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에 헌신’ 양현종…아베의 길 보인다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6.12.22 07:33  수정 2016.12.23 16:19

양현종, 예상보다 훨씬 적은 액수에 잔류

요미우리 아베 역시 팀에 대한 애정 남달라

양현종의 헌신은 아베 신노스케를 떠오르게 한다. ⓒ 연합뉴스

야구팬들이 양현종의 FA 계약을 바라보면서 가장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바로 계약기간과 액수다.

양현종은 20일 원소속팀 KIA 타이거즈와 계약 기간 1년에 계약금 7억 5000만 원+연봉 15억 원 등 총 22억 5000만 원에 계약을 맺었다.

다소 납득이 가지 않는 계약이다. 이미 100억 원 벽이 무너진 상황에서 올 시즌 최대어인 양현종이 이에 훨씬 못 미치는 액수에 도장을 찍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4년으로 환산해도 90억 원이기 때문에 투수 최고액인 차우찬(95억 원)보다도 낮은 금액이다.

일단 KIA 구단은 1년 뒤 선수가 원할 경우 조건 없이 방출한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했다. 따라서 양현종은 1년 더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뒤 해외 구단 또는 국내 타 구단 이적이 자유롭게 된다.

다년 계약은 모든 선수들이 갖는 꿈이다. 매년 협상 테이블에 앉아 골머리를 앓지 않아도 되며, 제법 긴 기간을 안정적인 소득과 함께 야구에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현종은 이 조건을 뿌리쳤다.

그만큼 고향팀 KIA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양현종은 계약 직후 “내 자신을 KIA 타이거즈와 나눠 생각해본 적이 없다. 해외리그 도전이 아니라면 당연히 KIA에 남을 거라 마음먹었고, 여러 가지 조건을 검토해 1년 계약을 맺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일본프로야구 최고의 스타플레이어 중 하나인 아베 신노스케(요미우리)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 2000년 드래프트 1위로 요미우리에 입단한 아베는 데뷔 후 지금까지 오로지 ‘거인군’ 유니폼만을 입은 이른바 ‘요미우리 성골’이다.

아베는 2001년 데뷔와 동시에 요미우리 포수로는 역대 두 번째로 신인이 개막전 포수 마스크를 쓰는 영광을 안았다. 그만큼 아베의 잠재력이 대단했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아베는 2001년 13홈런을 시작으로 올 시즌까지 16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을 칠 정도로 일본 야구 역사를 대표하는 공수겸장 포수로 이름을 아로 새기고 있다.

아베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요미우리에 대한 충성과 헌신이다. 아베는 2009시즌이 끝난 뒤 대망의 FA자격을 얻었다. 리그 내 아베만한 포수가 없는데다 그해 일본시리즈 MVP에 올랐기 때문에 천문학적인 몸값이 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그의 선택은 예상 밖이었다.

와타나베 요미우리 구단주는 일본시리즈 우승 축하연에서 갑작스럽게 아베의 재계약 소식을 발표했다. FA 계약이 아닌 4년간 14억 엔의 다소 단촐(?)한 재계약이었다.

대신 아베는 연봉 3억 5000만 엔을 기본으로 성적에 따라 액수가 달라지는 '연봉 변동제'를 적용받았다. 이는 아베와 요미우리 모두 ‘신의 한 수’가 됐다. 아베의 연봉은 매년 상승했고, 특히 2012년 센트럴리그 시즌 MVP를 받으며 정점을 찍는다.

아베 신노스케 2009년 이후 계약. ⓒ 데일리안 스포츠

아베는 2013시즌이 끝난 뒤 다시 한 번 FA 자격을 얻는다. 그러나 이번에도 FA 권리 행사 포기였다. 더군다나 4년 전처럼 다년 재계약도 선수 스스로 포기했다. 당시 아베가 남긴 말이 걸작이다. “성적에 따라 연봉이 달라져야 야구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다.”

요미우리 역시 섭섭지 않은 대우를 해줬다. 아베는 2014년, 요미우리와 6억 엔에 재계약했다. 이는 마쓰이 히데키, 사사키 가즈히로에 이은 일본 선수 역대 세 번째 6억 엔 연봉 돌파였다. 무엇보다 요미우리는 마쓰이(6억 1000만 엔)를 넘어 자국 선수 역대 최고액(6억 2000만 엔)을 제시했지만, 아베 본인이 “일본시리즈에서 부진했다”는 이유로 6억 엔에 만족했다는 일화가 유명하다.

결과적으로 아베의 1년 재계약 고수는 선수 본인에게 부메랑이 되어 날아왔다. 노쇠화로 인해 기량이 떨어진 아베는 2015년 5억 1000만 엔으로 연봉이 하락했고, 올 시즌에는 구단 역대 두 번째 삭감폭(-36%)인 3억 2600만 엔이 됐다. 또한 내년 시즌에는 2억 6000만 엔에 재계약해 3년 만에 56%가 깎이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하지만 요미우리 구단과 팬들은 아베의 헌신과 팀에 대한 애정을 모두 알고 있다. 그리고 하라 다츠노리, 타카하시 요시노부에 이어 거인군의 차기 사령탑이 된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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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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