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 송증준 40억, 봉중근 섭섭할 만한 15억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6.12.27 09:15  수정 2016.12.27 12:42

2000년대 후반 리그 대표하는 좌완

해외 유턴파, 마무리 전향 등 FA 대박 놓쳐

봉중근 ⓒ LG트윈스

베테랑 좌완 봉중근(37)이 LG트윈스와 FA 계약을 맺으며 잔류했다.

봉중근은 지난 23일 2년 총액 15억 원의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봉중근이 올 겨울 FA 자격을 신청한 뒤 무려 한 달 가까이 계약에 도달하지 못해 협상에 난항을 겪는 듯했지만, 극적으로 합의에 성공했다.

봉중근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울 수 있는 결과다. 최근 국내 FA 시장 몸값 폭등 현상으로 대형계약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봉중근의 계약조건은 소박해보일 정도다.

30대 중반의 봉중근에게는 FA 자체가 애초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게임이었다. 봉중근은 신일고를 졸업하고 1997년 아마추어 계약으로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계약하며 미국 무대(MLB)로 진출했다. 2007년 국내로 유턴하며 신인 1차 지명을 통해 LG에 입단했지만 봉중근은 KBO 무대에서는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9년을 채워야 FA 자격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KBO에서 일찍 데뷔한 선수들이 거의 2~3번째 FA 자격을 얻을만한 시기에 봉중근은 김광현-양현종 등 한참 어린 젊은 후배투수들과 같이 첫 번째 FA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30대 중반을 넘고 기량도 하락세로 접어들고 있던 봉중근에게 FA 시장의 현실은 그리 따뜻하지 않았다.

2000년대 후반 이후 봉중근이 LG와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완투수 중 한 명이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봉중근은 KBO리그에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데뷔했음에도 선발투수로 2008년부터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했다. 2012년부터는 마무리로 전향해 4년간 LG의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통산 성적은 55승 46패 109세이브 평균자책점 3.41이다. 국가대표팀에도 수차례 발탁되어 2008 베이징올림픽-2009 WBC-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등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해외무대로 진출했다 KBO리그로 돌아온 선수 '유턴파' 가운데 FA 자격을 취득한 선수는 송승준(롯데)과 봉중근까지 2명뿐이다. KBO리그에서 통산 93승을 거둔 송승준은 2015년 롯데에 잔류하며 4년간 40억의 조건에 계약했다. 송승준과 동갑인 데다 투수로서의 능력은 그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봉중근으로서는 불운했다.

LG는 최근 좌완투수 차우찬을 영입하는데 무려 95억이라는 거금을 투입했다. KBO리그 FA 역대 투수 최고액이다. 차우찬의 통산성적은 70승 48패 평균자책점은 4.44에 이른다. 봉중근이 5년만 더 젊었고 중간에 마무리 전향 없이 꾸준히 선발로만 뛰었다면 어떤 대우를 받았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비록 FA 대박과는 인연이 없었지만 대신 봉중근에게 남은 것은 LG의 프랜차이즈스타이자 베테랑으로서의 명예다. 봉중근은 이제 어느덧 투·타 모두 급격하게 젊어지고 있는 LG에서 신구조화의 무게 중심을 잡아야 할 구심점 역할이 주어졌다.

봉중근은 이제 LG 마운드에서 최고참 선수다. 이병규가 은퇴하고 우규민도 삼성으로 떠난 LG에서 봉중근은 어느덧 얼마 남지 않은 베테랑으로 유종의 미를 기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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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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