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다소 이색적인 벵거 감독의 외질 활용도가 어느 정도 주효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 게티이미지
아스날 사령관 메수트 외질(28)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최근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비판의 중심에 서 있는 외질이다. 일시적인 부진과 폼 저하라고 하기엔 너무 실망스러운 활약임에 틀림없다.
아스날은 지난 16일(한국시각) 독일 뮌헨의 알레안츠 아레나에서 열린 바이에른 뮌헨과의 '2016-17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1-5 대패했다.
무엇하나 달라진 것이 없었다. 지난 시즌 조별리그 1-5 패배와 똑같은 점수를 재현했다. 2010-11시즌부터 무려 7년 연속 16강 챔피언스리그 탈락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아스날의 워스트 플레이어는 단연 외질이었다. "강팀에 약하다"는 꼬리표를 떨쳐내지 못한 경기였다. 이날 외질은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24개의 패스를 시도하는데 머물렀다.
바이에른 뮌헨의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와 같은 기록이다. 티아고 알칸타라는 90개, 사비 알론소는 111개의 패스를 시도하며 외질과 차이를 보였다.
외질은 지난 2013년 여름 아스날로 이적할 당시 큰 기대와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새 경기장 건설로 인한 긴축재정으로 월드 클래스 부재에 목말랐던 아스날 팬들에겐 외질의 영입이 희망의 빛줄기와 같았다.
그러나 외질은 프리미어리그 특유의 빠른 템포와 거친 플레이에 좀처럼 적응하지 못했다. 2013-14, 2014-15시즌 아스날의 FA컵 우승에 기여했지만 분명히 이름값에 걸맞는 활약은 아니었다. 리그 우승 실패와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은 여전히 팬들을 만족시킬 수 없는 성적표였다.
외질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기량을 만개한 시점은 2015-16시즌이다. 어시스트 기계답게 고품질의 패싱력과 우아한 플레이로 팬들을 매료시켰고, 벌크업을 통해 몸싸움 능력을 극대화시켜 탈압박의 약점을 최소화했다.
볼 키핑이 수월해지면서 스스로 공간을 만든 뒤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게 된 외질은 결국 리그 도움왕(19개)에 등극했다. 시오 월콧, 올리비에 지루가 골 결정력에서 문제를 드러내지 않았다면 외질의 도움 기록은 훨씬 증가할 수 있었다.
외질은 4년차인 2016-17시즌 최악의 위기에 봉착했다. 올 시즌 초반에는 꽤나 순조로운 페이스였다. 알렉시스 산체스의 펄스 나인 전술이 가동됨에 따라 외질의 득점력이 한층 증가 추세를 보였다.
산체스가 2선으로 내려오며 상대 수비수를 끌어낼 때 외질이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하거나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드는 움직임이 조화를 이뤘다. 산체스의 패스, 외질의 피니쉬 패턴은 시즌 초반 아스날의 확실한 득점 방정식으로 자리잡았다. 외질의 리그 5골 가운데 무려 4골이 산체스의 발 끝에서 나왔다.
외질은 올 시즌 공식 대회에서 총 9골을 넣었다. 리그 6라운드 첼시전(3-0승)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했으며, 루도고레츠와의 챔피언스리그에서는 해트트릭 원맨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초반 외질이 보여준 절정의 골 감각은 아스날 상승세의 큰 원동력이었다.
시즌 초반 다소 이색적인 벵거 감독의 외질 활용도가 어느 정도 주효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시적인 현상이었다. 외질의 득점력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외질이 마지막으로 골을 넣은 경기는 지난해 12월 19일 열린 리그 15라운드 스토크 시티전. 이후 9경기에서 득점 없이 2도움에 그쳤다.
아스날은 지난 9경기에서 4승 5패를 거뒀다. 에버턴(1-2패), 맨체스터 시티(1-2패), 왓포드(1-2패), 첼시(1-3패)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일찌감치 리그 우승 경쟁에서 이탈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바이에른 뮌헨을 맞아 굴욕을 맛봤다. 외질은 이 경기에서 모두 부진을 면치 못했다.
최근 아스날의 가장 큰 문제점은 3선 미드필더의 부재다. 산티 카솔라가 지난해 10월 아킬레스건 부상을 당한 이후 아스날의 경기력이 눈에 띄게 하락했다.
카솔라만큼 매끄럽게 빌드업을 담당할 자원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 골칫거리다. 이 역할을 그라니트 자카가 응당해줬어야 하는데 느린 몸놀림, 탈압박, 볼키핑 등에서 아쉬움을 남겼으며, 레드카드 수집은 팀에 해를 끼치고 있다. 프랑시스 코클랭, 모하메드 엘네니, 아론 램지는 카솔라와 상반된 스타일을 지니고 있으며, 빅클럽의 주전으로 보기엔 아쉬움이 많다.
외질 사용법, 벵거 감독이 재고해야할 시점이다. ⓒ 게티이미지
경기력 부진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벵거 감독은 여전히 똑같은 전술을 고집하고 있다. 빌드업이 원활치 않은 상황에서 외질에게 플레이 메이킹의 빈도를 더욱 높여주기는 커녕 상대 수비 최종 라인 뒷 공간을 침투하는 역할을 줄곧 부여하고 있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또, 터프한 수비를 주무기로 하는 코클랭의 전진 배치도 외질과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상대의 빌드업을 저지하기 위해 최대한 골문과 가까운 지점에서 볼을 탈취하는 것이 코클랭의 임무지만 공을 소유한 상황에서는 위력이 반감되기 때문이다.
벵거 감독은 외질과 코클랭의 공격적인 배치를 상쇄하기 위해 알렉스 이워비에게 공을 운반하고 플레이 메이킹을 하도록 역할을 부여했다. 물론 이워비가 어린나이답지 않게 부드러운 발 기술과 간결한 원터치 패스에 탁월한 것은 사실이지만 외질이 해야 할 중책을 맡기에는 아직 미숙함이 많다.
산체스 원톱 전술 변화의 가장 큰 피해자는 외질이다. 산체스이 아스날 공격에 미치는 영향력은 외질을 충분히 압도하고도 남는다. 산체스는 득점뿐만 아니라 찬스 창출 능력 역시 단연 뛰어나다. 산체스는 올 시즌 도움 8개(프리미어리그 2위)로 외질(4개)를 크게 앞선다.
2선으로 내려올 경우 본인의 탐욕을 자제하고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들에게 패스를 넣어주려는 의지가 강하다. 많은 도움 숫자 못지않게 프리미어리그 17골로 득점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산체스의 존재감은 아스날에서 절대적이다. 1인 2역을 하고 있는 산체스와 달리 외질의 영항력은 상대적으로 크게 줄어들고 있다.
가뜩이나 외질은 골 결정력이 뛰어난 미드필더와는 매우 거리가 멀다. 델리 알리(11골), 길피 시구르드손(8골), 로버트 스노드그라스(7골), 아담 랄라나(7골), 조 앨런(6골), 후안 마타(6골), 르로이 페르(6골), 제임스 모리슨(5골), 에티엔 카푸(5골), 크리스티안 에릭센(5골) 등 외질보다 득점력이 뛰어난 미드필더들이 프리미어리그에 차고 넘친다. 외질은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4골을 넣었으나 약체 루도고레츠전에 집중돼 있다.
외질은 상대의 강한 압박에 매우 취약하다.
과거 주제 무리뉴 감독이 레알 마드리드 시절 외질을 간간이 측면에 배치해 압박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려는 모습이 잦았으며, 후반부로 갈수록 체력 저하를 드러내자 교체를 통해 체력을 안배했다. 탈압박에 약해 본인이 직접 측면으로 빠져나오며 볼을 터치하는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벵거 감독은 외질을 피지컬이 좋은 프리미어리그 수비수들의 틈 바구니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셈이다.
외질의 최대 강점은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시야를 확보한 뒤 동료들의 움직임과 공간을 계산해 찔러주는 파이널 패스에 있다. 레알 마드리드시절부터 키패스와 어시스트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모습을 보인 외질이다.
물론 이러한 외질의 부진에 대한 책임을 모두 벵거 감독에게 전가할 수 없다. 진척이 없는 재계약 협상과 맞물려 적극성이 결여된 플레이, 느슨한 수비 가담, 활동량 부족 등은 결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리고 강팀에 지나치게 약한 모습은 과연 월드 클래스인가라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 아스날 이적료 1위를 기록한 선수라면 이 모든 것을 뛰어넘는 활약을 보여줘야 한다.
외질이 살지 못하면 아스날의 부진 탈출을 기대하기 어렵다. 폼을 끌어올리고 몸에 맞는 옷을 입혀야만 반등을 바라볼 수 있다. 외질 사용법, 벵거 감독이 재고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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