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을 수 있었던 로번 슛, 정신 놓은 외질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7.02.16 10:24  수정 2017.02.16 10:49

전반 11분 로번 전매특허 슛, 그저 바라볼 뿐

로번의 일명 '매크로 슛'이 나오기 직전, 외질은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중계화면 캡처

아스날이 뮌헨 원정에서 믿기지 않는 대패를 당했다.

아스날은 16일(한국시각) 풋볼 아레나 뮌헨에서 열린 ‘2016-17 UEFA 챔피언스리그’ 바이에른 뮌헨과의 16강 원정 1차전서 1-5 대패했다.

4골 차로 벌어진 아스날은 다가올 홈 2차전에서 4-0 이상의 승리를 거둬야만 8강에 오를 수 있는 부담에 놓이게 됐다.

그러면서 도마에 오른 선수가 바로 메수트 외질이다.

이날 외질은 ‘후스코어드닷컴’ 평가에서 평점 6.60을 기록했다. 이는 선발 출전한 아스날 선수들 중 알렉시스 산체스(7.03), 로랑 코시엘니(6.94), 키어런 깁스(6.61)에 이은 4위에 해당한다. 전체적인 활약상은 크게 나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외질은 팀 대패의 시작을 알린 로번의 선취골에 간접적으로 기여(?)한 원죄가 있다.

전반 11분, 페널티박스 오른쪽에서 볼을 잡은 로번은 슬슬 공을 몰고 가다 환상적인 감아차기로 골대 반대편 구석에 볼을 정확히 찔러 넣었다. 로번의 전매특허인 일명 ‘매크로 슛’이었다.

왼발만 사용하는 로번은 오른쪽 윙 포워드 자리에서 중앙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전형적인 인사이드 포워드다. 이 빤한 패턴을 막기 어려운 이유는 그의 드리블이 그만큼 간결하고 빠르며 슈팅의 궤적 또한 막기 어려운 코스로 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로번을 막기 위해서는 공간을 내주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외질은 이를 그저 바라만 보고 있었다. 실제로 로번이 침투하는 과정에서 아스날 수비수들 3명이 둘러쌌고, 이 가운데 프랜시스 코클랭이 바짝 따라붙었다. 볼을 빼앗기 보다는 진로를 차단하려는 코클랭의 의도는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이때 바로 뒤에 있던 외질이 문제였다. 외질이 조금만 더 다가와 공간을 막거나, 슈팅 직전 발만 뻗었어도 로번의 골은 절대 성공할 수 없었다. 수비 가담이 아쉬운 장면이었다.

외질은 최근 들쭉날쭉한 경기력으로 영국 현지에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무엇보다 선수들의 창의적인 플레이를 강조하는 아르센 벵거 감독으로부터 남다른 총애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외질의 공간 창출 능력과 패스는 분명 세계적 수준이다. 그러나 현대 축구는 토탈사커가 다시 도래했다 불릴 정도로 전원 공격, 전원 수비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상대 공격수의 불 보듯 빤한 패턴의 슈팅을 정신 줄 놓은 채 그저 감상만 했던 외질이 비난 받아 마땅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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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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