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대 과징금…금감원 제재심 개최
판매금액 기준 산정 두고 첨예한 갈등
자본 적정성 비상…배당 위축 우려도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피해자들이 지난해 서울 여의도의 한 은행 앞에서 집회를 열고 금융상품 손실 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태를 둘러싼 과징금 제재심이 착수되면서 은행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역대급 규모의 과징금을 예고한 가운데, 은행들은 위험가중자산(RWA) 급증에 따른 재무 구조 악화를 막기 위해 총력 방어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8일 오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홍콩H지수 ELS 불완전판매 안건을 상정했다.
이번 제재심의 핵심 쟁점은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에 사전 통보된 약 2조원 규모의 과징금 및 과태료 수위다.
이날 제재심에는 준법감시인, ELS 상품 관련 부행장, 변호사 등 총 15명 안팎의 은행권 관계자들이 참석해 과징금 산정 기준의 부당함을 피력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금융소비자보호법은 불완전판매 등 위법 행위로 얻은 '수입'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의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판매 수수료가 아닌 판매 금액 전체를 기준으로 과징금을 산정했다.
이에 은행권은 업계가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과징금이 불어났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이에 따른 재무적 파급효과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모습이다.
금융당국의 조치안이 나오면 은행은 과징금 확정 전이라도 이를 결산에 반영해야 한다.
특히 과징금 추정액은 RWA 산정 시 약 600% 수준으로 반영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2조원의 과징금이 확정될 경우, 산술적으로 약 12조원의 위험가중자산이 늘어나는 것이다.
이는 은행의 자본 적정성을 나타내는 보통주자본(CET1) 비율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다.
밸류업을 위해 주주 환원 정책을 강화해야 하는 은행 입장에서는 치명타인 셈이다.
과징금 규모가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이날 출석한 은행들이 적극적으로 자율배상 등 노력을 소명하면 기존 과징금의 75%까지 감경 받을 수 있다.
은행권은 금감원이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율 배상을 진행 중인 만큼, 이러한 노력이 징계 수위에 실질적으로 반영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제 은행권은 지금까지 총 1조3437억원의 자율배상으로 총 96%의 합의율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사안이 방대하고 은행별 소명 내용이 복잡한 만큼 제재심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은 2~3차례 추가 제재심을 통해 내년 3월 이전에는 최종 과징금·과태료를 확정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과징금 불똥이 국민에게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대규모 과징금이 확대되면 이에 따른 위험가중자산 적용되고, 은행의 CET1비율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CET1비율이 하락하면 은행의 밸류업에 악영향을 미치고, 적극적 주주환원 등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은행권 관계자는 "RWA 가중치가 높게 적용되면 아무래도 자산 건전성 관리에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대출 공급 여력이 줄어들거나 주주 환원 정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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