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남북고위급회담 이모저모’ 시종일관 훈훈한 분위기

(판문점=데일리안) 공동취재단 박진여 기자

입력 2018.01.09 11:57  수정 2018.01.09 14:36

남북회담 오전 10시 시작…南北 수석대표 모두발언 입장교환

南태극기·평창배지, 北김일성·김정일 배지…모두 양복차림

9일 오전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집에서 열린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 관계개선을 중심으로한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회담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남북회담 오전 10시 시작…南北 수석대표 모두발언 입장교환
南태극기·평창배지 北김일성·김정일 배지…모두 양복차림
회담 시작 분위기 시종일관 ‘훈훈’…악수·미소·밝은 표정
조명균·리선권 “민심·대세·천심·선물·함께” 한목소리
北 리선권 “확 드러내놓고 하는 게 어떻나” 회담 공개 제안


9일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이 개최되며 25개월 만에 남북이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남북 간 만남이다.

이날 회담은 우리측 제안에 따라 오전 10시 판문점 남측 평화의 집에서 열렸다.

회담장은 대표단 입장 전부터 시종일관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남북 연락관들과 실무직원들이 서로 대화하고 기자들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었다.

오전 10시가 되자 남북 대표단이 동시에 회담장에 들어섰다. 북측은 사전 공지대로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을 비롯해 전종수 조평통 부위원장, 원길우 체육성 부장, 황충성 조평통 부장, 리경식 민족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이 입장했다.

남측은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대표로 천해성 통일부 차관,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안문현 국무총리실 심의관, 김기홍 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 기획사무차장이 공동 입장했다.

남북 대표단은 모두 양복차림에 회담 자료가 들어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자료 파일을 각각 들고 마주했다.

다만, 왼쪽 가슴에 달린 배지로 남북이 확연히 구분됐다. 북측은 모두 금색 테두리에 빨강색 바탕의 김일성·김정일 배지를 단 모습이었다. 남측은 태극기와 평창 배지를 달았다.

9일 오전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집에서 열린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 관계개선을 중심으로한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회담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조명균 장관과 리선권 위원장은 만남과 동시에 미소 띤 얼굴로 악수를 나누며 안부 인사를 건넸다. 리선권 위원장은 시종일관 여유로운 미소와 태도를 유지했으며, 전종수를 비롯한 나머지 북측 대표단은 무표정을 유지했다.

양측 대표는 오전 10시 전체회의가 시작되고 본격적인 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각각 입장을 발표했다. 모두발언을 통해 앞으로 회담 분위기를 예측해 볼 수 있어 주목된다.

우리측 조명균 장관과 북측 리선권 위원장은 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눈 뒤, 이번 회담이 민심에 부응하는 새해 첫 선물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며 성공적 회담 개최를 기원했다. 양측은 '민심'과 '선물'이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훈훈한 대화 분위기를 이어갔다.

北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 "민심 받들어 온 겨레 새해 첫 선물 드려야"

조명균 장관은 먼저 "날씨가 추운데다 눈이 내려서 평양에서 내려오시는데 불편하지 않으셨나"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에 리 위원장은 "온 강산이 꽁꽁 얼어 붙었다. 어찌보면 자연계의 날씨보다 북남 관계가 더 동결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답하며 "다만 자연이 춥든 북남대화와 관계 개선 바라는 민심 열망은 비유해서 말하면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장 밑으로 더 거세게 흐르는 물처럼 얼지도 쉬지도 않고 또 그 강렬함에 의해 북남 고위급 회담이라는 귀중한 자리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9일 오전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집에서 열린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 관계개선을 중심으로한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회담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리 위원장은 이어 "(남측으로) 내려오면서 조명균 장관 선생한테 뭘 말할까 생각했는데 올해 설날에 있는 일을 제가 설명하겠다"며 "제 조카를 설에 만났는데 (2000년생 조카가) 올해 벌써 대학에 간다는 거다. 그래서 벌써 18년이 됐구나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벌써 두번씩이나 지났으니까 얼마나 많은 세월 흘렀나"라며 "뒤돌아보면 6.15 시대 모든 것이 다 귀중하고 그리운 것이 없고 생각해보면 참으로 아쉬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로부터 민심과 대세가 합쳐지면 천심이라고 했다. 이 천심에 받들어서 북남 고위급 회담이 마련됐다"고 강조한 뒤 "그래서 우리 북남 당국이 진지한 입장 성실한 자세로 이번 회담을 잘해서,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온 겨레에게 새해 첫 선물 그 값비싼 결과물을 드리는 게 어떠한가 생각을 가지고 이 자리에 나왔다"고 소회를 전했다.

南 조명균 통일부 장관 "시작이 반…끈기갖고 좋은 선물 만들자"

이에 조명균 장관은 "우리 남측도 지난해 민심이 얼만큼 강한 힘을 갖고 있는지 직접 체험했고, 우리 민심은 남북관계가 화해와 평화로 나가야 한다는 강한 열망을 갖고 있다는 것도 분명하게 잘 알고 있다"며 "민심이 천심이고 그런 민심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회담을 진지하고 성실하게 잘 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리 위원장의 발언에 화답했다.

9일 오전 판문점 남측 지역인 평화의집에서 열린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 관계개선을 중심으로한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오른쪽)과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이 회담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조 장관은 이어 "저희가 오늘 논의하는 중요한 의제중 하나가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에 북측 대표단이 참석하는 문제"라며 "많은 나라에서 귀한 손님들이 오시는데 특별히 또 우리 북측에서 대표단 귀한 손님들이 오시기 때문에 평창올림픽·패럴림픽이 평화축제로 잘 치러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북측의 평창올림픽 참가 문제를 강조했다.

조 장관은 "우리 북측에도 그러한 속담같은 게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희가 '시작이 반이다' 그런 말이 있다. 오랜 남북관계 단절 속에서 회담이 시작됐는데 정말 그 첫걸음이 시작이 반이다 그런 마음으로 의지와 끈기를 갖고 회담을 끌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며 "동시에 상충되긴 하지만 '첫숟갈에 배부르랴' 하는 얘기도 있다. 그런 것도 감안해 서두르지 않고 끈기를 갖고 하나하나 풀어가면 되겠다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런 입장에서 저희가 오늘 첫 남북회담에서 아까 말씀하신 민심에 부응하는 좋은 선물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양측 대표는 각자 입장을 공유하며 협력을 약속했다.

北 리선권 "확 드러내놓고 하는 게 어떻나" 공개회담 제안하기도

리 위원장은 "혼자 가는 것보다 둘이 가는 길이 더 오래 간다고 했다. 마음이 가는 곳에는 몸도 가기 마련"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장관 선생이 평창올림픽부터 이야기하는 거 보니까 확실히 유년시절에 스케트(스케이트) 탔다는 소리 들었다. 그 동심이 순결하고 깨끗하고 불결한 게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때 그 마음을 되살린다면 오늘 북남 고위급 회담이 순수하고 단합된 그것이 합쳐지면 회담이 더 잘 되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회담을 공개하자는 돌발 제안을 하기도 했다. 리 위원장은 "그래서 오늘 이 회담을 지켜보는 내외의 이목이 강렬하고 기대도 큰 만큼 우리 측에서는 공개를 해서 실황이 온민족 전달되면 어떻나 하는 그런 견해"라며 "기자 선생들도 관심이 많아서 오신 거 같은데 확 드러내놓고 그렇게 하는 게 어떻나"라고 제안했다.

한눈에 보는 남북회담장 모습 ⓒ데일리안

이에 조 장관은 "회담 공개와 관련해서 말씀하시는 것도 상당히 일리가 있다. 저희도 그건 공감을 하는데 아무래도 저희가 모처럼 만나서 할 얘기가 많은 만큼 일단 통상 관례대로 회담을 비공개로 진행을 하고, 필요하다면 중간에 기자분들과 함께 공개회의 하는 것이 순조롭게 회담을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리 위원장은 "명백한 것은 민심이 큰 만큼 우리 회담을 투명성 있게 북한이 얼마나 진지하게 노력하는가를 보여주면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당국이 하는 일에는 의미가 깃들어야 한다. 그 의미가 결국은 민심에 부응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측면에서 공개했으면 좋겠는데 귀측의 견해를 감안해서 비공개로 하다가 앞으로 필요하면 기자선생들 다 불러서 우리 회담 상황을 알려드리고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고 의견을 조율했다.

조 장관과 리 위원장은 회의를 마무리하고 일어서던 중, 사진 기자들의 요청에 의해 다시 손을 맞잡고 악수하기도 했다. 이때 리선권은 "기자 선생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이어 오전 11시 5분께 전체회의가 종결되고, 오전 11시 30분 수석대표와 일부대표가 만나 의견 조율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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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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