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투구수 제한 '벌떼 한국' 오히려 이득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7.03.06 15:23  수정 2017.03.06 15:24

투구수 규정 잘 활용하면 불펜 두꺼운 한국에 유리

WBC 한국 마무리 투수 오승환. ⓒ 연합뉴스

올해로 4회를 맞이하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투구수 제한 규정이다.

비시즌 열리는 WBC에서 투수들의 혹사를 방지하기 위한 규정이다. 1라운드는 65개, 2라운드는 80개, 3라운드는 95개로 투구수가 제한된다. 30~49개의 공을 던지거나 이틀 연속 던진 투수는 1일, 50개 이상의 공을 던진 투수는 4일 쉬어야 한다. 2013년 WBC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운용됐다.

투구수 제한으로 마운드 운용에 제약이 심할 것 같지만 한국 입장에서는 그렇지도 않다. 국제전에서 검증된 강력한 선발투수가 없는 한국으로서는 많은 투수들이 이닝을 효과적으로 분담하는 '벌떼야구'로 승부를 걸어야하는 상황이다.

투구수 제한 때문에 선발투수들 비중에 한계가 있는 WBC에서는 불펜야구에 강점이 있는 팀에 더 유리할 수 있는 규정이다.

김광현(SK), 류현진(LA다저스). 윤석민(KIA) 등 국내 정상급 선발투수들이 대거 빠졌다. 하지만 불펜진의 무게는 역대 대표팀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정상급 마무리로 자리 잡은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이 가세하면서 불펜진에 확실한 구심점이 생겼다.

대표팀 최고참 임창용(KIA)을 비롯해 박희수(SK) 이현승(두산) 장시환(kt) 심창민(삼성) 등도 모두 소속팀에서 마무리로 활약한 경험이 있다. 승부처에서의 압박을 극복할 수 있는 강인함과 배짱을 두루 갖춘 투수들이다. 역대 대표팀 통틀어 마무리 출신의 비중이 유독 큰 불펜 구성이다.

마운드 운용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투구수 조절이 필수다. 대표팀은 6일 이스라엘, 7일 네덜란드를 상대하고, 하루 휴식 이후 9일 대만과 1라운드 최종전을 치른다.

선발투수가 65개의 투구수로 소화할 수 있는 이닝이 많아야 4~5이닝이 한계라고 했을 때 그 뒤를 이어야할 중간 투수들이 얼마나 투구수를 아끼면서 이닝을 막아주느냐가 중요하다.

대회 초반 투구수가 많아지면 일정 후반기로 갈수록 마운드 운용에 부담이 커진다. 중간 투수들이 1이닝당 평균 15개 내외에서 무실점으로 지켜준다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김인식 감독과 선동열 투수코치는 프리미어12에서도 적재적소의 마운드 운용으로 한국의 짠물야구를 선보이며 우승을 이끌었다. 당시에도 한국은 역대 최약체라는 우려를 낳았지만 성적으로 불식시켰다. WBC에서도 대표팀의 벌떼 마운드가 또 기적을 연출할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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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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