 2020.02.28 14:54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이은정 기자

정부 말과 달리 연 이틀 헛걸음…현장 모르고 성급하게 진행했다는 비난도

약국 물량 빨라야 다음주 월요일 판매 가능할 듯…우체국‧농협은 서울 제외에 불만 거세

서울 마포구 한 약국 내 안내문. 정부가 약속한 공적물량 마스크는 28일 오전에도 개별 약국에 도착하지 않았다.ⓒ데일리안 서울 마포구 한 약국 내 안내문. 정부가 약속한 공적물량 마스크는 28일 오전에도 개별 약국에 도착하지 않았다.ⓒ데일리안

28일 정부가 마스크를 판매하겠다고 약속한지 이틀째. 서울과 수도권 시민들의 발걸음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전부터 분주했다. 정부가 500만장의 마스크를 전국 약국과 농협, 우체국 등 공적 판매처에서 판매한다는 보도를 접한 이후 나타난 현상이다. 본격적인 판매를 예고한 전 날 공적 판매처를 찾았다 허탕을 친 시민 중 상당수는 다시 약국 등을 돌며 마스크 확보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었다.


이날 기자들이 찾은 서울과 수도권 일대 약국, 우체국, 농협하나로마트 등 10여 곳은 가격을 낮춘 정부 마스크 물량을 판매하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6일 서울청사에서 '마스크 수급 안정 추가조치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열고 전날 마스크 일일 생산량의 50% 이상을 공적 판매처에 출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긴급수급조정조치 개정을 통해 하루 500만장을 공적 판매처에 판매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본격적인 판매가 시작됐어야 할 지난 27일 전국 우체국과 농협, 약국을 찾았던 시민들은 빈손으로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정부가 확보한 물량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처 별로 공급업체와 계약을 체결하고 물량을 받아야 하는 탓에 하루 이틀 만에 전국 판매처로 물량을 배분하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이날 만난 한 약사는 “어제 정부 발표를 보면 오늘부터 전국 약국에 물량이 공급된다고 하는데 아직 별도 연락을 받은 게 없다”며 “어제부터 전화로 마스크 구입 문의가 부쩍 늘었다. 벌써 오늘 아침에도 몇 명이 마스크를 사러 왔었다”고 말했다.


마스크 공급 대란과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국민 접근성이 높은 2만4000여개 약국에 대해 점포 당 평균 100장씩, 총 240만장을 공급할 것이며, 내일(28일)부터 120만장을 전국 약국을 통해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스크 재고가 없음을 알리는 약국 안내문.ⓒ데일리안 마스크 재고가 없음을 알리는 약국 안내문.ⓒ데일리안

하지만 약국 등 시중 공적 판매처의 반응은 달랐다. 약국 10곳 중 6곳에서 다음 주나 돼야 물량 수급이 가능할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다. 마스크 물량이 바닥난 곳도 10곳 중 5곳에 달했고 재고가 있는 일부 약국의 경우 장당 4000~5000원의 인상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다.


마스크 구입 관련 시민들의 문의와 항의가 잇따르는 탓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약국들도 있었다.


서울 마포구 내 한 약국 관계자는 “물량 확보나 공급 계획 같은 사전 협의도 없이 정부가 혼자 결정해놓고 뒤처리는 약국에 미루는 꼴”이라며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현장에 나와 본 공무원을 본 적이 없다. 현장을 알고 정책을 내는 건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약사회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구‧경북 지역의 지난 27일 저녁 개별 약국에 물량이 배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의 경우 28일 오전부터 발송에 나설 예정인데 개별 약국 도착시간은 장담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약국의 경우 의약품 전문 유통업체 지오영 컨소시엄(지오영)을 통해서만 정부 관리 마스크를 공급받을 수 있다. 공적판매처 중 약국을 전담하는 유일한 유통기업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지오영의 직거래 약국은 1만4000여개로, 업계 1위인 지오영이라고 해도 전국 약국(2만4000여개)에 마스크를 일괄 유통하기엔 벅찬 상황이다. 공적판매처 마스크가 어느 약국엔 있고, 어느 약국엔 없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이 달 안에는 수도권 약국에서 정부 물량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0개가 넘는 생산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것을 감안하면 제품검수와 납품, 배송 등 전 과정에 3~4일은 소요될 것이란 설명이다. 빨라야 3월 2일 약국 판매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우체국 안내문. ⓒ데일리안 서울 시내 한 우체국 안내문. ⓒ데일리안

정부 발표에 약국 외 우체국, 농협 등 공적판매처를 찾은 시민들도 분통을 터뜨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농협의 경우 은행은 제외하고 하나로마트에서 판매하는데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지역을 제외한 지역에 우선 공급된다. 우체국은 대도시가 아닌 전국 읍면 우체국 창구를 통해 이날 오후 2시부터 판매된다.


약국과 함께 농협, 우체국이 공적판매처라는 사실만 듣고 나온 시민들은 빈손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 대흥동우편취급국 앞에서 만난 60대 장모씨는 “우체국에서 마스크를 싸게 판다는 얘기를 TV에서 보고 나왔다”면서 “창구에 물어보니 서울에서는 팔지 않는다더라. 비도 오는데 우체국 찾아온다고 괜히 헛걸음만 했다”고 말했다.


"마스크 없으면 들어오지 말라고? 마스크를 살 수 있어야지." 28일 오후 수도권 한 농협에 마스크 재고가 없다는 공지와 마스크를 착용 하지 않으면 출입을 금지 한다는 공지가 나란히 붙어 있다. ⓒ데일리안 "마스크 없으면 들어오지 말라고? 마스크를 살 수 있어야지." 28일 오후 수도권 한 농협에 마스크 재고가 없다는 공지와 마스크를 착용 하지 않으면 출입을 금지 한다는 공지가 나란히 붙어 있다. ⓒ데일리안

서울의 경우 정부가 지정한 공적판매처 중 약국에서만 물량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서울에 사는 주부 박모씨는 “지금 서울이 아니라 전국 어디서도 마스크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서울이 전국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고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이용 시에도 필요하다. 서울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지 말라는 말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공적 판매처를 비롯해 대형마트 등 마스크를 구매하기 위해 시민들이 한 번에 몰리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마스크 판매 방식에 대한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마스크를 사러 갔다가 길게 늘어선 줄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집단감염의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비가 내리는 28일 오후 전날 마스크를 판다고 공지된 한 농협을 찾은 시민이 마스크가 없다는 공지문을 보며 허망하게 서 있다.ⓒ데일리안 비가 내리는 28일 오후 전날 마스크를 판다고 공지된 한 농협을 찾은 시민이 마스크가 없다는 공지문을 보며 허망하게 서 있다.ⓒ데일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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